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WGBI 편입에도 2020년 대비 줄어든 지수 규모와 중동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 탓에 당장 금리와 환율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달러만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채권의 인기가 하락했고, 이에 따라 채권 금리가 상승하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가 7%를 돌파하는 등 가계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WGBI 편입은 게임 체인저보다는 원화 가치의 최소한의 바닥을 만들어준 정도에 그치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외환시장 안정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합니다.
※ 2026. 4. 2. 출고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기사입니다.
한국 돈의 가격이 심상치 않습니다.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어느새 7% 선을 넘나듭니다. 돈을 구하는 비용이 가파르게 치솟은 겁니다. 환율 급등세에도 천장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쟁 여파가 크지만, 전쟁 전부터 원화의 가치는 불안불안했죠.
그래도 한국 자본시장이 손꼽아 기다렸던 2026년 4월의 이벤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시중 금리도 좀 내리고 환율도 진정시킬 수 있는 묘수가 드디어 왔다는 기대가 있었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장 반전이 필요한 지금, 이 4월의 약속이 바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건 불발에 그칠 거란 실망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4월에는 외환시장이 경계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신흥 변수가 또 하나 숨어 있기도 합니다. 한국 돈 원화의 가격,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약속됐던 대로 한국은 4월 1일부터 세계국채지수(WGBI)에 공식 편입됐습니다. 우리가 대출을 조금이라도 더 싼 이자로 받고 기름값을 단돈 10원이라도 적게 내려면 전쟁이 시원하게 끝나지 않는 한 당분간 이것밖에 없지 않은가 기대가 있었는데요.
한국이 WGBI에 들어간다는 게 뭘 뜻하길래 이런 기대를 받은 걸까요? 정부나 기업 같은 경제 주체들이 돈 좀 빌려달라고 쓴 차용증이 거래되는 시장인 채권 시장은 전 세계 주식 시장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오가는 자본시장의 근본입니다. 그리고 주식 시장에 S&P500이나 코스피 지수 같은 지수들이 있는 것처럼 채권 시장에도 다양한 지수들이 있고, WGBI는 이른바 세계 3대 채권 지수 중에 하나입니다. 한마디로 돈 많고 시스템이 안정된 금융 선진국 정부들이 발행하는 국채만 엄선해서 묶은 지수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번에 여기 합류함으로써 우리는 전 세계에서 26번째, 아시아에선 여덟 번째로 세계국채지수의 멤버십을 갖게 됐습니다.
니키 스테파넬리 | 런던증권거래소 정보서비스 총괄 (2024년 10월, 한국 편입 공식 발표 당시)
한국의 관리들이 2년에 걸쳐서 세계국채지수(WGBI)가 요구하는 최고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일련의 금융시장 개혁을 단행해 줬어요.
한국의 관리들이 2년에 걸쳐서 세계국채지수(WGBI)가 요구하는 최고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 일련의 금융시장 개혁을 단행해 줬어요.
2년 전부터 우리 외환 시장을 새벽 2시까지 열기 시작했고 올해부턴 아예 24시간 외환 거래를 시작하죠. 모두 이번에 들어간 채권시장의 WGBI나 앞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주식시장의 MSCI 선진지수 기준에 맞추려는 노력들이었던 겁니다.
WGBI의 멤버가 되면 뭐가 좋은가? 한마디로 한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안정적으로 빌려 쓸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보시면 됩니다. 세계 채권시장의 뭉칫돈이 원화를 사겠다고 몰려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안 사고는 못 배길걸?" 최대 큰손들의 '최애 지침서' WGBI
전 세계에서 가장 큰손들이 국채에 투자할 때 대표적으로 WGBI를 벤치마크로 삼습니다. 연기금, 보험사, 국부 펀드들, 특히 우리 돈으로 무려 2,800조 원 안팎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 연금을 비롯한 일본계 큰손들에게 세계국채지수가 채권 투자의 대표적인 기준입니다. 이런 큰손들이 '지금까지 한국 국채를 안 샀는데 앞으로는 사서 오래 갖고 있어야겠다'고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거죠.
