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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정부 수석보좌관 한인 입양인 일침 "뿌리 찾기, 환상부터 버려라"

미 주정부 수석보좌관 한인 입양인 일침 "뿌리 찾기, 환상부터 버려라"
▲ 로리 말론(한국명 김윤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정부 법무수석실 수석보좌관이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뿌리를 찾는 여정을 시작할 때, 친가족이 무조건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거라는 환상부터 버려야 합니다. 거절당할 가능성을 반드시 마음속으로 준비하고 시작하세요."

백인 남성이 주류인 미국 법조·공직 사회에서 유리천장을 깨고 주지사의 핵심 법률 참모이자 사법 현안을 조율하는 고위직에 오른 한인 입양인이 친가족 찾기를 고민하는 다른 입양 동포들을 향해 던진 뼈아픈 일침입니다.

재외동포청 주최 '2026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참석차 방한한 로리 말론(한국명 김윤애·59) 펜실베이니아 주정부 법무수석실 수석보좌관(Chief of Staff)은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언론과 만나 뿌리 찾기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그는 "이유가 어떻든 친가족이 나를 감당하지 못해 입양을 선택함으로써 이별 상황이 발생했다"며 "말 못 할 사정이나 수치심, 곤란함 등으로 수십 년 뒤 갑자기 나타난 자녀를 선뜻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이유는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를 환대할 거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접근했다가 더 큰 상처를 입지 않길 바란다"며 "운이 좋아 따뜻한 재회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반대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이 현실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단단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김 보좌관은 약 30년간 주 법무부 총괄부국장 등 검사와 변호사로 활동하며 화려한 경력을 쌓았습니다.

1967년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1973년 친가족과 헤어져 여동생 바비(한국명 김경애)와 보육원에 맡겨졌습니다.

이듬해 8월에는 동생과 함께 미국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습니다.

뉴욕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시아인이라고는 오직 자매뿐인 환경이었습니다.

모국과의 연결고리는 그가 로스쿨을 졸업하고 법조인으로서 경력을 시작하려던 1994년에 찾아왔습니다.

동생이 친가족을 찾기 위해 홀연히 한국으로 건너가 끈질긴 추적을 시작했고, 이듬해인 1995년 3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김 보좌관은 "동생의 노력으로 우리의 사연과 어릴 적 사진이 한국의 한 여성잡지에 실렸다"며 "마침 언니(김미애) 아들이 운영하는 이발소에서 우연히 그 잡지를 읽다가 동생들의 얼굴을 알아봤다"고 회상했습니다.

당시 동생으로부터 "언니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고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고 했습니다.

언니는 세자매가 헤어지기 전 찍은 단 한 장의 사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은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긴밀하게 소통합니다.

김 보좌관은 "내 한국 이야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웃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가 한국계 입양인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고위 공직자로서의 리더십을 키웠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하지만 그는 미국 사회에서 소수자라는 배경은 결코 배려나 평가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김 보좌관은 "로스쿨 진학이나 검사 면접을 볼 때 입양인이라는 사실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미국의 직장 면접에서는 사생활이나 배경 질문 자체가 금지돼 있어 오직 시험 점수와 인턴십 성과만이 유일한 평가 기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직업적 평가가 아닌 개인적 내면의 성장 측면에서는 입양인으로서 마주한 환경이 긍정적인 자산이 됐다고 했습니다.

유년 시절 겪은 차별과 외로움이 자신을 역경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존재로 만드는 동력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며 "남들과 다른 배경을 가졌다는 것이 새로운 시야와 균형 잡힌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보좌관은 2016년 남편, 세 자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아이들의 이모와 사촌들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의 모국과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고, 친척들과 만나기를 간절히 원해 이뤄진 방문이었습니다.

그는 자녀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어떻게 물려주고 싶냐는 질문에 "이미 성인이고 독립된 인격체이므로 정신적인 유산을 억지로 주입하거나 강요할 수 없다"며 미국식의 합리적인 교육 철학을 내비쳤습니다.

김 보좌관은 "아이들이 타인에게 친절하고, 책임감 있으며, 열심히 일하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한국 문화를 배우고 사촌들과 연결되는 것은 온전히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행히 아이들이 스스로 그 뿌리를 자랑스럽게 탐색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보좌관은 과거 '도움의 대상'에 머물렀던 한인 입양인들이 이제는 각국에서 오피니언 리더로 성장한 만큼, 한미 관계에서 전략적이고 핵심적인 자산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말하기 전까지 외모만 보면 평범한 한국 여성처럼 보이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뼛속까지 미국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미국인"이라며 "이 특별한 조합은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세계의 간극을 메우고 연결하는 완벽한 다리"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그는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철학에 발맞춰 주 정부 내 다양성과 형평성을 정책과 인사에 반영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 정부 법률 인재 채용을 담당하는 책임자로서 아시아계 여성 등 소수자 인재들을 볼 때마다 반가움을 느끼며, 멘토로서 그들의 공직 진출을 적극 돕고 있습니다.

김 보좌관은 "검사와 공직의 세계는 여전히 백인 남성 중심적이고 치열한 곳"이라면서도 "뿌리를 잊지 않고 자신이 속한 주류 사회에서 실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해 내는 것, 그것이 제가 걸어왔고 앞으로의 세대들이 걸어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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