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측)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우측)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이 이란을 둘러싼 중동 정세에서 다시 한번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외교적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과 이란이 지난달 2주 휴전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중재 외교 역시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 美, "中, 이란 설득하라"…中, 안방으로 이란 외무 초청
이번 중재외교는 미국이 먼저 중국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중국이 이에 호응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와 관련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동시에 중국이 이란 군사력의 자금원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입니다.
특히 이번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중국을 향한 공개 압박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의 압박 때문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중국은 곧바로 이란 외무장관을 안방으로 초청했습니다.
중국 신화통신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6일 베이징을 방문해 이날 오전 왕이 외교부장(장관)과 회담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아라그치 장관의 방중 발표문에 '잉야오'(應邀·초청에 응해)라는 표현을 사용해 자국의 요청으로 성사된 방문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란 외무장관의 방중은 2월 말 이란전 개전 이후 처음으로,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사실상 중재 국면을 주도하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 중국의 속내…실리·명분 챙기기
중국이 중동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우선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될 경우 미국이 해당 해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에너지 수송로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실제 중국은 이란 원유의 최대 구매국으로, 지난해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이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서 중동과 유럽을 연결하는 핵심 거점이라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쟁 장기화는 에너지·인프라 협력 등 기존 투자 전반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중국은 달러 중심의 금융 질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위안화 기반 거래를 확대하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란이 위안화나 암호화폐로 해협 통행료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페트로 달러' 체제 약화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중국으로서는 이란에 대한 기존 투자 이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2021년 왕이 부장의 테헤란 방문을 계기로 체결된 '25년 협력 협정'에 따라 중국은 약 4천억 달러(약 583조 원)를 투자하는 대신 이란산 원유를 저렴하게 공급받기로 했습니다.
이란 정세가 급변할 경우 이러한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이해관계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분쟁 해결 과정에서 '책임 있는 대국'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뚜렷합니다.
중재 역할을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입니다.
상하이국제문제연구원 중동연구소의 류중민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중국은 일관되게 건설적인 역할을 했다"며 "이번 아라그치 장관의 방중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습니다.
◇ 중국의 중재외교, 이번에도 통할까
중국의 중재 행보는 이미 일정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이 물밑에서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제기됩니다.
왕이 부장은 지난 달 휴전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관련국들과 26차례나 통화하며 중재 노력을 기울였고,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를 겨냥하는 '균형 외교'를 펼쳤습니다.
다만 이번 외교 행보가 실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효과를 둘러싸고는 한계를 지적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4∼15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행사에서 "나는 2주 이내에 시 주석을 만나러 갈 것"이라며 "이는 매우 중요한 방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란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만 해법을 둘러싼 시각 차이는 분명합니다.
미국은 제재를 포함한 고강도 압박을 선호하는 반면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한 보다 실용적인 해결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리밍장 싱가포르 난양이공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중국을 통해 이란에 더 큰 압력을 가해 양보를 끌어내거나 굴복시키길 기대하지만, 중국이 이란과의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중국은 외교 방식을 통해 간접적인 압박을 강화하려 할 것이고, 이란은 중국의 입장과 대이란 지원 의지를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