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중국 회사로 이직을 앞두고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의 반도체용 초순수시스템 관련 기술을 유출한 직원에게 '산업기술 유출'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오늘(14일)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산업기술보호법 무죄 부분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초순수시스템 시공 관리와 발주처 대응을 담당하던 A 씨는 지난 2019년 1∼2월 초순수시스템 설계 탬플릿과 도면, 제어 알고리즘, 시방서 등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A 씨는 그해 2월 중국 반도체 컨설팅 회사 '진세미'에 초순수 담당자로 이직하고자 퇴사하면서 회사 자료를 자기 개인 이메일로 발송하거나 출력해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초순수는 불순물이 거의 없는 물로,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불순물과 오염물질을 씻는 데 사용됩니다.
이차전지와 디스플레이를 생산할 때도 쓰이며 화학산업과 의료·바이오산업에서도 사용되는 등 첨단산업 필수 자원입니다.
A 씨는 마찬가지로 진세미로 이직한 전직 삼성디스플레이 직원 B 씨의 부탁을 받고 초순수시스템 운전매뉴얼 등을 넘긴 혐의도 받았습니다.
B 씨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3년, B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은 "회사가 초순수시스템 기술의 연구·개발을 위해 투입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부정한 방법으로 탈취하는 것일 뿐 아니라 건전한 경쟁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국가 산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습니다.
1심은 다만 A 씨가 유출한 초순수 기술이 산업발전법에서 보호되는 '산업기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2심은 검사와 A 씨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B 씨는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습니다.
이날 대법원은 A 씨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2심은 반도체용 초순수 기술은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첨단기술 및 제품의 범위' 고시에 열거된 첨단기술 범위에 속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고시에 열거된 첨단기술 중 '담수' 분야는 해수 담수화 기술을 뜻하고, 반도체용 초순수 기술은 공업용수 처리 기술이어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분류에서 '담수'의 의미는 처리수의 활용 목적이 담수인 경우뿐 아니라 원수의 종류가 담수인 경우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어떤 정보가 산업발전법에서 보호되는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는 그 정보를 통해 대상 기관이 산업 발전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을 가지는 등 산업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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