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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 남녀, 특히 직장 일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50대 중반이 넘은 걸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가 어느덧 바로 위 선배들이 퇴직하는 걸 보면서 깜짝 놀라죠. 그때 자기 나이가 그렇게 된 걸 알고는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이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 경제죠. 우리네 부모님들, 옛날 한옥 골목 안에 살던 40~50대들은 50대 중반만 돼도 노는 아빠들 많았어요. 모여서 동네에서 얘기 나누시고 생일잔치하면 동네 사람들 다 불러 먹이고. 요새 50대들이 그런다면 욕먹겠죠. 젊을 때처럼 아직도 돈 벌어야 되고 아직도 자식들 학비 대야 되고. 자식들이 예전 같으면 20대 중반이 넘어갔을 텐데 아직 어린아이들도 있을 거고, 서른 다 되는 자식들도 아직도 부모가 뭔가를 대줘야 되는 자녀들을 가진 사람들 많고요.
부모님들은 예전에 비해서 장수하고 계세요. 위로는 부담이 남아 있죠. 부양도 해야 되고 병원도 더 자주 가시고, 우리나라 병원비도 노령 인구가 가장 많이 사용하니까요. 그리고 20대부터 젊은 층이 생산을 해서 중년 세대들을 도와주기 시작하던 거였는데 인구도 줄었고 취업도 힘들고 이제는 그게 끊어졌잖아요.
지금 40~50대들은 본인들이 노력해서 산업을 일구고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일궜다고 합니다. 맞아요. 맞는데 사실은 그 산업 현장에 들어오기는 예전보다 쉬웠죠. 결국 중년층들이 어떤 세대냐. 부모보다 부자예요. 자식보다도 부자예요. 어떤 경우는 자식보다도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부모보다는 당연히 교육을 더 많이 받았고, 그만큼 책임을 더 많이 져야죠.
그러다 보니 50대에 조금 있으면 퇴직한다, 모아놓은 돈이 얼마 있나 생각해봤더니 아시잖아요. 모아놓은 돈이 많으려면 물려받은 돈이 많아야 되는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으니까. 크게 성공한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저러면 내 노후가 굉장히 힘들겠다' 내 노후뿐 아니라 자녀들을 좀 돌봐주고, 원래는 내가 고생하던 것만큼 고생 안 시키려고 집도 구해주고 전세도 도와주고 싶은데, 그러고 나면 부모님들 병원비랑 부모님들 드시는 것까지 다 챙기고 나면 나는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죠.
그럼 방법은 하나죠, 일을 해야겠구나. 근데 나한테 일 시킬 사람이 이제 없죠. 사람은 누구나 다 관성이 있어서 자기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은데 그 하던 일을 계속 시켜주는 사람이 없어요.
퇴직자가 느끼는 고립감..'사회적 유효기간'에 대한 공포
Q. 한국은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주된 일자리의 퇴직 평균 나이가 빠르면 49세인 게 현실인데, 중장년들의 심리 상태는 어떤지.
저한테 다니시는 분 중에 대기업 이사니 높은 자리였던 분들 중에 불안증이 심해져서 오시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전화번호부에 수백 명, 수천 명 써 있는데 전화 오는 사람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뚝 끊어진 거죠. 그게 존재의 불안을 주는데 그것뿐 아니라 그동안 고맙다고 새벽에 술 먹고 들어와도 잘했다고 회사 일 했다고 칭찬해 주던 부인까지 이제는 슬슬 안 나가냐고 눈치를 주기 시작하는 거예요.
'응답하라 1988'에 보면 덕선이 가족들이 아빠 퇴직하는 날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표창장 드리고 '이제는 우리가 할 테니까 좀 쉬세요' 그러잖아요. 근데 요새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그 정도까지 못 벌더라도 자리 옮겨서 조금 더 수고하세요'라고 하는 게 요새 가장들, 부모들한테 대하는 모든 가족들의 희망인 거거든요.
