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감히 내 제안 거절해? 나토 탈퇴할 것!
01:44 불과 두 달 전 그린란드 사태 때는?
02:40 유럽이 참전 못하는 진짜 이유는?
1. 감히 내 제안 거절해? 나토 탈퇴할 것!
파리입니다. 오늘은 중동전쟁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유럽을 조롱하고 비난하기에 바쁩니다. 참전을 좀 해서 도와달라는데 아무도 나서는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공격에 직접 참여하기는커녕 공격하러 가는 미군 폭격기가 자신들 영공을 지나가는 것도 거부했습니다. 스페인이 먼저 그랬고요. 프랑스도 그랬습니다. 이탈리아는 미 폭격기가 시칠리아 섬에 있는 자신들 공군기지에 잠시 내려서 정비하고 가게 해달라고 했는데 거절했습니다. 사전에 요청하지도 않았고 비행기가 뜬 다음에서야 요청한 거라서 안 된다고 했습니다. 폴란드는 자국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중동으로 좀 가져가겠다는 미국의 요청을 또 거부했습니다. 이렇게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전쟁 지원 협조 요청마저도 퇴짜를 놓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인 영국마저 시큰둥하니까 어차피 너희 영국 해군은 오래돼서 작전 투입도 못하는 그런 장난감 같은 항공모함을 갖고 있다는 등 기름이 필요하면 우리가 이란을 무력화시켜놨으니까 뒤늦게 용기를 내서라도 호르무즈 해협에 직접 가서 가져가라고 하는 등 조롱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전부터 불만 덩어리던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를 이제는 아예 탈퇴하겠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 전까지만 해도 비용 부담을 유럽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가져가야 한다는 취지로 나토를 압박해 왔는데 이젠 나토가 종이 호랑이 수준이라면서 그냥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나토 탈퇴 이야기만 나와도 유럽에서는 트럼프를 어르고, 달래고, 매달리고 매우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반응이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2. 불과 두 달 전 그린란드 사태 때는?
그린란드 벌써 많이 잊혀졌지만 불과 두 달 전에 그린란드 사태가 있었습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갖겠다고 엄포를 놨는데, 그 이유가 유럽이 그린란드 방어에 별 노력이 없다는 겁니다. 미국엔 그린란드 방어가 중요한데 나토 동맹국들이 그런 방어를 소홀히 하면 나토가 우리한테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또 나토 탈퇴론을 들고 나왔었습니다. 그때 유럽 전체가 들썩들썩했습니다 제가 기자 된 이후에 트럼프 때문에 그린란드 출장을 갈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습니다. 그런데 그린란드를 가봤더니, 인구 2만 5천 명의 그린란드 수도 누크 중심가는 기자 반, 현지인 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시에는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트럼프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격하게 반응하던 유럽은 결국 꼬리를 내렸습니다. 나토 방위비도 더 낼 거고, 그린란드 방어도 더 열심히 할 거라면서 사태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3. 유럽이 참전 못하는 진짜 이유는?
유럽 국가들의 공통적인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건 우리 전쟁이 아니다. 이 전쟁은 우리가 시작하지 않았다. 그래서 개입할 수 없다. 이렇게 공통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는 과거 이라크 침공할 당시만 해도 사전에 조율하고 다국적군을 꾸리고 했는데 이번에는 일언반구도 없이 일을 저질러 놓고 나서 사후에 통보한 것에 대해서 불만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좀 부족합니다. 그린란드 사태 때와 다른 몇 가지 이유를 좀 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지난 이라크 전쟁 참전 교훈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2003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제거와 민주주의 확산을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습니다. 이때 유럽에서만 20개 나라가 직간접적으로 참전을 했습니다. 영국은 5만 명에 가까운 병력을 6년 간 투입을 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정보는 틀린 것으로 드러났고 참전국들의 경제적 손실은 엄청났습니다. 중동전쟁은 들어가는 건 쉬울지 몰라도 출구를 찾아서 나오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그때 깊이 깨달았습니다. 이란의 핵미사일 위협이 임박했다는 이번 미국의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또 쉽게 참전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테러 위협입니다. 중동은 생각보다 유럽하고 가깝습니다. 게다가 중동 지역 난민과 이민자들이 수십 수백만 명씩 유입된 상태입니다. 실제로 참전하지 않았는데도 지난달부터 스웨덴, 네덜란드, 영국에서 친이란 단체가 저지른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지난주에 여기 파리에서도 100만 원을 받고 뱅크오브아메리카 파리 지점에서 수제 폭탄 테러를 저지르려던 3명이 붙잡혔습니다. 실제로 유럽에는 이런 공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도 나쁘지만 지금 유럽 내 이번 전쟁에 대한 여론은 훨씬 더 나쁩니다. 전쟁에 참전하는 건 정치적으로 자살행위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지방선거가 있었습니다 파리시장을 비롯해 지자체장들을 뽑는 큰 선거입니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딱 1년 뒤 내년 4월에 대통령 선거가 열립니다. 이번 선거가 곧바로 대통령 선거로 영향이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했습니다. 때문에 출구도 보이지 않고 얼마나 많은 돈을 써야 할지 모르는 그런 전쟁에 선뜻 참전하겠다고 손들기는 쉽지 않았던 겁니다. 이탈리아도 그랬습니다. 지금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는 그나마 유럽에서 트럼프와 가까운 인물로 거론이 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사태 때 중재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미국의 자국 공군기지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약간 의아했는데 이 결정 직전에 이탈리아에서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총리 신임과 직결된 사법개혁 투표가 있었는데요. 그게 부결됐습니다. 멜로니에게 정치적 타격이 매우 컸습니다. 트럼프와의 관계가 부결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다음에 트럼프와 절연하는 그런 결정을 선택한 겁니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는데, 유럽은 지금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느라 안보 부문 예산은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습니다. 올해는 직접 예산 투입을 좀 줄이기 위해서 전쟁 지원금 나올 구멍을 찾다가 동결시킨 러시아 자산을 담보로 지원금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적인 저성장과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유럽이 또 거대한 전쟁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건 정치적 자살행위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자살행위입니다. 그리고 또 결정적으로 유럽이 이젠 트럼프에 내성이 좀 생기는 분위기입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이 좀 느린 건 맞는데 누구처럼 변덕스럽지 않다고 비판을 할 정도입니다. 나토 탈퇴는 물론이고 관세 전쟁을 치르면서 트럼프의 변덕은 어차피 예측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학습 효과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런 모든 이유 등등으로 2차 대전 이후 가장 강력한 동맹 체제였던 나토 동맹이 깨질 위기에 처했는데도 유럽은 참전을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서로 최종적으로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아직 조금 더 지켜볼 일입니다.
(취재 : 권영인,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시내, 영상편집 : 김혜주,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나토 깰 테면 깨봐!" 트럼프 호통에도…유럽이 코웃음 치는 이유
입력 2026.04.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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