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섬 사이의 말라카 해협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가운데, 세계적인 해상 교통로 말라카(믈라카) 해협에서도 통행료 부과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이 인도네시아 측에서 나오면서 해협을 공유하고 있는 싱가포르·말레이시아가 반발했습니다.
현지 시각 23일 블룸버그 통신과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 등에 따르면 비비언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은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말라카 해협의 통행은 모두에게 자유로워야 하며 이를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통행권은 모두에게 보장되어 있다"며 "우리는 인근 해협을 폐쇄하거나, 통행을 막거나, 통행료를 부과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모두 무역 의존 경제다. 해협을 개방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같은 항해의 자유 지지 입장을 미국과 중국에도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발라크리슈난 장관은 말라카 해협이 속한 싱가포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3개국과 관련해 "핵심은 세 나라 모두 전략적 이익을 위해, 그리고 전략적으로 협력해 해협을 개방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다른 많은 곳에서는 당연하게 여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모하마드 하산 말레이시아 외교부 장관도 전날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행사에서 이 지역에 인접한 태국을 더한 4개국이 말라카 해협에 대해 이해관계를 완벽히 공유하고 있다면서 어느 나라도 일방적으로 해협 통행권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산 장관은 "말라카 해협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든 네 나라 모두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면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나라 장관의 발언은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 인도네시아 재무부 장관이 말라카 해협에 통행료를 부과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나온 겁니다.
푸르바야 장관은 같은 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행사에서 "우리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글로벌 에너지 무역로에 위치해 있지만,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는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이게 옳은 건지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런 조치를 취하려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셋이 나누면 상당히 중요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푸르바야 장관은 "그렇게 일이 단순하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통행료 부과에 대한 법적·지정학적·현실적 제약을 지적했습니다.
또, 인도네시아가 그저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말라카 해협과 같은 국제 해상 운송로를 상업화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말라카 해협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이 속한 말레이반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사이를 지나는 약 900km 길이의 해상 운송로입니다.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와 인도·중동·아프리카·유럽을 최단 거리로 잇는 항로로서, 호르무즈 해협의 약 2배 규모인 매일 200척 넘는 선박이 통과하면서 세계 교역 물동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전했습니다.
하지만 폭이 가장 좁은 지점은 2.7km에 불과하고 평균 수심도 25m에 그쳐 대형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항로가 극히 좁아 혼잡도가 매우 큰 길목으로 꼽힙니다.
(사진=구글 지도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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