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교내 흡연구역서 불..교장이 허락한 곳?
02:43 깊어진 갈등의 골, 여전한 교내 흡연
03:45 흡연구역 마련은 어쩔 수 없는 선택?
1. 교내 흡연구역서 불..교장이 허락한 곳?
'작은 꽁초 하나가 모든 것을 앗아간다'는 불조심 포스터. 우리 모두 어릴 적부터 봐 왔죠. 실제로 담배 꽁초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화마로 돌변하는 상황도 수없이 겪었고요. 하지만 그 장소가 고등학교인 경우는 드뭅니다. 초중고교 교내 모든 구역은 법적으로 금연구역이니까요. 하지만 충북 제천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지난 23일 점심시간에 학생 2명이 교내 창고 옆 공터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이 난 겁니다. 무릎 높이까지 올라온 불길에 벽면은 검게 그을렸고, 50L짜리 쓰레기봉투도 위쪽 손잡이 부분을 빼고 모두 불탔습니다. 에어컨 실외기 전선 피복도 녹았는데요. 조금만 늦게 진화됐다면 더 큰 불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던 거죠. 그런데, 당시 학생들이 담배를 피운 장소가 교장이 학생들에게 담배를 피우라고 사실상 묵인해준 장소라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학생과 교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17명뿐인데, 이중 약 2/3는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인 걸로 전해졌는데요. 이렇게 흡연율이 높다 보니, 결국 지난해 가을 교장선생님이 훈화 말씀에서 '담배꽁초를 잘 처리하라'고 말하면서 해당 공간에서의 흡연을 사실상 허락했다고 학생들은 말했습니다.
[A학교 학생 : 그쪽(창고 옆)에서만 피우라고 말씀을 해주셨어요. '담배를 피우되 그 쓰레기만 잘 처리해라' 이렇게 얘기하니까 애들은 더 피웠던 것 같아요.]
교장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A학교 교장 : 제가 무슨 뭐 못할 말을 한 게 아닌 거고 그걸 가지고 '흡연을 묵인했다, 조장했다'로 연결하는 건 정말 보시기에도 비약이죠?]
문제는 교장 본인도 교내에서 담배를 피워왔단 점입니다.
[A학교 교장 : 창고 쪽에서 (담배를) 태운 적이 있는데요. 수업할 때 가끔 이제 하곤 했었죠.]
담배를 안 피우는 나머지 1/3의 학생들은 담배 연기에 고스란히 노출돼왔던 건데요. 취재 결과, 지난해부터 담당 교육청에 그간 최소 네 차례에 걸쳐 교직원과 학생들이 교내에서 흡연한다는 민원이 접수된 걸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교육청은 한 번도 학교 현장 조사에 나서지 않았고, 그 사이 교내에선 화재까지 발생했고요. 불이 난 이후 학교의 대응 방식도 논란인데요. 교장이 다른 학생들 앞에서 화재 장면을 촬영한 학생에게 고성을 지르고,
[A학교 학생 : 순간적으로 무서워서 저는 촬영한 거죠.]
[A학교 교장 : 무섭다고 촬영을 하진 않지. 가 있어 볼래! 교장실에 가 있어!]
해당 학생 부모에겐 '학교가 좋은 일도 아닌데 홍보되고 있다', '현명한 판단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 겁니다.
2. 깊어진 갈등의 골, 여전한 교내 흡연
보도 이후 가장 걱정됐던 건 화재 장면을 찍은 학생이었습니다. 이 학생은 SBS 보도 이후 다른 학생으로부터 폭행도 당할 뻔했는데요. 왜 제보해서 피해를 주냐는 거죠.
[A학교 학생 : (동급생이) '너 장난치냐, 너 뉴스에 왜 제보하냐' 이러면서 저한테 주먹질을 이렇게 했어요. 제가 그때 뒤로 확 뺐어요.]
결국 이 둘은 학교에서 분리 조치됐고요. 흡연하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 간의 골이 깊어지자, 학교 측은 다음 달 초로 예정된 현장체험학습도 유보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화재 이후 학생들 사이에 이처럼 많은 변화가 생긴 것과 달리, 교내 흡연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한데요. 교내 다른 공터에선 여전히 공공연하게 흡연이 이뤄지고 있는 걸로 전해집니다.
[A학교 학생 : 전이랑 똑같이 4명, 3명 이렇게 무리 지어서 다니면서 쓰레기장 쪽에서 담배 피우고 오고, 근데 선생님들은 그냥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뒤늦게 현장조사에 착수한 교육청은 교장에게 소명서 제출을 요구했고, 새로운 흡연 구역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 흡연구역 마련은 어쩔 수 없는 선택?
사실 보도가 나가면 교내에 암묵적인 흡연구역이 마련된 데 대한 공분이 이어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요. 하지만 가장 많은 호응을 얻은 댓글은 "오죽하면 거기서 피우라고 했겠냐"는 거였습니다. 담배 피울 학생들은 교내 흡연을 막더라도 다른 곳에 숨어 흡연할 수 있으니, 교장이 더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차선책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거죠. 교장도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A학교 교장 : 버젓이 막 담배를 피우러 저쪽으로 가요. 가을이 되면 낙엽이 너무나 많아요. 너무 위험하다 그래서 (거기서) 그런 담배 피우지 말라는 거지.]
전교생이 17명밖에 없는 지방 학교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토로했고요.
[A학교 교장 : 교칙대로 하면 이대로 다 퇴학되고 지금 아무 아이들도 없을 수도 있어요. 선생님들이 정말 도 닦듯이 지도를 합니다. '학교라도 잘 졸업을 시키자'하는 생각들이 대부분이세요.]
"학생들에게 매를 들면 고소당할 건데, 나 같아도 모른 척 하겠다", 기사 반응 중 눈길을 끈 또 다른 대목이었습니다. 지난해엔 전북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교 밖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던 학생을 발견해 촬영하고 이를 토대로 징계를 추진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일도 있었죠. 갈수록 교권이 약화하는 상황에서, 금연 지도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A학교 교장 : 대놓고 피우는 그 경우도 있잖아요. (금연 지도를 하면) 걔들이 '아, 네'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또 뭐라고 하면 아동학대를 했다….]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을 보도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교내에서 흡연한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히 잘못된 거고, 현행법을 위반한 행동이니까요. 또, 이 논리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학생들이 받는 피해를 정당화하는 것도 아니죠. 결국 핵심은 학생들이 금연할 수 있기 위한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되는 겁니다. 이번 화재 이후, 교육청은 학교에 흡연 예방 교육을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는데요 아직까지 이뤄진 건 이런 것뿐이었습니다.
[A학교 학생 : 예방 교육 (영상) 같은 거 봤어요. 남자가 여자보다 (담배를) 더 많이 피운다, 피우면 폐암 걸린다, 이런 거….]
전문가들은 이런 원론적인 교육보다 질적인 상담과 의료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신현영 /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금연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금연 상담, 다양한 금연 보조제를 제공하는 것 등 의료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교내 흡연은 비단 이 학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대한민국 교정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선생님들은 입을 모으는데요.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이 증폭되고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학생 모두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교육 현장이 근본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사건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취재 : 조민기,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홍진영, 디자인 : 이정주,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이대로는 다 퇴학…정말 도 닦듯이"…학생 담뱃불로 '활활', 취재해보니 '반전'
입력 2026.04.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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