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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3 내 사진으로 이런 짓을? 경찰은 '혐의없음'
03:37 "크리에이팅을 좀 즐기려고"…기막힌 해명
06:27 뒤늦은 사과, 하지만…
건장한 체격의 남성을 다정하게 끌어안고 있는 여성, 연인 사이처럼 보이지만 생성형 AI로 합성한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 남녀의 얼굴, 실존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여성은 서울 구로구청 공무원 A 씨, 남성은 같은 과에서 함께 일하던 간부 B 씨였는데요. B 씨가 A 씨 사진을 남몰래 이용해서 커플인 것처럼 합성하고 이걸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내걸었다가 덜미가 잡힌 겁니다. 충격적인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1. 내 사진으로 이런 짓을? 경찰은 '혐의없음'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A 씨는 우연히 B 씨의 카카오톡 배경사진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달라붙는 민소매 차림에 청바지를 입고 B 씨를 끌어안고 있는 사진 속 여성이 자신과 똑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깨에 손을 올리고 B 씨를 빤히 쳐다보고, 중세풍 옷을 입은 채 B 씨 곁에 앉은 모습도 보입니다. A 씨 이름에서 따온 듯한 영어 문구도 담겼습니다. 익숙한 듯 낯선 이미지들, 알고 보니 B 씨가 구청 내부 조직도에서 A 씨 사진을 몰래 내려받아서 AI를 통해 만든 합성물이었습니다.
[A 씨 / 피해 공무원 : 도대체 뭐지, 누가 봐도 제 사진인데, 제가 찍지도 않았고 있을 리도 없는 그런 사진이, 연인 관계인 것처럼 그렇게 묘사된 사진이 올라가 있으니까,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수치심 그리고 모욕감이 밀려왔어요.]
동의 없이 성적 수치심이 들게 하는 가짜 사진을 만들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린 거라서 A 씨는 며칠을 고심한 끝에 B 씨를 성폭력처벌법 혐의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B 씨는 성비위 적발 시 조치를 규정한 법규에 따라 직위해제 조치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일말의 기대감을 품었다는 A 씨.
[A 씨 / 피해 공무원 : (경찰에서는) 가장 베테랑 수사관으로 배정을 해줄 테니 걱정 말아라라고 하셨어요. 증거도 너무 명백하잖아요. 신고만 하면 일이 척척 잘 절차가 진행돼서 합당한 벌을 받고 잘 마무리가 될 줄 알았어요.]
고소장을 내고 3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경찰에서 수사 통지서가 날아왔는데요. 결론은 성범죄 혐의없음, 요약하면 노출이 그리 과하지 않고 단순히 바라보기만 할 뿐 성적 행위로 해석될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A 씨 / 피해 공무원 : 너무 절망적이었죠. 성행위를 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이 어려울 것 같다라고 하더라고요. 앵무새처럼 자기들은 판례에 따를 뿐이다, 제가 실제로 느낀 수치심과 그 사진이 만들어진 그 방식과 맥락 의도 이런 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느껴졌어요.]
서울 구로경찰서 관계자는 SBS에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이게 적절치 못한 일이란 건 안다, 하지만 그게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인가는 또 다른 문제인 거 아니냐, 결국 성범죄로 처벌하긴 쉽지 않다는 결론에 이른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명예훼손 혐의는 인정될 소지가 크다고 보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를 했다고 밝혔는데요. 다만 서울남부지검은 이마저도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며 사건을 되돌려 보냈습니다.
