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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순직' 임성근 1심 판결문 입수…"위험 알고도 묵인…성과만 독려"

[단독] '채 상병 순직' 임성근 1심 판결문 입수…"위험 알고도 묵인…성과만 독려"
▲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지난 2023년 7월 안전 장비 없이 수몰 실종자를 수색하던 고 채수근 상병이 순직한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에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오늘(8일) 오전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SBS가 입수한 판결문에는 순직 사건 책임을 회피하려는 임 전 사단장 측 주장을 재판부가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유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근거들이 구체적으로 담겼습니다.
 

"수중 수색 위험성 알고도 묵인·방치"

재판부는 "사고 당시 작전 현장이었던 경북 예천군 일대는 집중호우로 하천이 불어나 유속도 매우 빠르고, 토사가 하천에 유입되면서 수심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였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안전장비 없이 하천 안에 들어가 수색을 실시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은 당시 현장을 본 지휘관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전제했습니다.

재판부는 "원소속 부대장으로서 예하 지휘관들에게 실질적인 지휘 권한을 행사한 피고인(임성근)은 해병대원들이 안전장비 없이 수중 수색을 진행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성을 예견해 박상현 전 해병대 7여단장을 통해 수중 수색을 일체 금지시키거나, 작전통제권자인 육군 50사단장에게 이를 알리는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었으나, 이를 그대로 묵인, 방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작전통제권자가 아니어서 작전 지침을 변경할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임성근)은 작전통제권자가 아님에도 종일 수색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이 사건 작전 지속 여부, 수색 방법 등에 관하여 각종 지시나 지침을 하달했다"며 "자신의 지시로 인해 발생한 안전상 위험을 적극 통제해 안전사고 발생을 막아야 할 법령상, 사실상, 조리상 의무를 가진다"고 반박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 측은 현장 지도 당시 보병71대대장에게 '하천 5m 이내로 접근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재판부는 "'사단장 지침', '사단장 지시 사항'으로 전파된 내용 가운데 이러한 지시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사실과 다르다고 봤습니다.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 해병대원 실종
 

"'안전장비 미비' 조치 없이 성과만 독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순직 사고 전날인 2023년 7월 18일 아침 8시 5분 현장지휘소에서 구명환 등 안전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사실을 직접 박 전 여단장에게 보고받았던 걸로 조사됐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언급하면서 "해병대원들이 18일에 아무런 장비 없이 물속에 들어가 수색했다는 점도 알고 있었음에도 달리 작전 동안 구명조끼나 로프 등 안전 장비를 추가 확보해 지급하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산하 부대의 수색 성과를 독려하는 데만 몰두했던 임 전 사단장의 행태도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14박 15일' 포상휴가를 언급하면서 성과를 독려하고, (해병대) 포병부대를 보병부대와 비교하며 반복적으로 질책하는 등 적극적·공세적 수색을 지시했고, 이러한 강력한 압박이 누적돼 최진규 전 해병대 포11대대장이 여단장 VTC 회의 종료 후 진행된 포병여단 자체 결산 회의에서 '허리 깊이까지 들어간다'라고 결정하게 된 주요한 계기가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최소한의 안전 지침인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지침을 별도로 전파하지 않았다"면서 "직접 또는 박 전 7여단장을 통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언급만 했더라도 포병부대가 위와 같은 일련의 상황에서 수중 수색을 감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고 채 상병을 구조할 만한 로프 등이 없어서 떠내려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동료 대원들의 진술을 언급하면서 "구명조끼나 로프 등 안전 장비가 제대로 갖춰진 상태였다면 피해자들이 물에 빠지더라도 동료 대원들이 이를 이용해 신속히 피해자들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므로 사상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부하 탓' 돌렸지만…"사고 인과관계 인정"

임 전 사단장 측은 "최 전 포11대대장의 '허리 깊이' 지침 결정을 임 전 사단장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면서 "상부의 지침을 왜곡·확대해 전파한 결과 이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임 전 사단장, 자신의 책임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포병부대가 수색 2일 차 피고인의 현장 방문을 앞둔 상황에서 피고인(임성근)의 질책을 만회하기 위해 입수 범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역시 32년의 해병대 복무 경력을 갖춘 피고인으로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최 전 포11대대장이 허리까지로 입수 범위를 확대시켰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임성근)이 이미 무릎 깊이의 수중 수색을 인지·묵인한 이상, 무릎 깊이와 허리 깊이로 수색하는 것은 위험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지 않다"고 재판부는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1) 집중호우 이후의 하천은 발을 잘못 내디디면 수심이 급변해 허리나 가슴 높이까지 순식간에 물이 차오를 위험성이 있었던 점, 2) 사고 당시 대원들은 바닥을 찌르면서 전진하며 수색하던 중에 하상이 붕괴하면서 급류에 휩쓸린 건데, 무릎 깊이에서 수색한 경우라도 같은 사고 가능성이 있었던 점, 3) 대원들이 모두 수중에서 거동을 어렵게 만드는 장화를 착용한 채 수색하고 있어서 위험이 가중된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고인(임성근)이 18일 이뤄진 사단장 VTC 회의를 통해 도로정찰 방식 수색을 일률적으로 배제한 것은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분명한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고, 이러한 점에서도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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