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집트 벽화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함께 매장된 2천 년 전 이집트 미라가 발견됐습니다.
문학 작품이 단순한 읽을거리를 넘어, 죽은 자를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주술적 도구'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간 15일, 이집트 중부 엘바흐나사 인근 고대 도시 옥시린쿠스 유적에서 해당 미라가 발굴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발굴을 진행한 바르셀로나대학교 연구팀은 유적 내 '무덤 65'에서 비왕족 남성의 미라를 조사하던 중, 미라 외부에 봉인된 점토 꾸러미 속에서 심하게 훼손된 파피루스 조각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무려 6년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이 문서가 약 2천800년 전 호메로스가 남긴 서사시 일리아드의 일부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파피루스에는 일리아드 2권에 등장하는 유명한 '함선 목록'의 구절이 담겨 있었습니다.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그리스 연합군 지휘관들의 출신 지역과 병력, 함선 규모 등을 기록한 대목입니다.
연구진은 파피루스의 접힌 형태와 봉인 흔적을 분석한 결과, 문서가 미라 제작 작업장에서 의도적으로 제작된 뒤 시신 위에 올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발견은 로마 지배 시기 이집트에서 그리스 문화와 이집트 전통이 융합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전통적으로 '사저의 서'나 '호흡의 서' 같은 장례 문헌을 미라와 함께 묻어 죽은 자를 사후 세계로 인도했습니다.
하지만 로마령 이집트 시대에는 그리스 문화가 곧 부와 사회적 지위를 상징했고, 이런 분위기가 장례 풍습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오스트리아 고고학연구소의 역사학자 안나 돌가노프는 일리아드를 함께 매장한 행위가 "이집트식 저승 대신 그리스식 사후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문화적 통행증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이번 발견이 이뤄진 옥시린쿠스 유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대 파피루스 발굴지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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