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바쁜 사람을 위해 왼쪽을 비워두는 게 하나의 약속처럼 자리 잡았는데요. 사고 위험성과 기기 고장을 이유로 정부가 11년 만에 '두 줄 서기' 캠페인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동은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늘(23일) 아침 서울 광화문역.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약속한 듯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갈라집니다.
오른쪽은 서고, 왼쪽은 걷거나 뛰는 겁니다.
[김하은/서울 마포구 : 평소에도 좀 걸어서 이용하고 있어요. 들어오는 지하철 놓칠까 봐 좀 달려서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손잡고 걸어온 연인도 마찬가지인 건, 뒷사람 눈치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문채원/서울 양천구 : (두 줄 서면) 뒤에서 이제 '좀 일찍 먼저 내려갈게요' 하든지 아니면 '먼저 올라갈게요' 하는 경우가 많아서 눈치가 보였던 것 같아요.]
사람이 붐비는 점심시간에 한 쇼핑몰입니다.
에스컬레이터는 이렇게 두 사람이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한 줄로 서있습니다.
에스컬레이터 줄 서기 방식은 지난 30년간 두 차례 바뀌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줄 서기'가 정착됐는데, 안전 문제 등이 제기되자 정부는 2007년 '두 줄 서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2015년 캠페인은 폐지됐습니다.
11년 만에 정부가 다시 두 줄 서기를 추진하는 이유도 사고 위험성과 기기 고장 우려 때문입니다.
지난 2022년, 왼편에 서있던 70대 노인이 뒤에 오는 사람에게 길을 비켜주려다 뒤로 넘어져 사망하는 등 지난 10년간 일어난 135건의 중대 사고 상당수가 한 줄 서기 때문인 걸로 분석됐기 때문입니다.
한 줄 서기가 수리 주기를 앞당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동희/한국승강기대 교수 : 사람이 뛰어가면 충격량이 두세 배 되다 보니까 하중이 누적되다 보면 그게 (구동체인을) 빨리 파괴하는 거죠.]
다만 이미 사회적 약속으로 자리 잡은 마당에 왜 바꾸려는 거냔 반발도 적지 않습니다.
[최춘길/서울 강서구 : 낮 시간에 조용할 때는 (두 줄 서기) 할 수 있겠지. 그러나 아침 출퇴근 시간에는 그렇게 안 될 거예요. 저 양반들(정부) 그걸 모르고 이야기하는데….]
정부는 두 줄 서기 효과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두 줄로 서도 눈치를 보지 않는 문화'부터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김영환, 영상편집 : 최혜영, 디자인 : 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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