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본관 계단 앞에서 있었던 기념촬영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자리한 두 여야 대표에게 "두 분이 요즘도 손 안 잡고 그러는 것 아니죠. 연습 한 번 해보세요."라고 말하며 양 대표의 손을 가져다 맞잡게 하고 자신의 손을 포갰습니다. 이 대통령은 상생 정신을 상징하는, 파랑과 빨강이 섞인 넥타이를 매고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가 빈말로 하거나, 사진만 찍고 선전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야당은 야당대로 역할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 달라. 저희가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도 대체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정조사 특위의 살풍경
박상용 검사와 서민석 변호사의 녹취를 연일 공개하고 있는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지난 3일 박 검사가 선서를 거부하고 퇴장한 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회의장 밖에서 얘기를 나누는 사진을 들고 "(박 검사) 대변인 노릇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다. 박 검사와 작전회의를 할 것이면 빨리 나가라"고 각을 세웠습니다. 추가 녹취록 공개도 예고했습니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발언은 조금 더 거칠었습니다. 박 의원도 같은 사진을 들고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쪽팔리지? 김건희, 윤석열, 이단 목사 전광훈에게 의지하고 극우 유튜버 전한길에게 의지하더니 이제 박상용이 너희 살길이냐. 정신차려. 똑바로 해"라고 소리쳤습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이 박 의원에게 다가가 "말을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고성을 주고받다가 결국 1시간 만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도 퇴장했는데, 곧바로 국민의힘 단독의 '민주당 공소취소, 재판조작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습니다. 이 청문회에는 박상용 검사도 참석했습니다. 민주당은 청문회라는 명칭 자체를 쓸 수 없는, 국민의힘 정치행사일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현직 검사 신분인 박 검사가 국민의힘 행사에 참석한 것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행위로 수사와 징계 대상에 해당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같은 날 두 세계...청와대와 국회
하지만 두 모습이 같은 날 동시에 나타나는 건 이른바 국민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힘든 초식입니다. 전쟁 대응과 민생 보호를 위해 협치의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면, 오늘 하루 정도라도 싸우는 모습을 자제하는 게 마땅합니다. 정부 여당이라면 메시지 관리 차원에서라도 날을 달리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야당으로서도 청와대 오찬에 응해 놓고 같은 날 국회에선 단독 청문회로 각을 세우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치는 메시지라고 하죠. 메시지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라는 정치의 본령이 갈수록 약화하는 느낌입니다. SBS 8뉴스를 비롯해 오늘 각 방송사 저녁 뉴스, 또 내일 아침 신문들에 두 소식이 사진과 함께 나란히 나왔을 때, 국민들은 정치와 정치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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