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일본 총리
일본의 장기연휴(골든위크) 기간 베트남과 호주를 순방지로 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주의적 움직임을 확대하는 중국에 맞서 역내 주요국과의 안보 협력 강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에 방위장비 확충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베트남·호주와 에너지·중요 광물의 전략 자원화에 맞선 경제 안보 협력을 한층 공고히 할 구상도 내놨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이 이란과 전쟁에 치중하면서 인도·태평양에 배치했던 미군 군사력을 중동으로 배치하며 생긴 '힘의 공백'과 이를 틈 탄 중국의 위협을 우려하는 점에서 일본과 호주는 특히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5일 분석했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일본에 배치돼 있던 항공모함과 미군 전력을 중동 지역으로 파견한 사실을 거론하며 중국은 타이완 주변이나 남중국해에서 위협적인 군사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고 해설했습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 신문에 "중국이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동맹국 연대가 중요하다"고 다카이치 총리의 호주 방문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호주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호주, 영국과 체결된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재검토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미국의 역내 군사 억지력에 의문을 던지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습니다.
아사히신문도 일본과 호주의 군사적·경제적 안보 협력 강화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중의 움직임이 있다고 지목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관여가 불안해지고 중국의 군사 활동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호주 모두에 상호 관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 국민 사이에서도 미국에 군사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아사히가 일본 유권자 1천827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미일 안보 체제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유권자 48%만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일본은 다카이치 총리가 연휴 기간 방문한 베트남·호주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남중국해 주요 국가들과의 방위 협력 강화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지난 4일 샤프리 삼수딘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공개 회담을 통해 해양 안전 보장을 위한 고위급 대화 창구 설치, 공동 군사 훈련과 군사 정보 보호 등에 관해 협의했습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방위 협력 및 방위장비 수출에 관해 논의하는 데 이어 6일에는 미군과 필리핀군의 연례 연합군사훈련 '발리카탄' 현장을 시찰할 예정입니다.
이날 훈련에는 일본 자위대가 88식 지대함 유도탄(SSM-1)을 사용해 퇴역함을 격침하는 대함 전투 훈련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최근 살상무기 수출을 원칙적으로 허용한 일본이 베트남에서 호주에 이르는 인도·태평양 주요 국가들과 안보 협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역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4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회담 뒤 살상무기 수출 빗장을 푼 방위장비 이전 3원칙 개정 등과 관련한 기자단 질문에 "지역 평화에 중요한 것으로 (일본은) 어디까지나 전수 방어(수동적 방어에 입각한 국토 방어 전략)의 사고방식에 따라 방위장비를 정비하고 있다"고 반론을 폈습니다.
그는 "일본은 항공모함이나 폭격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타국 영역 내에 들어가 공격하는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공백을 역내 주요국들과 방위 협력 수준을 강화해 메우려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도 동참 의사를 타진할지도 주목됩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쯤에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과 '셔틀 외교'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일본이 인도·태평양 내 방위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구상을 한국 정부에도 타진할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일본 언론은 최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고이즈미 방위상이 다음 달 말 한국을 방문,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방위 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한편 한미일 안보 협력의 추가 추진 상황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필리핀이 유사시 정보를 사이버 네트워크상에서 긴밀히 공유하고 합동 군사작전에 나서는 '킬 웹'(kill web)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살상무기 수출을 허용하기로 한 일본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경제 안보 협력을 향한 보폭을 확대하는 움직임에 대해 주요 견제 대상으로 꼽히는 중국은 '군사 대국화 회귀 움직임'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다카이치 총리의 베트남 방문 전인 29일 다카이치 총리가 주창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구상에 대해 "진영 대결을 조장하는 행위"라고 비난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베트남 방문 당시 하노이대 연설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에 기반한 신 외교 정책을 발표하면서 "자유와 개방성,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구축을 위해 지금까지보다 더 주체적인 역할을 다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개발도상국에 방위장비, 즉 무기를 제공하는 '정부 안전보장 능력 강화 지원'(OSA) 제도 구상을 새로이 밝혔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