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생후 8개월 된 아들의 머리를 TV 리모컨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30대 친모가 오늘(1일) 구속됐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 안에서 왜 우리 아이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는 걸까요. 저희 취재진이 최근 3년 간 아동 학대로 숨진 사건들의 판결문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제희원 기자입니다.
<기자>
아동학대 살해 혹은 아동학대 치사가 적용된 형사 판결문 83개 1,082쪽을 AI를 활용해 분석해 봤습니다.
'마구 때리다' '던지다' '방치하다' '눌러 질식시키다' 판결문에 언급된 학대 행위로는 이런 단어들이 자주 반복됐습니다.
학대는 대부분 사소한 이유로 시작됐습니다.
'잠을 잘 안 잔다' '계속 운다' 보챈다' 이런 평범한 일상들이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폭행의 명분이 됐습니다.
재판 단계별로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50명.
가해자 대부분인 76%가 친부모였고 보호자 역할을 했던 부모의 지인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학대 끝에 숨진 34명은 생후 7일 된 신생아부터 16살 청소년까지 전 연령에 걸쳐 있었는데, 특히 구조 요청을 하기 어려운 한 살 이하 영아가 전체의 80%에 달했습니다.
상당수 사건은 단발적인 폭력보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수년 동안 누적된 학대 끝에 아동의 사망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2022년 숨질 당시 몸무게가 7kg에 불과해 흡사 미라와 같은 모습이었던 가을이의 20대 친모는 배가 고프다는 아이를 때려 가을이 눈이 멀게 했고 숨지기 직전 6개월 간은 하루 한 끼 분유만 먹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친모와 이웃 지인에게 잔인하게 학대당해 숨진 16살 여준이도 숨지기 전 3년 동안 나무 막대기와 철제 옷걸이로 맞았고 뜨거운 물을 붓는 고문까지 당해 결국 외상성 쇼크로 숨졌습니다.
[박주영/부산지법 부장판사 : 핵심은 처벌하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제일 답답한 건 뭔가 하면 컨트롤타워가 없어요. 아동 학대만큼은 '우리가 그냥 묵과하지 않겠다'라는. 다른 건 몰라도 애들 목숨은 지켜야죠.]
선고 형량은 천차만별입니다.
장기간 누적된 학대와 직접 폭행 등으로 살해의 고의가 인정된 사건들의 경우 징역 20년~30년대 중형이 선고됐지만, 출산 직후 유기되거나 방치된 사건들은 징역 2년 6개월 전후의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반복됐습니다.
(영상취재 : 박진호, 영상편집 : 소지혜, 디자인 : 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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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사회부 제희원 기자와 더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Q. 아동학대 판단 이후 수사는?
[제희원 기자 : 네, 지난달 경기 양주에서 숨진 세 살 아이의 경우 넉 달 전에도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수사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지난 2년 간의 학대 정황이 확인된 건 아이가 숨진 이후였는데요, 양주뿐만이 아니라, 지난해 전국에서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만 4천5백 건 가까이 됐는데, 이 중 수사가 진행된 건 6천7백여 건으로 넷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최근 3년간 아동학대로 중상해에 이르거나 숨진 아동 가운데 경찰 단계에서 수사가 멈춘 건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Q. 아동학대, 해외는 어떻게 막나
[제희원 기자 : 선진국들은 아이를 구하는 일에 지나친 개입이란 없다는 관점으로 아동 학대 문제를 접근합니다. 독일은 위험 징후가 포착되면 청소년청 공무원이 가정을 방문하고 필요시 가정 법원 연계로 적극 개입합니다. 미국도 주마다 차이는 있지만 고위험 신고에 대해 24시간 내에 조사에 착수하는 곳이 많습니다. 사후 처벌 이전에, 여러 기관이 발 빠르게 협력해서 아이를 어떻게 안전하게 보호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겁니다. 아동학대 대응 체계가 여러 기관으로 흩어져 있어서 이를 책임감 있게 이끌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는 우리와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영상편집 : 소지혜, 디자인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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