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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불출석 패소' 권경애 변호사 6500만 원 배상 확정…9000만 원 추가 가능성도

'학폭 불출석 패소' 권경애 변호사 6500만 원 배상 확정…9000만 원 추가 가능성도
▲ 지난 2023년 6월 19일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취재진과 인터뷰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학교폭력 소송을 맡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하게 만든 권경애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위자료 6천500만 원을 연대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이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권 변호사가 뒤늦게 패소 사실을 알리며 지급을 약속했던 9천만 원도 추가로 물어낼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언론 기사화 금지'가 약정금 지급의 조건이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는 2심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으면서입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오늘(29일)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숨진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2심)을 일부 깨고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2심은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의 위자료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권 변호사가 작성한 '이행각서' 관련 약정금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총 9천만 원을 지급하겠단 당시 이행각서는 '변호사의 잘못이 언론 기사화 등으로 확산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 약정인데 기사화돼 조건이 깨졌단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언론 기사화 금지'는 약정금 지급의 조건이 아니었다며 이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이행각서에 약정금 지급의 '조건'은 전혀 명시돼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급 조건 존재 여부의 해석이 문제 될 정도의 관련 문언도 기재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권 변호사 측은 이행각서에 명시적으로 기재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피고는 법률전문가인 변호사로서 처분 문서 작성의 의미와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지급조건을 이행각서의 내용으로 하기로 원고와 합의했음에도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권 변호사와 당시 소속 법무법인이 위자료 6천5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부분은 확정됐습니다.

법무법인은 단독으로 이 씨에게 항소심 수임료의 절반인 220만 원도 물어줘야 합니다.

이 씨는 판결 선고 뒤 취재진에게 "약정금 부분을 파기환송한 것은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며 "(그밖에) 권 변호사가 잘못한 부분을 반박했는데도 기각된 부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 씨의 대리인은 "유족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 것은 (권 변호사가) 법원과 변협에 너무 많은 거짓 해명을 했기 때문인데, 권 변호사가 의도적으로 배임한 부분에 대해 따질 기회는 사라져 아쉽다"며 "권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솔직히 잘못을 고백하고 유족에게 사죄를 드리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다가 2015년 숨진 박양의 어머니 이 씨를 대리해 2016년 가해자들과 학교법인, 서울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1심은 재판에 불출석한 학부모 1명에 대한 청구만 받아들이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이에 이 씨 측이 항소했으나 권 변호사가 2022년 9∼11월 항소심 재판에 세 차례 연속 불출석해 전부 패소했습니다.

당사자가 세 차례 이상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민사소송법에 따른 것입니다.

권 변호사는 5개월간 패소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패소를 몰랐던 이 씨가 상고하지 못해 판결이 2022년 확정됐습니다.

이 씨는 권 변호사의 불성실한 변론으로 재판받을 권리와 상고할 권리가 침해됐다며 2억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권 변호사와 법인이 위자료 5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학교폭력 소송에서 승소했을 개연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1심은 "권 변호사가 두 차례 불출석 후 이를 인지하고 기일지정신청을 했음에도 다시 불출석한 점을 고려하면 거의 고의에 가깝게 주의를 결여한 것으로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상고기간이 지나도록 2심 판결 선고 사실을 알리지 않아 상고 기회를 잃게 만든 것 역시 "고의로 저지른 잘못"이라고 봤습니다.

2심은 1심 위자료보다 늘어난 6천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아울러 법무법인은 이 씨에게 220만 원을 별도 지급하라고 했습니다.

2심은 "원고 입장에서 재산적 이익이 아닌 딸의 사망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장기간 이어온 소송이 소송대리인의 잘못으로 허망하게 끝나고, 이를 소송대리인이 숨기는 바람에 뒤늦게 알게 됐다"며 "허탈감과 배신감이 심대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씨 측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약정금 부분도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한편 이 씨 측은 권 변호사 불출석으로 패소한 학폭 손해배상 소송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다시 열어달라고 법원에 요청해 이달 20일 변론기일이 열렸습니다.

이 씨 측은 재판 불출석 경위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권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일단 증인을 채택하지 않고 내달 24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하면서, 선고 전까지 증인 신문 필요성이 인정되면 추가 기일을 통지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사소송규칙상 소의 취하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당사자는 기일 지정을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법원은 변론을 열어 신청 사유를 심리해야 합니다.

만약 신청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재판 절차를 진행하고, 이유가 없다면 판결로 소송 종료를 선언합니다.

이 씨 측은 만약 소송 종료가 선언된다면 재판받을 권리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한다는 계획입니다.

권 변호사는 '불출석 패소' 사건으로 2023년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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