그런데 나는 그럴 자신이 없는 거예요. 경제적으로 그런 데다가 체력적으로는 떨어졌어요. 20대, 30대 때는 밤을 새도 이겨내고 버팁니다. 이제는 그게 안 돼요. 요약본만 봐도 머리가 팽팽 돌아가서 다 외워서 바로 할 수 있었는데 50대가 되고 나니까 방금 뭐 봤는지 깜빡깜빡해요. 순간 기억력도 떨어지고 판단력까지 조금 느려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니까, 이제 후배들이 슬슬 무시하기 시작합니다.
'어바웃 슈미트'라는 영화가 있는데 37년을 회사에서 일하다가 해고 통보를 받았는데 그다음 날 자기가 일하던 책상에 가보니까 다 없어진 거예요. 거기서 그 주인공이 딱 연기를 하는 게, 말을 안 해요. 그냥 가만히 멍하니 있는.
그게 지금 50대 퇴직을 앞둔 사람들의 느낌인 거죠. 이제 50대 중반이 넘었어. 근데 나는 인생 경험도 많고 네트워크도 많고 아는 게 많아서 지금도 하고 싶은 게 많아. 하면 잘할 수 있는데 슬슬 그 일이 젊은 친구들한테 가는 거예요. 내가 시니어 레벨이 돼서 그런가 보다 하다가 후배들끼리 단톡방을 팠네. 그걸 아는 순간 무너지죠.
이걸 심리학에서는 사회적인 유효기간이 끝난 것에 대한 공포 내지는 불안. 경제 문제가 생존에 대한 불안이었다면 이런 존재에 대한 불안이 중년에 엄습하기 시작합니다.
'오발탄'이라는 소설 들어보신 적 있죠. 거기 마지막 장면이 뭐냐 하면 나는 인생을 바쳐서 되게 열심히 일하고 자식들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이렇게 했는데 이제는 나를 사람들이 다 쓸모없는 사람으로 치네. 나는 이 사회에 그냥 오발탄인가 보다라는 얘기하면서 끝나요.
지금 50대들도 그런 것들을 느끼고 있는 겁니다. 거기다가 명함이 없어지잖아요. 빠른 사람은 50대 초반, 더 빠른 사람은 40대 후반, 적어도 60이 되기 전에는 명함이 없어져요. 심리적인 고립감을 느낍니다. '이제 나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 나는 이제 뭐지' 하는 정체성 혼란마저 느끼는 거예요. 원래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나이가 사춘기잖아요. 그게 다시 오는 겁니다.
사춘기 때는 그래도 그때를 이겨낼 수가 있었어요. 망가져도 체력이 되니까 흔들리는 걸 이겨낼 수 있었고,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요. 조금만 지나면 성인이 됐기 때문에 극복할 수가 있는 시기가 있었는데, 50대 사춘기는 그걸 이겨낼 만한 체력도 부족해져 있고 그걸 이겨낼 만한 경제적인 실탄도 줄어들어 있고 심리적인 회복력이라고 얘기하는 마음의 힘도 줄어듦을 느끼는 거죠. 그게 결국은 중년기에 다시 회복돼서 앞으로 나갈 것이냐, 아니면 그만 주저앉을 것이냐를 좌우하는 것 같아요.
사회면 뉴스들을 보면 사춘기 때 '나 삐뚤어질 거야' 해서 사고 치는 청소년들처럼 40~50대분들이 꼭 삐뚤어진 것처럼 사고 치는 뉴스들 가끔 보잖아요. 그런 분들이 이때 흔들리는 그 마음들이 표출된 게 아닐까 합니다.
원래 불안이나 화가 마음에 쌓이면 그게 울분이라는 걸로 마음에 쌓이고, 그게 오래 쌓이면 밖으로 표출되거나 안으로 표출되거든요. 밖으로 터지면 소위 갑질, 묻지 마 폭력, 분노가 될 거고 안으로 터지면 우울증이나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바뀌게 되는 거니까요.