이를테면 A연기금이 '우리가 굴리는 돈 중에서 WGBI를 추종하는 자산이 1만 원 정도고 WGBI 안에서 앞으로 8개월 동안 한국의 비중이 2% 정도까지 점차 커진다고 하니까 우리도 8개월에 걸쳐서 1만 원 중에 200원어치는 한국 국채로' 이런 식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대형 기관들의 이른바 패시브 자금들, 즉 WGBI의 구성을 자동으로 따라가는 비중이 높은 돈일수록 한국 국채를 살 확률이 그만큼 높아집니다. 적어도 '앞으로 살지 말지 계속 레이더망에 두고 볼게' 정도의 태도는 다들 보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당장 이달부터 안정적인 큰손들 사이에서 원화 국채 수요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니까 '그만큼 한국이 이자를 덜 줘도, 즉 시중 금리가 좀 내려가도 원화 채권이 팔릴 거고, 그러면 원화의 가치도 올라갈 수 있는 거네?' 바로 그게 지금까지 시장에서 4월 세계국채지수 편입에 기대했던 효과였습니다.
그런데 치솟는 환율이 꺾여야 할 시점에 왜 그 기대가 꺾이고 있는 걸까요? 지금 WGBI를 추종하는 돈이 그렇게 많을까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WGBI 우산' 아래 돈의 크기 다시 보니
요 며칠 세계국채지수 편입에 대해 다룬 기사들을 보면, 거의 모두 WGBI를 추정하는 운용자산이 2.5조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는 걸 전제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2.5조 달러가 지난 2024년 10월 한국의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공식 발표됐을 때 정부가 얘기했던 수치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이 수치가 유효할까요? 거슬러 올라가 보면 2.5조 원은 골드만삭스가 2020년 9월 중순에 추정했던 WGBI를 추종하는 운용 자산의 규모입니다. 그 후로 이 2.5조 달러라는 수치가 WGBI 추종 자산을 얘기할 때 반복적으로 쓰여 왔는데요. 2020년 가을은 지금보다 세계 국채 지수가 훨씬 더 높을 때입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서 지수가 20% 가까이 빠져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지수를 거의 자동으로 추종하는 돈도 부풀려 잡지 않는 게 적절하다는 겁니다.
세계 각국이, 특히 세계국채지수 안에서의 비중이 40%를 넘어가는 미국의 나라 빚이 너무 많다 보니까 국채가 매력이 없다. 채권 가격이 몇 년 동안 하락 내지는 정체되는 추세를 보여왔고, 그만큼 설정 자산이 줄어들었다고 봐야 합니다.
요즘 WGBI 편입의 기대 효과로 여기저기서 거론되는 숫자가 80~90조 원입니다. 우리 돈으로 80~90조 원어치 이상의 외화가 원화를 사러 오는 11월까지 들어올 거란 추산인데요. 이것은 지금 WGBI를 추종하는 자산을 최소 2.5조 달러 이상으로 보고 그중에 560억~6백억 달러 정도가 한국으로 들어오겠다고 기대했을 때의 규모입니다.
그게 지금 시장 상황에서 맞는 계산이냐. 실제로 올해 들어오는 돈은 그보다 꽤 적을 수 있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대로 WGBI 덕분에 시중 금리가 3분기 안에 0.3%포인트는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그대로 충족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김명실 | iM증권 연구위원
8개월간 (해외 자금이) 분할해서 들어오는 규모로는 (매달) 6조 원에서 7조 원 정도 될 것 같고요. 이거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까지 국채 발행이 늘어난 부분들을 커버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8개월간 (해외 자금이) 분할해서 들어오는 규모로는 (매달) 6조 원에서 7조 원 정도 될 것 같고요. 이거는 작년에 이어서 올해까지 국채 발행이 늘어난 부분들을 커버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세계국채지수 편입은 4월 1일부터지만 사실 WGBI 덕분에 원화 국채를 사겠다는 돈이 올해 많이 들어올 것 같았으면 이미 기존의 수요보다 불어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보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쟁이란 변수가 불거지기 전이었던 2월까지만 봐도 외국인 이 원화 채권을 들고 있는 게 꾸준히 늘어오긴 했지만 주로 만기가 짧은 단기물 위주로 사고요. 이렇다 하게 원화 채권 시장에 전에 한국 시장을 안 보던 돈이 활발하게 들어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데다 2월 말에 전쟁이 터진 이후로 원화 채권은 더더욱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돈을 구하는 비용인 금리가 자꾸만 올랐고,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도 계속 오르면서 1금융권의 주담대 금리가 최고 7%를 넘나드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겁니다.
WGBI 편입 후 '자본 유출' 나온 경우도? 중요한 건 '타이밍'!
국제 자본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인정받게 될 때 그게 우리 시장에 장기 자본이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모습으로 이어지려면 당시의 금융 환경, 타이밍이 참 중요합니다.
