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 반도체사업부 허팅보 총재
반도체 업계에서 '무어의 법칙'의 한계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화웨이가 '타오(韜)의 법칙'(the Tau Scaling Law)을 제시하고 이에 기반해 2031년까지 트랜지스터 밀도를 높여 공정 수준을 1.4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타이완 TSMC가 2028년 하반기, 삼성전자가 2029년 1.4나노 공정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 반도체 자립·자강의 첨병인 화웨이가 계획대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업계 선두 기업들과의 격차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26일(현지시간)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화웨이 반도체사업부 및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 총재를 맡고 있는 허팅보는 전날 콘퍼런스에서 '반도체의 새로운 경로 탐색 및 실천'이라는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습니다.
무어의 법칙이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드는 '기하·공간적 축소'에 초점을 맞춘 반면, 타오의 법칙은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 신호가 전달되는 시간을 줄이는 '시간 축소'에 주목합니다.
타오는 물리학에서 시간상수를 의미하는 타우(τ)의 중국식 발음이며 시스템 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시간을 가리킵니다.
타오의 법칙은 신호 전달 과정에서의 저항성·전기용량성 부하를 줄여 궁극적으로 트랜지스터 밀도를 높이는 이른바 '로직폴딩' 기술 등을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소자·회로·칩·시스템 등 여러 측면에서의 신호 전달 시간을 줄여 반도체·전자 시스템을 진전시킨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중국이 처음으로 내놓은 반도체 산업 '법칙'이기도 합니다.
반면 기존 무어의 법칙은 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이름을 딴 것으로, 반도체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 수가 약 2년마다 2배로 늘어나 성능도 2배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한때 정설로 여겨졌지만 나노 단위 칩에 트랜지스터의 밀도를 무작정 늘리기 어려워진 상태입니다.
화웨이는 지난 6년간 타오의 법칙에 근거해 이미 반도체 381종을 설계·양산했으며, 올 가을 처음으로 로직폴딩 기술을 완전히 채택한 치린(기린) 칩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타오의 법칙에 기반해 5년 뒤면 트랜지스터 밀도가 1.4나노 공정과 같은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제시했습니다.
허 총재는 발표에서 "지속 가능한 진화를 위한 방법을 찾았다"고 밝힌 뒤 이후 기자들에게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없이 칩 제조 역량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올해 우리는 업계 전체를 놀라게 할 무언가를 준비해왔다. 포화 상태도,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거대한 도약"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올해 겨울 전에 놀라운 것을 선보일 것이다. 큰 도약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화웨이·중신궈지(SMIC)와 TSMC 간 기술 격차가 5년 정도라며 화웨이가 TSMC·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법칙과 기술을 공개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만일 화웨이가 1.4나노 수준 칩을 양산할 수 있다면 ASML의 첨단 EUV 노광장비가 5나노 이하 칩 양산에 필수적이라는 업계의 통념을 뒤집는 일이 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습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막으면서, 이 분야는 중국 반도체 산업 발전의 주요 병목 구간으로 꼽혀왔습니다.
하이실리콘 협력사인 SMIC 주가는 이날 홍콩증시에서 장중 10% 넘게 오른 상태입니다.
다만 화웨이뿐만 아니라 엔비디아·AMD 등 다른 기업들도 무어의 법칙을 대체할 방안을 모색 중이며, 타오의 법칙에 따른 상업적 양산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상하이재경대학 후옌핑 석좌교수는 타오의 법칙이 완전히 새로운지 아니면 모두가 갈 수 있는 길인지 등을 둘러싸고 의문이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첨단 노광장비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아키텍처·알고리즘 등 소프트웨어 기술로 성능 면에서 대등한 수준을 구현하려 하지만, 하드웨어 측면의 기술 난관 돌파를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SCMP는 20여 년간 화웨이의 반도체 사업 확장을 이끌어온 허 총재가 공개 연설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습니다.
허 총재는 이날 '다층 전자 시스템의 시간 축소 이론' 논문도 발표했습니다.
(사진=화웨이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