Q. 퇴직이나 은퇴 무렵에 있는 분들이 느끼는 그 두려움, 공포의 심리적인 압박은 정신과에서는 어느 정도의 강도라고 보는 게 있을까요?
대부분 미래에 대한 불안은 가지고 있는 거죠. 원래 우울이라는 게 과거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면 불안이라는 건 미래에 대한 걱정이거든요. 그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데 그런 모든 분들이 진료를 받지는 않잖아요. 대개는 혼자 참고 숨어서 이겨내거나 술의 힘을 빌리거나 이러는 경우가 많은데, 저한테까지 와서 물어보는 사람들이라면 그것이 일상까지 무너뜨릴 정도. 회사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분노 발작을 일으킨다든지 인간관계에 잦은 갈등이 일어난다든지 공황장애 발작이 일어난다든지. 공황장애가 생겨서 병원까지 오는 분들이 40대 중반부터 50대 중초반이 제일 많거든요.
이런 불안들이 공황장애가 일어나는 데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 불안 레벨이 10점 만점에 적어도 6점 이상, 7~8점은 돼야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진료를 받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은 그냥 혼자 삐뚤어져 있거나 술, 담배 사서 해소하거나 그나마 배우자나 가족들이 조금 허용적이거나 쿠션이 좋은 분들은 집에서 풀고 있는 분들도 많죠. 그래서 그런 분들은 부부 간의 문제나 이런 것 때문에 가족 상담소나 부부 클리닉 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경우들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감정들은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잖아요. 어떤 사람은 화가 나도 화 잘 안 내고 조용한 성격을 타고난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별거 아닌데도 화가 많은 성격도 있는데 그거 자체는 자연스러운 건데 대개는 그걸 전두엽으로 조절하고 살죠. 오늘 부장님한테 혼이 났어도 '저 인간을 들이받고서 사표 내?' 그랬다가도 화장실 가는 동안에 전두엽이 발동을 해서, 소위 사회적 지능이 발동해서 '그래봐야 어차피 후배인 내가 잘못했다는 말밖에 안 들을 테니 그냥 참자' 그러고 누르고 사는 게 보통 직장 생활하는 우리들의 모습인데, 중년기가 넘어가면 그걸 제어해 줄 만한 윗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오래되면 만성 스트레스 레벨로 가는데, 만성 스트레스는 신경계의 미세한 염증을 일으키거든요. 염증을 일으키면 마치 오래된 차가 전기 통신 원활하지 않은 것처럼 감정 컨트롤이 전두엽에 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게 원활하지 않으니까 미처 전두엽까지 가지 않은 상태에서 감정 표현이 돼 버리는 거예요. 참지 못하고 느끼는 거 그대로.
그런 남자들이나 또는 60~70대 어르신들, 감정 표현 때문에 집안에 분란이 나거나 인간관계 갈등이 생긴 분들한테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이 세상에 내가 화가 났다고 내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말씀을 꼭 드리는데, 그러면 그분들은 그러세요. '아니 내가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내 친구들한테 내 감정도 그대로 표현 못 하면 어떻게 살아?' 근데 사실은 내 가족한테도 그러면 안 되는 거거든요. 머리로는 다 알아요. 근데 스트레스를 오래 받으면 또는 화가 너무 많이 나면, 분노가 너무 많이 나거나 우울 감정이 오래되고 불안이 너무 오래되면 그게 조절이 안 되고 그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죠.
AI 앞에 무기력한 중년 직장인이 자존감 지키는 법
Q. 사회가 워낙 빠르게 바뀌고 한국 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까 갑작스러운 퇴직을 맞이할 때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럴 때의 충격은 조금 더 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 반응들' 이런 것들이 숏폼으로 뜨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우리나라도 현실화됐죠. 직장이 없어지거나 바로 해고 통보를 받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원래 이성적으론 '적어도 40대 초반 아니면 30대 후반에도 내가 언제 나갈지 모르니까, 언제 이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지금부터 준비하자' 지금의 50대들, 40대들은 머릿속으론 알고 있어요.
