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강압 수사를 받은 고 홍성록 씨 유족에게 국가가 7,7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06단독 안동철 부장판사는 오늘(15일) 홍 씨의 자녀 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원고들에게 각각 3,8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청구액은 총 4억 7천여만 원이지만, 이 가운데 16% 수준만 인정된 겁니다.
지난 3월 재판부는 화해 권고 결정을 통해 국가가 유족들에게 각 1억 8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는데, 피고 측인 법무부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날 선고가 이뤄졌습니다.
홍 씨의 유족 대리인인 재심 사건 전문가 박준영 변호사는 선고 직후 "누구로부터도 사과 받지 못한 상태로 낙인 속에서 산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피해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 있는 모습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러한 기대와 상당히 거리가 먼 판결"이라며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홍 씨는 1987년 5월 10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가 약 일주일간 구속영장 없이 외부와 단절된 채 감금돼 조사받았습니다.
당시 형사 10여 명이 야간에도 교대로 홍 씨를 신문하면서 서류철로 홍 씨의 머리를 내리치는 등 폭행이 있었고, 홍 씨는 불법 구금됐던 152시간 중 세 차례에 걸쳐 총 19시간만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습니다.
이러한 가혹 행위를 거쳐 경찰은 홍 씨에게서 화성 연쇄살인 3·5·6차 사건에 대해 허위 자백을 받아냈고, 범행 당시 활용 도구 등 증거물을 조작하기도 했었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경찰은 이후 언론에 홍 씨의 자백을 받았다고 발표했고, 당시 언론은 홍 씨의 얼굴을 공개하며 가출한 부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 정신이상자·변태성욕자로 보도했습니다.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은 결국 홍 씨를 석방했는데, 이후에도 홍 씨의 직장, 이웃을 찾아가 탐문수사를 이어가면서 홍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습니다.
또, 경찰은 당시 만 10세, 7세였던 홍 씨의 자녀들에게도 수사 과정에서 "아빠를 보고 싶으면 똑바로 하라"며 윽박지르는 등 강압 수사를 이어갔다고 변호인단은 설명했습니다.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알코올에 의존하던 홍 씨는 간경화, 간암을 진단받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다가 지난 2002년 3월 숨졌습니다.
이후 2019년 이춘재가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졌지만, 홍 씨는 생전 명예를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낙인 속에서 힘들게 살아온 삶의 고통을 이렇게 몰라주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면서 "아쉬운 판결이지만 이 판결을 통해 화성 연쇄살인 사건으로 억울하게 수사받은 분들이 권리를 주장할 길이 열려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약 20년간 복역한 윤성여 씨와 그 가족들은 지난 2022년 총 21억 7천만 원의 국가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당시 법무부가 윤 씨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 1심에서 인정된 배상액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9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뒤 암으로 숨진 고 윤동일 씨의 재심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윤 씨의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관련 변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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