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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야" 가벽 걷어차도 안 뚫렸다…결국 창밖으로 추락

24일 대전 대덕구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안전공업 주식회사 화재 합동 감식에 나선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무허가 불법 증축으로 확인된 공장 내부에 진입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4일 대전 대덕구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안전공업 주식회사 화재 합동 감식에 나선 소방 당국 관계자들이 무허가 불법 증축으로 확인된 공장 내부에 진입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쉬려고 휴게실 밖으로 나와서 한 2분이나 지났나. 화재 경보가 울림과 동시에 연기가 밑에서부터 올라왔다고…"

대전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오늘(26일) 안전공업 수사 브리핑에서 대피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초기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했던 당시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화재를 최초로 목격한 직원은 1층에서 24시간 돌아가는 회전체를 지키던 중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어서 작업은 중단된 상태였고, 기계를 모니터링하며 혼자 근무하던 중 동관 1층 4라인 집진시설 위에서 처음으로 불꽃이 이는 것을 봤다고 했습니다.

즉시 소화기 쪽으로 달려갔지만, 불길이 확산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고 어디선가 "나가야 해", "빨리 피해야 해"라는 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려 빠져나왔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밖에서 소리 지르는 것을 듣고 피신했다는 것을 보면, 목격한 순간 이미 다른 곳으로도 불길이 확산해 조치하기에는 늦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0일 불이 난 대전 자동차부품 제조공장 건물 외벽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근로자들이 매달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일 불이 난 대전 자동차 부품 제조공장 건물 외벽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근로자들이 매달려 있다.

같은 시각 직원들이 쉬고 있던 2층 휴게실(헬스장)로도 불길이 번졌습니다.

휴게실은 14명의 사망자 중 9명의 시신이 발견된 공간입니다.

경찰은 "휴게실에 있던 분 중 화재 직전에 나온 분이 한 분 계시는데, 바람을 쐬러 잠깐 밖에 나왔다가 2분 정도 뒤에 화재 경보가 울리는 소리를 들었고, 다시 들어가려고 보니 밑에서부터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휴게실에서 대피한 생존자들의 증언을 재구성하면 화재경보음은 울리기는 했지만, 금세 중단됐습니다.

누워서 쉬거나 휴대전화를 보고 있던 직원들은 "이번에도 오작동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경보기 오작동이 잦았던 탓입니다.

그러다 출입구 쪽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고함이 들리면서 휴게실 안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외부로 통하는 가벽(가짜벽)으로 몰려가 발로 걷어찼지만 소용없었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가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직원들이 그쪽으로 탈출하려고 했는데, 실은 가벽이 아니었다고 한다"며 "거기로 탈출하려고 걷어차 봤는데 부서지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출구로 대피하지 못한 이들은 다시 창문으로 달려가 에어 매트리스가 설치되지 않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골절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습니다.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외관을 지난 21일 오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사진=연합뉴스)
▲ 대형 화재가 발생한 대전 대덕구 안전공업 외관을 지난 21일 오전 하늘에서 바라본 모습

공장을 통째로 집어삼킨 화마에 현장은 아비규환이 됐고, 그 사이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조차 어려울 만큼 이 모든 일이 연속적으로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직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화재 경보가 울리다 중단된 것이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한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가까스로 빠져나온 직원들은 다른 사람이 지르는 소리를 듣거나 연기를 목격하는 등 직접 화재를 인지하고 나서 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경찰은 "최초 화재 발생과 그 이후 급격한 연소 확대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분이 제때 대피하지 못해 희생이 컸던 부분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현재까지 관련자 53명을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안전공업에서 불이 나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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