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앤트로픽의 '클로드 디자인' 출시는 아이디어 구상부터 디자인, 개발, 배포에 이르는 앱 제작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처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피그마, 어도비와 같은 기존 디자인 툴 기업들의 주가를 하락시키는 등 디자인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캔바는 AI 모델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편집하고 유통하는 최종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적 협업을 통해,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도구로서 AI 시대에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AI 기술 발전으로 단순 반복 디자인 작업 수요는 감소하고 있으나, AI를 활용하여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고 AI 결과물에 대한 전문적인 판단력을 갖춘 디자이너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하고 있어, 디자인 업무의 재조정과 AI 활용 능력 습득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앤트로픽의 질주가 무섭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클로드 디자인을 앞세워 이제는 디자인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하고 있죠. 문제는 이게 단순히 신기능 하나가 추가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제 디자인이라는 일 자체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으니까요. 오늘 오그랲에서는 앤트로픽의 클로드 디자인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도대체 클로드 디자인이 무엇인지, 또 이 변화가 디자인 산업과 디자이너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게 될지 데이터와 그래프를 통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앤트로픽의 무서운 확장... 디자인까지 넘본다
앤트로픽이 출시한 클로드 디자인은 자신들의 최신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 4.7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입니다. 일단은 유료 구독자에게 먼저 제공해주고 있는데요. 이 도구를 이용하면 프로토타입 디자인부터 발표용 PPT, 카드뉴스, 웹페이지 디자인까지 만들 수 있어요. 사용자가 프롬프트에 필요한 사항을 입력하고 설명해 주면, 클로드 디자인이 초안을 뚝딱 생성해 줍니다. 그 이후에는 대화로 피드백을 해주거나 수정할 부분에 댓글을 남기거나, 때로는 사용자가 직접 편집을 통해 결과물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죠.
실제로 클로드 디자인에 오그랲 디자인 자료를 넣어봤습니다. 이렇게 오그랲 디자인 파일과 스크린샷 등을 제공하고, 발표 자료로 쓸 PPT 템플릿과 카드뉴스 디자인을 요청해 봤습니다.
이번 클로드 디자인 출시는 단순히 앤트로픽의 사업 영역이 확장됐다는 의미로 그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로써 앤트로픽은 자신들의 플랫폼 안에서 개발의 A부터 Z까지 다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거니까요. 클로드 모델들과 대화하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발전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프로토타입 디자인을 진행하고, 완성된 디자인을 패키지로 정리해서 클로드 코드에 전달하면 실제 구현까지 가능해졌습니다. 아이디어 – 디자인 – 개발 – 배포로 이어지는 애플리케이션 제작 사이클이 이제 앤트로픽 제품 안에서 모두 가능해진 겁니다.
이런 도구가 세상에 등장하자 피그마나 어도비 같은 디자인 기업들의 주가는 추락해 버렸습니다.
피그마뿐일까요? 어도비 역시 올해 들어 30% 가까이 주가가 하락한 상태입니다.
사실 두 기업은 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경쟁 상대였습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를 기반으로 전통적인 디자인 시장에서 압도적 강자였던 어도비. 피그마는 협업 기반 툴로 UI와 UX 디자인 영역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어도비의 대항마로 떠올랐죠. 2022년엔 어도비가 피그마를 먹으려 했지만, 반독점 규제에 막혀 무산되기도 했고요. 이런 경쟁 관계에 있던 두 기업은, 앤트로픽의 클로드 디자인이 등장하면서 한배를 탄 처지가 되어버린 겁니다.
참고로 앤트로픽의 CPO인 마이크 크리거가 2025년 7월부터 피그마 이사회에 합류해 있었어요. 마이크 크리거는 인스타그램의 공동창립자로, 2018년까지 인스타그램에서 CTO를 역임한 잔뼈 굵은 엔지니어죠. 2024년 5월에 앤트로픽에 합류했고, 피그마 이사회까지 들어갔던 건데, 최근 조용히 피그마 이사회에서 물러났고, 그로부터 3일 뒤에 클로드 디자인이 출시되면서 여러 해석이 나오기도 했죠.
AI 내재화 전략 썼던 디자인 기업... AI 기업 상승세에 '멘붕'
사실 디자인 프로그램 기업들을 단순한 피해자라만 보긴 어렵습니다. 피그마, 어도비 모두 AI를 자신들의 무기로 쓰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거든요.
피그마도 비슷한 행보였어요. 신규 도구를 업데이트하면서 AI 기능들을 적극적으로 선보였죠. 어도비처럼 자체 모델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앤트로픽 모델 같은 프런티어 모델을 적극적으로 탑재했어요. 작년 5월에 공개한 피그마의 AI 기능들은 투자자들의 기대와 관심으로 이어졌고, 그 흐름이 상장 당시의 흥행으로 이어졌던 거죠. 작년 10월엔 AI 스타트업을 인수하면서 기술 내재화를 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AI 내재화 전략은 AI 기업의 모델 업데이트로 의미가 없어져 버렸죠. 핵심은 AI를 얼마나 빨리 붙였느냐가 아니었어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출발점 자체가 달랐다는 데 있죠.
