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분들도 좀 너무하시지. 소각장을 다 지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가 않잖아요? 수도권은 과밀해서 지을 곳도 마땅치 않아요. 이 좁은 대한민국 땅 어딘가에 화장실은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수도권 쓰레기 직매립 금지 시행 후 일부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수도권에서 오는 쓰레기를 거부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폐기물 처리 업무 담당자로서 최근 겪고 있는 어려움이 이해는 됐지만 발언 자체는 부적절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쪽분들". 그러니까, 수도권 쓰레기를 받고 있는 농촌 마을의 주민들을 취재하면서 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주민협의체 대표는 쓴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화장실은 꼭 필요한 곳이잖아요. 그러면서 자기들은 남의 집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는 거죠. 본인들은 집 안에 화장실 만들기 싫고 불편하니까 '너희들 화장실 사용할게' 하는 거잖아요… (중략) 상당히 이기주의라고 느껴져요."
'푸른 숲, 맑은 마을'이 '소각장 마을'이 되기까지…북이면의 20년
51개 작은 마을로 구성된 북이면에는 4천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푸른 숲, 맑은 마을"로 불렸던 곳. "물이 좋아 청주에서 이곳까지 와서 물을 떠가기도 했던 곳"이었다는 주민들의 말처럼 북이면은 공기 좋고 물 맑은 평범한 농촌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공장들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수도권과 가깝고 고속도로 접근성이 좋다는 이점. 산이 낮은 '구릉 지역'이라 개발도 용이하고 땅값도 싼 편이라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공장들이 농촌 중간중간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시멘트 공장에, 컴퓨터 녹여서 금속 추출하는 공장, 그리고 소각장까지 이 좁은 동네에 없는 게 없어." (북이면 현암2리 주민)
북이면에는 민간 소각장 3곳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루 352톤의 쓰레기를 태우는 곳이 가장 크고, 나머지 두 곳은 90여 톤의 쓰레기를 태웁니다. 북이면 마을 어디에서 둘러봐도 소각장이 24시간 쓰레기를 태우며 뿜어내는 연기가 눈에 보입니다. 어떤 마을은 소각장 벽면을 울타리 삼아 배추 농사를 짓기도 하고, 어떤 농가는 일반 쓰레기는 물론 하수 폐기물까지 처리하는 소각장 바로 뒤에 위치해 심한 악취를 견뎌야 합니다.
1999년 첫 소각장이 북이면에 들어섰고 이후 2010년까지 두 곳이 추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 중 현재 가장 많은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 A 업체는 처음엔 "단순히 플라스틱 같은 걸 태우는 작은 소각장"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20년간 여러 차례 증설을 거쳐 현재 352톤 이상을 태우는 소각장으로 몸을 불렸고, 소유주도 글로벌 자본이 투입된 환경전문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북이면 3개 소각업체가 수도권 지자체와 현재 계약한 생활폐기물 규모는 2만 6천428톤. 계약만 해놓고 아직 폐기물을 보내지 않은 지자체들도 있지만, 경기도 화성시나 강화군 같은 경우는 이미 쓰레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강화군의 경우는 북이면까지의 거리가 180km나 됩니다.
'죽음의 공포'는 피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소각장이) 여기 있는 것만 해도 노이로제 걸리고 그냥 냄새 때문에 죽겠는데, 그게 또 온다면 다 죽으라는 이야기밖에 더 돼? 안 그려?" (북이면 현암2리 주민)
"암으로, 폐암으로 많이 돌아가셨어. 우리도 지금 기관지가 안 좋아서 해마다 고생을 해. 기침 나와서 죽겠어. 매연 때문에 그게 첫째, 제일 나빠." (북이면 장양1리 주민)
"너무 힘든 거예요. 한번 생각해 봐요. 이제까지 계속 피해를 보고 있었는데 또 내려온다니 얼마나 불안하겠어. 우리 다 전부 유가족들인데." (북이면 장양3리 주민)
여러 주민들의 말씀 속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암'과 '죽음'이었습니다. 이곳 주민들이 수도권 쓰레기에 대한 반대를 넘어 죽음까지 언급하는 이유는 북이면이 이미 오랜 시간 소각장 문제로 깊은 상처를 받아온 곳이기 때문입니다.