근데 설마 나한테까지 바로 오겠어? 대충 내가 정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죠. '1~2년 먼저 나가도 그거 내가 정할 거야'라고 하는데 사기업인데 모르는 거거든요.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되는데 어느 날 덜컥 올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 공포, 거기다가 경제 안 좋다지, 젊은 사람들이 중장년층 때문에 취업을 더 못한다지, 그러면 뭔가 좀 밀어낼 것 같지. 예전에는 일할 사람이 부족해서 정년 연장할 것처럼 얘기하더니 아직 지지부진하지.
실제 현장을 보면 내가 하던 일들은 인공지능이나 컴퓨터들이 대신 하기 시작했어요. 그럼 나는 이제 쓸모없구나. 쓸모없다는 느낌을 받으면 자존감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전에 나는 되게 뿌듯한 사람이었어요. 할 줄 아는 것도 많았고 나를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나는 아주 대체 가능한, 바꿔버려도 가능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두려워지죠. 나는 전문성이라고 알고 있었던 지난 30년이 다 부정되는 느낌을 받는 거예요.
심리학에서는 그런 얘기를 합니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 사람들이 나를 다 이제 비교하는구나, 비교의 공포를 느끼고. 또 새로운 게 계속 나오니까, 새로운 거 그냥 계속 배우면 돼요. 근데 젊은 사람보다 배우는 게 조금씩 느려요. 학습의 공포, 학습에 대한 피로를 느끼는 거예요. 비교에 대한 공포, 학습에 대한 피로를 느끼면서 점점 더 불안해하죠.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한테 티는 안 냅니다. 아마 이 조직 안에 있는 부장님들 지금 다 그러고 계실 거예요. 아직 살아남아서 조직의 뾰족한 끝에 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 삼각형 끝엔 못 가고 주변부에 있는 50대 분들 꽤 있을 겁니다. 이분들이 지금 제가 말하는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Q. 실제로 AI로 인한 직업적 위기감이나 자존감 손상을 호소하는 중년 환자들이 늘고 있는지.
네, 실제적으로 많이 는다는 얘기를 해요. 정신과 의사들이라면 경험하고 있을 겁니다. 근데 또 착각이 있는 게, 중년들 특히 현장에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는 40대 또는 50대 중반의 사람이라면 젊은 사람보다 인공지능을 잘 쓰는 사람 많아요. 기계적으로 코딩하는 건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인공지능한테 일 시키는 법은 알거든요.
저만 해도 인공지능하고 얘기를 해봤더니 얘네들이 대학원생들 조교랑 좀 비슷한 면이 있어요. 어떤 친구는 그때그때 단추 눌러가면서 그때그때 검토해 가면서 해야 잘하는 인공지능이 있고, 어떤 친구는 내가 봐야 될 참고 문헌이랑 내용과 책 목록 미리 다 알려주고 나면 마치 대학원 박사 과정 1년 차 정도 되는 것처럼 자기가 알아서 그냥 자기가 뚝 인공지능 퍼지 기능까지 갖춘 애도 있더라고요.
그걸 내가 일하고 있는 이 업종의 초심자들은 못 하잖아요. '젊은 친구들이 컴퓨터는 잘하지. 일은 내가 더 잘 시킬 걸?'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50대 중년 직장인들도 상당수가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될 건 있어요. 젊은 사람들이 잘하는 게 있고 인공지능이 잘하는 게 있죠. 근데 내가 잘하는 게 아직 남아 있어요. 현장 감각. 옛날에는 잔머리라고 불렀어요. 순간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나는 예전에 실패를 많이 했거든요. 욕도 많이 먹고 깨지기도 많이 깨지면서 체득한 상황 판단력이 있어요,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하고 신뢰를 맺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인공지능이나 젊은 인력은 아직은 그게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거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되는데, 지금 이 사회에서는 아직 그거에 대한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거죠.
