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11일)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이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대체 법안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아, 그 공백의 혼란은 여성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습니다. 특히 임신 중지를 원해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약을 구할 수가 없다 보니, 결국 음지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조윤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SNS에서 낙태약을 검색해 봤습니다.
"복용법까지 알려준다"며 낙태약을 판매한다는 글이 여럿 나옵니다.
한 개인 판매자에게 임신 11주라고 설명한 뒤 판매자를 직접 만났습니다.
판매자는 마치 약사처럼 복약 지도를 시작합니다.
[낙태약 판매자 : 대충 일단 설명을 해드릴게요. 복용 전후로 금식 2시간이고요. 물은 마셔도 되는데…근데 진통제 미리 드시는 게 좋을 거예요.]
낙태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낙태약 판매자 : 한 3~4주 뒤에 임테기(임신 테스트기)를 하면 한 줄로 뜰 건데, 만약에 두 줄 뜨면 (임신) 중지는 됐는데 안에 남아 있는 게 있어서 그런 거거든요.]
그러면서 고등학생도 자신에게 약을 사 갔다고 얘기합니다.
[낙태약 판매자 : 다른 고등학생분이 사셨는데 그분도 2주, 3주 정도 있다가 다 (낙태가) 됐다고. 그분은 고3이요.]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은 50만 원.
해외 사이트에서 구입한 약을 비싸게 되파는 걸로 추정되는데, 이렇게 불법 판매를 하다 식약처에 적발된 건수만 최근 5년간 3천 건에 달합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복용하기엔 위험한 약이라고 강조합니다.
자궁 외 임신 같은 경우 낙태약을 잘못 먹으면 과다 출혈로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김동석/산부인과 전문의 : 유산이 완전히 안 돼 버린 경우에, 아기 씨앗은 나왔는데, 태반이 남아 있는 경우에 그럼 우리 몸에 태반이 남아 있으면 썩잖아요. 그럼 병원에 와서 다시 임신중절 수술을 할 수밖에 없죠.]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
식약처는 현행법상 몇 주 이상부터 약을 통한 임신 중절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낙태약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성의 임신 중절은 한 해 3만 건에 이르지만, 국회의 입법이 늦어지고 당국은 입법 공백을 탓하면서 의사 진료를 거쳐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는 시점은 요원한 상태입니다.
(영상편집 : 김종태,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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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조윤하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Q. 직접 구입한 낙태약, 정품 맞나?
[조윤하 기자 : 일단 제가 약을 좀 가져와 봤는데 제가 구매한 약은 이렇게 2개가 한 세트고요, 총 9정입니다. 낙태약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제약사의 약품이라고 해서 샀는데, 알고 보니 인도 제약사가 만든 약이었습니다. 인도에서는 우리 돈으로 한 7천 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약이 국내에서는 50만 원에 팔리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약의 성분이 프랑스 제약사의 제품과 동일한지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물어봤지만 알 수 없다,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낙태가 합법이 아니어서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된 낙태약이 없다 보니까 성분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Q. 대체 입법 있어야 약 도입 가능하나?
[조윤하 기자 : 식약처는 일단은 사회적 합의 등을 이유로 입법이 우선이다, 입법이 좀 먼저 돼야 한다, 이런 입장을 고수하고는 있는데 법 개정 없이도 낙태약 품목 허가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허민숙/국회입법조사관 : 이 약품이 안전하냐, 또 효과가 있냐, 그리고 품질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냐, 이런 것들을 (식약처가) 판단해서 심사를 통해서 의약품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것이죠.]
[조윤하 기자 : 실제로 캐나다 같은 외국에서는 법률 없이도 당국이 낙태약을 허가하기도 했습니다.]
Q. 국회·정부 논의 상황은?
[조윤하 기자 : 현재 약을 통해서 임신 중절을 허용하는 법안이 국회에 여러 개 제출돼 있기는 한데 논의가 좀 빨리 되는 상황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는 약을 통한 임신 중절을 허용할지, 또 만약에 이걸 허용한다면 임신 몇 주까지 복용이 가능할지, 이런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서 다음 달까지는 정부 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입니다. 7년째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국회도 그렇고, 또 이 결론만 기다리고 있는 식약처도 그렇고 모두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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