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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엉터리' 공무원 해외훈련보고서 3년 치 전수조사 [취재파일]

진화하는 '엉터리' 공무원 해외훈련보고서 3년 치 전수조사 [취재파일]

별표 **(   )**가 있는 보고서

2025년 1월부터 2026년 1월, 13개 월 동안 작성된 국외훈련보고서 481건. 국외훈련을 다녀온 공무원들이 보고서를 AI로 대충 쓰고 있다는 제보를 듣고, 직접 분석에 나섰다. 파이썬이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해서 별표(**)와 이모지를 걸러낼 수 있는 코드를 만들어 패턴을 검출해 봤더니, 별표**와 이모지가 붙은 보고서들이 주르륵 나왔다. AI가 자신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문장이나 단어에 이모지나 별표**를 붙이는 건데, 공무원들이 해외에서 훈련 명목으로 공부를 하고 다녀온 뒤 제출한 보고서를 AI로 썼다는 결정적 증거였다.

공무원 해외 훈련 보고서 분석, AI 엉터리 보고서 발견

AI로 쓴 비율이 50%가 넘는 걸로 추정되는 보고서 82개를 분석했더니, 그 중 절반 이상은 AI가 만들어낸 환각(할루시네이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복지부 과장급 공무원이 영국으로 연수를 다녀와서 쓴 1인 가구 자립 지원 정책에 관한 연구보고서는 연구 시작 부분부터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고, 통일부 과장급 공무원이 쓴 보고서 참고문헌에는 북한 보건 상황 자료가 아니라 엉뚱한 태국 보건 정책 문서 링크가 달려있기도 했다. 모두 AI가 써준 내용을 검증도 없이 그대로 쓰면서 발생한 문제점들이다.
 

3년 치 국외훈련보고서 전수조사

공무원 해외 훈련 보고서 분석, AI 엉터리 보고서 발견

SBS가 공무원들이 해외로 연수를 다녀온 뒤 쓴 보고서들이 AI로 쓴 엉터리 보고서라고 SBS 8뉴스 리포트를 통해 지적한 이후 인사혁신처는 전수조사에 나섰다. 인사혁신처 정병진 대변인은 "보도에서 지적한 보고서를 포함해서 국외훈련보고서 총 1천385건 을 전수조사한다"고 밝혔다. 2022년 11월 30일 GPT가 공개된 이후 한국에서는 2023년 1월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GPT같은 생성형 AI가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를 맞춰서 2023년 1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작성해서 올린 국외훈련보고서가 대상이다.

먼저 해외에 다녀온 훈련생인 공무원 본인이 스스로 점검한 뒤 훈련생이 소속되어있는 부처가 확인 및 심의하고, 이후 인사혁신처에서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최종 심의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사혁신처는 이 과정을 거쳐 4월 말까지 최종 점검을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취재를 해보니 해외로 연수를 다녀왔던 공무원들이 보고서에 쓴 참고문헌의 존재 유무, 링크 등을 찾느라고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인용한 참고문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왜 없는지도 소명하는 내용을 제출해야 한다고 하니 일단 AI를 이용해서 엉터리 보고서를 쓰는 문제는 해결이 될 것처럼 보인다.

AI 엉터리 보고서,  정부 공식 사이트에 공개
 

진화하는 엉터리 보고서

공무원들이 해외연수, 훈련 다녀와서 쓰는 보고서가 엉터리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먼저 다녀온 사람 보고서를 베끼거나 유명한 논문을 짜깁기하는 경우가 수두룩했고, 지적이 잇따르자 인사혁신처가 보고서 표절을 막기 위해 기준을 세우기도 했다. 문제는 표절이 아니라 AI를 통해 아예 새로운 없는 논문을 인용한 보고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엉터리 보고서도 시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데, 막상 인사혁신처의 국외훈련보고서 기준에는 AI를 어떻게 이용할지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표절 문제가 지적되었을 때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웠더라면 AI 등장 이후 생긴 이런 문제는 막을 수 있었다. '공무원 국외장기 훈련생 연구윤리 준수 서약'서를 보면, 훈련결과보고서를 제출할 때 반드시 표절 검증 전문프로그램을 활용해 유사도 검증 결과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표절을 했는지 안 했는지만 보는 건데, 보다 근본적으로 실제 어떤 논문과 연구를 인용했는지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국제 학계에서는 논문 작성 시 기존 연구의 본문 인용 방식과 참고문헌 작성 형식을 규정하는 표준화된 스타일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APA Style이나 Chicago Style과 같은 인용 규정은 연구자가 선행 연구를 어떻게 인용하고 참고문헌을 어떤 형식으로 적을지를 체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훈련보고서 역시 규격화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참고문헌 쓴 보고서, 안 쓴 보고서, 인용한 논문을 본문에 쓴 보고서 안 쓴 보고서 등 중구난방으로 운영된다면 앞으로도 엉터리 보고서가 나왔을 때 검증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 전수조사에서도 참고문헌을 아예 쓰지 않은 보고서를 검증할 경우, 검수자가 본문 내용을 하나하나 팩트체크 하지 않는 이상 환각을 검출해 내기가 쉽지 않다. 반면 체계적인 규격이 있는 보고서라면 참고문헌에 있는 논문이나 링크 등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어렵지 않게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또, 전문가들과 논의를 통해 국외훈련보고서를 쓸 때 AI를 어떻게 쓸지 가이드라인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가이드라인을 넘어서 보고서 자체 '스타일'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한 달 뒤 문책?

공무원 국외장기 훈련생 연구윤리 준수 서약

인사혁신처는 훈련보고서를 제출할 때 '연구 과정에서 진실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정확한 기록을 통해 연구 결과의 검증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훈련생인 공무원들에게 요구한다. 또, 표절로 판명될 경우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및 인재개발 업무지침에 따라 지급된 월 체재비의 4배를 환수 조치한다고 말하는데, 표절을 넘어 없는 내용을 있는 것처럼 써낸 훈련생을 문책하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큰 문제일 것이다.

AI로 쓴 엉터리 훈련보고서 내용을 지적하는 SBS 기사에는 "연수가 아니라 혈세 공짜 관광여행", "저래도 징계 안 받으니... 세금 살살 녹는구만..." 같은 댓글들이 주를 이룬다. 올 한 해에만 공무원 국외훈련 비용에 투입되는 예산은 527억 원. 전수조사 이후 제대로 된 문책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 '별표' 복붙한 공무원들…수백억 쓴 해외연수 실체 (2026. 3. 10. SBS 8뉴스 보도 풀영상)
▶ "단 36초" 그럴듯한 '환각'…전 국민에 퍼진다 (2026. 3. 11. SBS 8뉴스 보도 풀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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