2017년 11월, 검찰과 당시 환경부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은 전국 폐기물 소각업체를 수사한 결과 일부 업체가 과다 소각으로 불법 수익을 취득하고, 유해물질 저감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활성탄'을 사용하지 않아 기준치 이상의 다이옥신이 누출되도록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이면 소재 소각장 한 곳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고 과다소각과 다이옥신 배출 등 불법 행위가 확인됐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이면에서는 2018년 5월부터 한 달간 주민들의 자발적 건강 실태 설문조사가 진행됐고 51개 마을 중 19개 마을이 응답한 결과 60명의 암 환자 중 31명이 폐암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후 전국 최초로 정부가 진행하는 주민 대상 건강 실태조사가 진행됐는데, 실제 주민들 소변에서 검출된 '카드뮴' 농도가 일반 성인 평균 대비 최대 5.7배 높았고, 담낭암 등 암 발생률도 2.6~2.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그 원인이 소각시설에 있다는 인과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의 반발로 보완 조사도 이뤄졌습니다. 당시 환경부는 해당 조사를 2021년부터 5년 간 보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었는데, 취재 결과 이 조사는 이미 2025년 1월 종료가 된 상태였습니다. 3곳의 민간단체에 용역을 주고 조사를 진행했고 3곳 모두 '북이면의 건강 피해와 소각장과의 연관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결과는 별도의 발표나 주민 설명 없이 민관협의체 8차 회의에서 보고된 게 전부였습니다.
2018년 북이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를 앞장서서 진행했고, 북이면 주민들의 건강 피해를 누구보다 강하게 주장해 왔던 유민채 전 추학1리 이장은 정부의 보완조사 결과를 전달 받지 못했고, 결과가 나왔단 사실도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주민들이 오염물질에 굉장히 많이 노출된 시기와 정부 조사가 이뤄진 시기가 거의 7~8년 정도 나거든요. 그러면 그 이후의 기준은 사실 무의미 한 거죠… (중략) 저희가 많이 이슈가 되면서 소각업체들의 불법 행위나 피해가 과거와 같진 않아요. 하지만 여전히 3개 소각장의 영향권 안에 마을이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죠 . 소각장 한 곳의 유해물질 배출 기준 용량이 100이라고 한다면, 모두가 100을 지킨다고 해도 3곳의 영향을 모두 받는 우리 주민들은 300의 영향을 받는 거잖아요. 그건 분명한 피해인 거죠." (유민채, 북이면 추학1리 주민)
소각장은 주민들의 마음도 양쪽으로 갈라놓았다
실제로 나흘간 북이면에 머물며 여러 동네의 주민들을 만나면서, 수도권 쓰레기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반대를 하면서도, 북이면이 '암 마을' 또는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것에는 반대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피해는 인정받지도 못한 채 결국 부정적인 낙인만 찍혀 농산물 판매 등에 악영향만 준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실제로 언론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지침 아닌 지침이 내려온 마을도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오염물질에 굉장히 많이 노출된 시기와 정부 조사가 이뤄진 시기가 거의 7~8년 정도 나거든요. 그러면 그 이후의 기준은 사실 무의미 한 거죠… (중략) 저희가 많이 이슈가 되면서 소각업체들의 불법 행위나 피해가 과거와 같진 않아요. 하지만 여전히 3개 소각장의 영향권 안에 마을이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죠. 소각장 한 곳의 유해물질 배출 기준 용량이 100이라고 한다면, 모두가 100을 지킨다고 해도 3곳의 영향을 모두 받는 우리 주민들은 300의 영향을 받는 거잖아요. 그건 분명한 피해인 거죠." (유민채, 북이면 추학1리 주민)
고령 인구가 대부분이라 노환으로 사망하는 주민들이 많은데, 신규 유입은 거의 없어 빈집이 늘고 있는 것도 특징이었습니다. 집을 내놓아도 수년째 나가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주민들은 말했습니다. 이런 현실이 재산상 손해로 이어질까 불안한 주민들과, 그럼에도 소각장 밀집 지역 피해자로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민들 간엔 보이지 않는 갈등의 골도 이미 깊어 보였습니다. "기자 양반이 고작 며칠 있었는데도 느낄 정도였으면 어떻겠어… (중략) 마을이 엄청 침체했어요. 분위기 살리려고 음악도 틀어놓고 윷놀이도 하고 자꾸 분위기 바꾸려고 노력해요. 좋은 생각만 하려고. 워낙 침체돼 있으니까." (이봉희, 장양1리 노인회장)
소각장이 이 마을에 밀집되기 시작한 건 주민들의 의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신체적, 심리적 상처는 주민들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았고,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습니다. 마을 입구에 걸린 '주민 행복 위협하는 수도권 폐기물 반입 결사반대' 현수막은 더 이상 우리의 상처를 헤집지 말라는, 주민들의 절규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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