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피해자 신고로 시작된 경찰 수사 결과는 '수사 중지' 였습니다. 텔레그램 측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경찰이 엉뚱한 곳에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증거가 가득했던 문제의 대화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이어서 손기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월 말 A 씨 신고를 접수한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피해자 조사만 한 차례 진행한 뒤 한 달 만에 사건을 '수사 중지' 처리했습니다.
텔레그램 측에 협조 요청을 했는데, 협조가 어렵다는 회신이 왔다는 게 경찰 설명입니다.
[미추홀서 경찰관 (지난달 26일) : 해외, 미국에 있는 거다 보니까 (협조) 요청을 했어요. 미국에서는 이게 명예훼손이든 모욕이든 관련돼서는 처벌을 따로 안 해요. 그래서 이게 '공조가 어렵다'고 회신이 오더라고요.]
하지만 SBS 취재 결과 경찰은 협조 요청을 텔레그램 측이 아닌 관할 인천지검에 문의했고, 공조가 어렵다는 검찰 회신을 받자 수사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청에 텔레그램, 메타 등 글로벌 IT 기업의 수사 협조 창구가 있는데도 엉뚱한 곳에 요청한 겁니다.
심지어 경찰청은 오늘(2일) 기자 간담회에서 "텔레그램 측의 수사 협조는 잘 되는 편"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찰 내부망이나 형사사법절차시스템 등에도 나오는 업무 처리 방식을 A 씨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은 몰랐던 겁니다.
전문가들은 절차를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텔레그램 협조가 안 된다고 해서 다른 방법을 찾지 않고, 수사를 중단해 버린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원의림/변호사 : 텔레그램으로는 피의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렇게 수사가 중지됐다는 것은 굉장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요.]
SBS 취재가 시작되자 인천 미추홀서 관계자는 "직원이 착각했다"며 수사 재개와 동시에 A 씨에게 사과하도록 지시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미추홀서 경찰관 : 텔레그램을 지금 알아보니까 이게 공조가 가능한 거더라고요. 기분 나쁘셨다면 그건 제가 죄송해요. 제가 수사를 안 한 건 아니거든요.]
뒤늦게 수사는 재개됐지만, A 씨 신상이 올라왔던 '박제방'은 증거들과 함께 모두 사라졌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이상학, 영상편집 : 안여진, 디자인 : 박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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