[박지수 /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 :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폭력의 유형이 점점 다양해지고 시스템과 제도는 못 따라오고. (관련법 취지) 핵심은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인데, 인식 개선이 없고선 이런 문제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 "크리에이팅을 좀 즐기려고"…기막힌 해명
성범죄 혐의를 벗은 B 씨, 직위해제 한 달 만에 복직해서 일선 주민센터로 배치돼 정상 근무에 들어갔습니다. 구청 측에도 입장을 물어봤는데요. 제가 접촉한 구청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경찰 결론이 예상과 달라서 당혹스럽다면서도 성비위에 대해 혐의없음 결론이 나왔으니 관련 규정에 따라 복직을 해야 하고 그걸 막을 방도가 없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몇 달 동안 관련 내부감사나 징계가 없었던 데 대해서는 구청 측은 "수사기관 판단이 나온 뒤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봤다, 징계 절차는 무조건 밟을 예정이다"라고 거듭 해명했습니다. 좁은 공직사회에서 고통은 오롯이 피해자의 몫이었습니다.
[A 씨 / 피해 공무원 : 제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잖아요. (가해자 퇴직까지) 10년 동안 계속 언제 마주칠지 모른다는 그 생각을 갖고 계속 살아야 되잖아요. (이전으로) 너무 돌아가고 싶어요.]
사실 현직 공무원 신분에서 언론에 이런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게 굉장한 부담일 수 있는데요. 이런 일련의 흐름이 A 씨를 카메라 앞에 앉게 했다고 말합니다.
[A 씨 / 피해 공무원 : (이런 결론은) 가해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정도 괜찮구나, 신체 중요 부위만 안 보이면 되는구나'라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가 이 문제를 좀 공론화를 해야 한다라고.]
그렇다면 B 씨는 도대체 왜 이런 합성물을 만들고 또 그것도 모자라 그걸 자신의 카카오톡 프로필에 내걸기까지 했을까요? 직위해제 통보를 전후해서 B 씨가 A 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SBS가 입수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요. 사진 출처가 잘못된 건 인정한다면서도 "크리에이팅을 좀 즐기려고 시도해 본 거다, 좀 봐달라"고 합니다. 사실이 알려질 경우 자신의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일종의 협박성 내용도 담겼는데요. B 씨가 근무하는 구로구 관내 주민센터를 찾아가 봤습니다. B 씨는 취재진에게 '취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이돌 같은 연예인 사진을 자신과 함께 합성하는 게 오랜 취미였다, 자기만족용이었고, 다만 성적 의도가 있거나 한 건 전혀 아니었다면서 A 씨 사건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처음으로 일반인 사진을 활용해서 AI 합성을 해본 건데 어깨에 손을 얹으라고 주문을 넣으니까 끌어안는 형태로도 만들고. 아무튼 AI가 너무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이게 누구 얼굴인지 단박에 알 수 있게 되고 그러면서 문제가 커진 거다 이런 해명을 내놨습니다.
[A 씨 / 피해 공무원 : 본인이 한 행동이 잘못된 거라고 전혀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어요. 직장 동료인 저뿐만이 아니라 나중에는 시민의 사진까지 이용을 할까봐 그런 걱정도.]
3. 뒤늦은 사과, 하지만…
SBS 보도가 나간 뒤 구로구청 내부는 크게 술렁였습니다. 구로구청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에서 단순 인사 조치만으론 종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 가해자에 대한 즉각적이고 엄정한 징계와 피해자 보호 대책 수립을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또 생성형 AI 디지털 성희롱에 대한 명확한 자체 징계 기준을 마련할 것과 전 직원 대상 성희롱 디지털 윤리교육 의무화 등을 구청 측에 요구했습니다.장인홍 구로구청장은 보도 하루 만에 피해 직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문화와 제도를 근본부터 되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온라인 반응을 보니까요. '이런 합성물도 성범죄로 볼 수 있느냐'부터 '공직기강 어떻게 바로 세울 거냐' 등등 물음표가 쏟아지는 걸 보면 단순 공무원의 일탈이라고만 보고 넘기기엔 사회적 함의가 적지 않은 사안 같습니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 그 답을 함께 찾아나갈 시점이 이제는 다가온 것 같습니다.
(취재 : 안희재,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주용진, 양현철, 영상편집 : 안준혁,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취미가 합성" 내 사진 훔쳐 '몹쓸 짓'…"그래도 무혐의" 경찰의 기막힌 이유
입력 2026.03.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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