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제주 서귀포항에서 서귀포어선주협회 소속 선주들이 정박한 연승어선 앞에서 고유가 대책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유 평균 가격이 리터 당 1천959.57원까지 오른 3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항.
예닐곱 명의 중장년 남성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옆으로 갈치잡이 연승어선 30여 척이 정박해 있었습니다.
연승어선은 한 가닥의 긴 줄(모릿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달린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어선을 말합니다.
제주의 연승어선은 대부분 갈치잡이 어선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천 모 서귀포어선주협회장은 "갈치잡이 연승어선은 한 번 나가서 40∼50일 작업하면 인건비 빼고 기름값과 미끼, 어구 등 조업경비로만 약 1억8천만 원 나가는데 고기가 안 잡혀서 경비를 충당하기도 어렵다"고 한숨지었습니다.
그러면서 "선원들에게는 최저 월 300만 원씩 줘야 하니까 선주들은 배가 한 번 나갈 때마다 최소 3천만 원씩 빚을 내서 인건비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고기도 안 나고 기름값이 크게 오른 현실을 고려해서 정부가 이자 자금이라도 탕감해 주면 외국 선원들 모두 휴가 보내고 배를 한두 달 묶어 놓는 방법이라도 써야 할 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변에 모여든 다른 선주들도 저마다 한 마씩 던졌습니다.
이란 전쟁이 터지기 전에 200리터 들이 한 드럼에 약 18만 원 하던 경유 가격이 현재 28만 원으로 10만 원 정도 올랐다고 했습니다.
연승어선 1척당 인건비를 제외한 연간 순수 경비만 9억 5천만 원에서 10억 원 정도 들어가는데 현재 유가 수준으로는 경비만 14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유가 급등 전 기준으로 경비의 약 50%가 기름값이라는 설명입니다.
원유에서 뽑아내는 원료로 제조하는 포장용 비닐이나 어구 등 관련된 모든 자재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는 말에 협회 사무실 분위기는 점점 침울해졌습니다.
서귀포수협 소속 갈치잡이 연승어선 70여 척 가운데 40여 척은 설 연휴가 끝난 후 사흘 가량 배를 몰아 800㎞ 이상 떨어진 대만 인근 해역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런데도 고기가 잡히지 않고 있어 그대로 돌아오지도 못한 채 바다를 떠돌고 있습니다.
선주들은 저마다 해결책으로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의 조업을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제주도 근해는 물론 대만 인근 해역의 어황이 좋지 않은 만큼, 어황이 좋은 일본 EEZ에서 조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10년 전 한일어업협정 협상이 중단되면서 제주 선적 갈치 연승어선들이 일본 EEZ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승어선 선주들은 기름값이 어느 정도 오르더라도 고기를 많이 잡게 된다면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일본 EEZ까지 가까운 거리는 약 160㎞이고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어 대만 인근 해역까지 가는 것보다 훨씬 경제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선원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선주들은 "일본 EEZ 조업에 대한 협상을 빨리 마무리하든지 아니면 어업협정을 파기하든지 하고 두 가지 모두 안 된다면 막대한 조업 손실에 대한 피해 보상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