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중동 전쟁에 따른 석유·가스 공급난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에너지 대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필리핀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 총력 대응에 나섰습니다.
2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밤 "국가 에너지 공급에 위험이 임박했다"며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일단 1년간 유효한 이번 조치로 마르코스 대통령은 연료·식량·의약품·농산물, 기타 필수품의 안정적 공급과 배분을 보장하는 비상위원회를 이끌게 됩니다.
또 관련 정부 부처에 통상적 절차를 건너뛰어 세계적인 시장 혼란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됐습니다.
이 중 에너지부는 석유 등 연료를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관련 제품을 조달하고 필요시 계약금의 15%를 선금으로 지급하며, 사재기나 폭리 행위에 대해 직접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교통부는 대중교통 연료 보조금을 지급하고 도로 등 통행료·항공료를 인하 또는 유예하는 한편, 위기 상황에 처한 개인에 대한 지원을 신속히 처리하게 됩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심각한 공급망 차질과 상당한 변동성,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을 초래해 "나라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로 정부는 현행법에 따라 조율된 대응 조치를 시행해 세계 에너지 공급 차질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위험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이미 전국의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 등 대중교통 종사자들에게 1인당 5천 페소(약 12만 5천 원)의 연료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으며, 일부 도시에서는 노동자·학생에게 무료 버스 승차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국내 에너지 사정에 대해 샤론 가린 에너지부 장관은 국내 연료 비축량이 약 45일분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정부가 여러 국가로부터 100만 배럴 분량의 원유를 조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향후 계약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는 "미국 국무부와 협력해 미국 제재 대상 국가로부터 석유를 구매하기 위한 제재 면제 또는 예외 조치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밝혔습니다.
이란산·베네수엘라산 석유가 논의 대상에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로무알데스 대사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국 측 반응에 대해서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필리핀은 이미 미국의 30일간 러시아산 석유 판매 허용 조치에 따라 5년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산 원유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또 발전용 석탄 가동을 극대화하고 최대 석탄 공급국인 인도네시아로부터 석탄 수입량을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가린 장관이 밝혔습니다.
가린 장관은 "발전회사, 특히 석탄화력발전소들과 협의해 발전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지 확인했다"며 내달 1일부터 이런 일시적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석탄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 조치가 성공적으로 시행된다면 적어도 중동 분쟁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필리핀은 현재 발전량의 약 60%를 석탄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편, 마르코스 대통령은 항공유 부족 문제와 관련해 블룸버그TV에 "이미 여러 나라가 우리나라 항공사에 항공유 공급을 거부했다"며 "장거리 비행은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부 항공편 운항이 불가피하게 중단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필리핀 저비용항공사(LCC) 세부에어의 경우 내달부터 운항 편수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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