디자인 회사에서 만드는 새로운 AI 도구들은 결국 더 좋은 디자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이용자를 늘리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AI 회사에서 만든 디자인 도구는 어떨까요? AI가 알아서 디자인을 해주니 애초에 디자인 프로그램 자체를 쓸 필요가 없게 만들어버립니다.
더 좋은 주방을 만들어서 요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던 회사 옆에서 AI 회사는 "요리할 필요 없이 원하는 메뉴 말만 하면 뚝딱 나옵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식인 거죠. 주방이 아무리 좋아져도, 완성된 음식이 바로 나오면 굳이 직접 요리할 이유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다만 모든 디자인 기업들이 울상인 건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 디자인 툴 가운데 가장 분위기가 좋은 캔바는 전혀 다른 쪽으로 움직였으니까요. 기존의 어도비와 피그마가 디자인 전문가들을 위한 툴이었다면, 캔바는 애초에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노렸어요. 그러다 보니 AI가 점점 발전하면서 전문 디자인 스킬의 필요성을 줄일수록 캔바 입장에선 이용자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실제 데이터로 확인해 봐도 캔바의 이용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캔바의 선택이 어도비, 피그마와 다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앞선 기업들이 AI를 자사 툴 안에 붙여 경쟁력을 높이려 했다면, 캔바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편집하고 유통하는 최종 작업장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거죠. AI 모델을 직접 이기려는 게 아니라 AI 모델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최종적으로 머무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전략인 겁니다.
그리고 이런 선택이 가능해진 건, 이미지와 영상을 생성해 내는 AI의 품질이 이제 실제 작업의 시작점이 될 정도로 올라왔기 때문이고요. 특히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이 변화를 더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AI 슬롭 소비가 가장 많았던 나라였거든요.
그런데 최근 모델들은 바로 그 약점을 빠르게 보완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사례가 LM 아레나에 공개된 덕트 테이프라는 모델이죠. 기존 이미지 생성 모델에서 깨졌던 한글도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문맥에 맞는 디자인도 이렇게나 완성도 있게 만들어내죠.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덕트 테이프를 오픈AI의 신규 모델로 예측했는데, 오픈AI는 지난 21일, 실무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뛰어난 성능의 신규 이미지 모델인 챗GPT 이미지 2.0을 정식 공개했어요.
디자인 직무 정의를 바꾸는 AI... 디자이너의 미래는?
당장 이렇게 되자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사실 디자이너만의 고민과 문제는 아니죠. AI가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이미지뿐 아니라, 글과 코드도 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AI가 이미지 생성이라는 산을 가장 늦게 넘은 셈이죠. 앞서 글을 쓰던 사람들, 코드를 작성하던 개발자들이 AI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디자이너 역시 직접적인 파도를 맞게 되었습니다.
코딩의 흐름이 바이브 코딩으로 넘어간 것처럼, 디자인 역시 바이브 디자인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클로드 디자인 출시 앞서 구글은 스티치라는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구글은 '바이브 디자인'을 언급했어요. 이용자가 말만 하면 AI가 알아서 다 디자인해 주니까 흐름에 맡기면 된다는 거죠.
피그마의 프로덕트 디자인 매니저 출신이자, 지금은 클로드 디자인 헤드인 제니 웬의 발표 제목이 아예 '디자인 프로세스는 끝났다' 일 정도로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요. 다만 단순히 디자이너에게 미래가 없다는 게 아닙니다. 디자인의 업무 자체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AI의 파도는 특정 직군만의 문제가 아닐 겁니다. 개발자를 넘어 디자이너까지 닥쳐온 이 변화는 앞으로 더 많은 산업으로 번져가겠죠. 그때마다 공포심에만 사로잡혀 있으면 제대로 대응하기는 더 어려워질 겁니다. 결국 필요한 건 새로운 기술을 외면하는 게 아니라, 그 기술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빠르게 찾아내는 거겠죠. 물론 이걸 개인의 문제로만 돌려선 안될 겁니다. 사회와 국가 역시 교육과 안전망, 그리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이 거대한 변화를 버텨낼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고자료
- The Top 50 Gen AI Web Products, by Unique Monthly Visits | a16z
- AI Slop Report: The Global Rise of Low-Quality AI Videos | Kapwing
- Who Is AI Replacing?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Online Freelancing Platforms | Ozge Demirci [et.al]
- In-Demand Skills 2026: A Market View of Skills Demand in an AI Economy | Upwork
- el.cine(@EHuanglu) | X
- Introducing "vibe design" with Stitch | Google Labs
- The design process is dead. Here's what's replacing it. Jenny Wen (head of design at Claude) | Lenny's Podcast
- Jenny Wen: The design process is dead. Why Designers can no longer trust it | Hatch Conference
글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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