아리스토텔레스가 제가 말한 현장 감각, 상황 판단 능력, 사람 사이의 신뢰감 이것들을 합쳐서 한 단어로 정의를 했었어요. 이게 실천적인 지혜라고, 현명해지는 거라고 얘기를 했었죠. 그 현명함에 대한 자신감. 그게 내 자존감을 지켜 나갈 거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정년을 맞이하는 중년의 자세..'건강한 동기'가 필요한 이유
개인적으로는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선 정년 연장 반대해요. 사회적으로 굉장히 시끄러워질 거고 정년 연장이 되는 만큼 청년들은 더 취업이 안 될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은 그런 욕구가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옛날에 이만큼 많이 했어'라는 과거에 대한 자부심 플러스, 미래에 아 이것 좀 합시다 그랬더니 '안 해본 거긴 한데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아' 미래에 대한 자신감.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시기가 딱 50대 중반이거든요. 못할 게 뭐가 있어요, 노하우도 많고 네트워크도 많고. 이 경험을 5년 정도 더 해서 이 사회에 나눠주고 싶다는 감정으로 일을 더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주 건강한 동기인 거죠.
사실 되게 아까운 분들 되게 많아요, 주변에 보면. 저분은 조금 더 했으면. 미국 등은 일 잘하면 70, 80까지 일하는 앵커들 많잖아요. 근데 우리나라는 아무리 멋있고 잘하는 앵커도 정년퇴직 날에는 나가야 되잖아요. 그런 게 아까운 분들이 있어요. 그런 거면 아주 건강한 신호입니다.
근데 반대로 내가 불안해서 월급날마다 들어오는 걸 계속 받으려고. 사실 나가는 거 굉장히 두렵거든요. 누군가가 잡아 온 사냥물을 가공하고 파는 일만 하던 내가 활과 화살을 들고 나가서 사냥하는 것부터 다시 해야 되거든요. 그걸 안 하려면 조금 치사하더라도 여기 조금 더 남아 있어야겠다. 정년 연장 찬성. 그거면 사실은 불안에서 오는 동기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정년 연장을 원하는지, 이게 건강한 건지를 알고 싶다면 그 질문을 던져 놓으시면 돼요. 경제적인 걱정 없이도 이걸 하고 싶은 건가? 만약에 '그래도 하고 싶다'고 한다면 그건 정말 건강한 동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근데 '하고 싶은데 월급 그 정도 주고는 내가 못하지'라고 한다면 불안에서 나오는 동기일 가능성이 많은 것 같아요. 근데 우리가 소명 의식으로 일을 하나요? 그것만으론 일 안 하죠.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첫 번째, 월급 받으려고 하거든요. 호구지책,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해요. 내가 그냥 일(work)로서 그 일을 하는 거죠.
또 하나는 그걸 하면서 내가 좀 뿌듯해져요. 왜? 이건 나의 경력이고 나한테 커리어로 작용을 하거든요. 또 하나가 소명 의식. 사람마다 그 퍼센티지는 다 달라요. 돈이 70~80% 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소명의식이 이만큼인 분이 있어요. 적절한 비율은 나만의 것인데 어찌 됐건 그 일 자체를 명함이나 돈 때문이 아니라 내가 정한 나의 소명 의식, 커리어, 경제, 이 세 가지의 적정한 비율로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거냐. 나만의 이유로 일을 하고 있으면 50이 넘든 70이 넘든 20대든 그 일을 하는 게 타당한 거죠.
근데 돈 때문에만 한다? 그건 말 그대로 노년기 이후에 50대 이후에 20대, 30대 청년의 일을 뺏는 것밖에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경제 빼고도 이 일을 하고 싶은 하고 싶고 사회에 기여할 부분이 있느냐를 생각해야 되는 거예요. 이 일을 하면 월급을 받아 땡큐, 명함도 남아 있어 땡큐. 근데 이걸 하면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고 사회에 도움이 돼.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저도 이제 오십대인데, 오십은 인생의 끝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가장 나답게 살 수 있는 인생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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