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아파트 인근 주차장 흉기 살해 발생 현장
경남 창원에서 대낮에 발생한 흉기 피습 사건으로 숨진 피해 여성이 전 직장동료이자 이 사건 피의자인 남성의 위협으로 경찰에 상담받은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여성이 스토킹과 관련한 보호 조치를 주저해 경찰에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지 못한 상황에 이번 사건이 벌어지면서 관계성 범죄에 대한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한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흉기에 찔려 사망한 20대 여성 A 씨는 지난달 5일 창원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성청소년수사팀에서 스토킹과 관련한 문제로 상담받았습니다.
당시 A 씨는 "한때 연락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계속 연락이 와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취지로 상담받았습니다.
경찰은 "계속 연락이 오면 스토킹 신고나 사건 접수가 가능하다"며 "피해 사실이 있으면 진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당시 A 씨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아직 없다면서 남성에 대한 정확한 인적 사항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 뒤 B 씨는 지난 27일 오전 직장동료이자 사건 피의자인 30대 남성 B 씨에게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습니다.
A 씨·B 씨는 과거 같은 직장 다른 부서에서 근무했던 사이로, 지난해 10월 약 한 달간 연락을 하던 사이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러던 중 A 씨가 B 씨에 대한 이상함을 느끼고, 연락을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하자 B 씨는 A 씨에게 집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결국 A 씨는 지난 1월 가족 병간호와 B 씨의 집착 등 사유로 직장에서 퇴사했습니다.
그 뒤 B 씨는 A 씨에게 신변에 위협이 될만한 문자메시지를 5건 보냈습니다.
이 같은 문자 내용에 A 씨는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상담받았으나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알리지 않으면서 아무런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특히 B 씨는 A 씨 퇴사 이후 주변인에게 "A 씨를 죽이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인사건과 관련해 지난 3월 수사 중인 관계성 범죄 사건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섰으나, 학대 예방 경찰관(APO) 시스템상에 이 상담과 관련한 내용도 기재되지 않으면서 조사 대상조차 되지도 못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진술하지만 처벌은 불원하는 경우라도 APO 시스템에 입력하게 돼 있으나 이 상담은 피해 사실 진술이 없었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라 전수 조사를 하기에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스토킹 위험성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에 상담 등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만으로 본인이 위협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진술이 없어서 가해자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사안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고자는 위험 상황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한다"며 "위험성 평가 문턱을 낮춰 보호 지원을 하고 사회 안전망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A 씨 상담 이후 약 3주 뒤인 지난달 27일 오전 B 씨는 건강 문제로 퇴사한 다음, A 씨 거주지로 찾아갔습니다.
B 씨는 A 씨가 나올 때까지 약 1시간 20분가량 기다린 뒤 A 씨를 데리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택시를 타고 함께 이동했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B 씨는 A 씨와 한참 대화를 나누다 자신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A 씨를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찌른 뒤 자해했습니다.
A 씨는 사건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졌고, B 씨 역시 치료 중 지난달 31일 사망했습니다.
경찰은 B 씨가 A 씨에 대한 과도한 집착 등으로 범행했다고 보고, A·B 씨가 다녔던 회사와 주변인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살인 혐의 피의자인 B 씨가 숨지면서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