단적인 예로 중국은 2021년 10월부터 3년에 걸쳐 WGBI에 편입됐는데요. 오히려 상당 기간 동안 외국인들이 중국 국채를 팔고 떠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중국이 세계 국채 지수에 들어가면 뭐 하냐. 미중 패권 다툼이 점점 더 격렬해지고 중국 부동산도 부실해 보이고 중국이 미국보다 이자도 더 조금 준다고 하고, 이런 환경에서 중국 국채 비중을 지금 왜 우리가 늘리겠느냐' 이런 모습이 나왔다는 거죠.
2022년에 편입된 뉴질랜드도 러우 전쟁의 충격을 받은 데다가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까지 맞물리면서 외국 자본이 기대했던 규모의 3분의 1 정도 들어오는 데 그쳤던 걸로 추산됩니다. 초기에는 역시 자금 유출까지 나타났고요. 물론 말레이시아나 이스라엘처럼 전 세계적으로 돈이 잘 돌던 시기에 WGBI에 편입해서 기대했던 것보다 외국 투자금을 단시간에 더 많이 끌어들였던 나라들도 있지만, 지금 우리 금융시장의 환경은 러우 전쟁의 여파가 컸던 2022년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설사 4월 안에 전쟁이 큰 틀에선 마무리된다고 해도 이미 크게 교란된 호르무즈 공급망이 안정되는 데까지는 여러 가지 변수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WGBI은 채권 큰손들에게 기준일 뿐이지 의무는 아닙니다. 일단은 한국 돈을 둘러싼 환경을 좀 더 관망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한국 돈은 보니까 가치가 너무 쉽게 출렁이는 것 같다, 충격에 약하다, 환율이 불안정하다는 인상을 주면 '저기서 채권 사서 이자를 받아 봤자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남는 게 없겠네' 싶은 인상을 받게 되고요. 그러면 안 들어오고 좀 더 기다린다는 거죠.
게다가 4월에 신흥 변수가 있습니다. 4월은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의 계절입니다. 우리 주식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기업들에게 배당을 늘려라, 배당성향을 키우라는 정책을 최근에 구조적으로 계속 펴온 데다가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많이 사놨기 때문에 4월에 상당한 규모의 배당금이 나가야 합니다. 이달에 배당만 약 11조 원가량 나갈 걸로 추산되는데요.
최근 외국인들은 달마다 원화 채권을 평균 8조 원 안팎씩 사 왔습니다. 여기에 WGBI 편입 첫 달인 4월에 추가로 들어오는 돈이 얼마나 될 수 있을까? 한국의 채권 금리가 세계국채지수 내 다른 아시아 상품들 사이에서 높은 편이기 때문에 금리 매력은 있겠지만, 원화 가치가 자꾸 출렁거려서 금리 매력이 괜찮은 정도인 건가? 이 저울질 사이에서 큰손들이 어느 쪽을 선택할지가 관건인 겁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얘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 환 시장이 좀 더 건강해 보여야 채권 큰손 장기 자금들이 또 들어오고 그러면 우리 환율이 더욱 안정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김명실 | iM증권 연구위원
(일본계 자금은) 전체적으로 자금의 플로우를 보고 후행적으로 들어오는 성향을 가졌어요.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일본 40년물 국채 금리가 4%를 넘어섰죠. 10년물 금리도 현재 2%대 초중반대까지 올라가는 상황이고요. 과거 대비 한국물 투자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점도 한몫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일본계 자금은) 전체적으로 자금의 플로우를 보고 후행적으로 들어오는 성향을 가졌어요.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일본 40년물 국채 금리가 4%를 넘어섰죠. 10년물 금리도 현재 2%대 초중반대까지 올라가는 상황이고요. 과거 대비 한국물 투자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점도 한몫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한국은 지금 까다로운 모퉁이에 서 있습니다. 반도체를 비롯한 몇몇 산업들을 제외하면 모두 경기 부양을 필요로 합니다. 돈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해외 자본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부분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에 우리가 왜 큰돈을 빌려줘야 할까? 들여다보니까 일본보다 금리는 높은데 일본보다 나라 빚 관리를 성실하게 해왔다는 것, 국채를 팔아도 그 돈을 크게 허투루 쓰지 않는 나라, 재정이 아직은 건전한 나라라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시점의 베스트 시나리오로 이대로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다면, 우리는 전쟁이 훼손한 에너지와 원료 공급망을 되찾으면서 전쟁 전부터 씨름했던 문제들을 다시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원화 가격에 있어서 커다란 게임 체인저라기보다는 원화 가치의 최소한의 바닥을 만들어준 정도라는 점에서 출발하고요. 작은 충격에도 너무 크게 흔들리는 외환 시장을 튼튼하게 해 나가는 노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지금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간곡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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