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지난달 유가 급등으로 높은 수출 실적을 올린 정유업계에 대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반짝 성과'에 불과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달까지는 기존 재고와 대체 원유 확보 등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당장 이달부터 원유 가격 변동성과 수급 문제로 위기가 심화할 것이란 긴장감이 높습니다.
오늘(5일) 업계에 따르면 3월 휘발유, 경유, 나프타 등 석유제품 수출액은 51억 500만 달러로 역대 3월 기준 2위를 기록했습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석유제품 수출단가가 상승한 영향입니다.
3월 1∼25일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t당 925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했습니다.
국내 기업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해 3월 배럴당 72.5 달러에서 올해 3월 128.5 달러로 77.2%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 가격은 79.6 달러에서 128.8 달러로 61.8%, 경유 가격은 86.5달러에서 192.8 달러로 122.9% 올랐습니다.
수출 확대에 정유사들의 1분기 실적 개선이 예상됩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해외로부터 원유를 전량 수입해 국내에서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으로 가공한 뒤 이를 수출합니다.
지난해 4대 정유사의 매출액 중 정유사업 수출 비중은 ▲ GS칼텍스 71% ▲ HD현대오일뱅크 67% ▲ 에쓰오일 54% ▲ SK에너지 51% 등으로, 내수보단 수출에서 더 많은 이익을 거두는 구조입니다.
정유사들의 수익성 개선 지표인 정제마진도 3월 들어 치솟았습니다.
하나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2월 배럴당 평균 11.8달러 수준이었던 복합정제마진은 3월 29.3달러까지 올랐습니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수출 확대로 인한 실적 개선이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며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양상에 들어가며 유가 상승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지속적으로 누리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는 가격 인상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보다 원료 확보 여부가 실적을 좌우할 핵심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라며 "원유 수급 차질이 현실화하면서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3월까지는 중동 사태 전 페르시아만에서 출발한 유조선 물량이 유입되면서 일정 수준의 가동률 유지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국내에 입항한 200만 배럴 규모의 물량을 마지막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유입되던 기존 장기계약 물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전해졌습니다.
정유사들은 현물 시장에서 호르무즈 해협 우회로를 통한 중동산 원유 도입을 검토하거나 미국·아프리카산 등 대체 원유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 정유사 간의 원유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서 물량 확보 자체가 쉽지 않고, 가격 프리미엄도 치솟고 있어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만약 전쟁이 종결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된다고 해도 실적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합니다.
전쟁 직후에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저렴한 재고로 석유제품을 생산하면서 손익 개선 효과가 가능했지만, 급등했던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정상화되면 고가에 도입한 원유 재고가 매출 원가에 반영돼 수익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종전 이후 일시적으로 늘었던 손익을 다시 반납해야 하는 셈입니다.
유가 급락 시 반영되는 재고평가손실도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이달부터 원유 재고 부족이 현실화하면서 일부 정유사들은 설비 임시 운휴나 정기보수 일정 조정 등을 검토하거나 가동률을 최소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3월까지는 기존 재고로 대응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원유 및 석유제품 가격 변동성이 커 향후 흐름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하루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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