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만 보면 탱크가 정지된 상태에서 사진이 촬영된 것인지, 이동 중에 촬영된 것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후 조선중앙TV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탱크가 실제로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약 30초 분량으로 편집된 영상에서 김정은은 김주애에게 어느 방향으로 운전을 해보라고 지시하는 듯 보입니다. 김정은이 조종석에 앉은 주애의 어깨를 두드린 뒤 왼쪽으로 가라는 듯 손짓을 하자 탱크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천마-20은 자동 주행 기능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김정은도 김정일이 권좌에 있던 시기 일찌감치 소총을 들고 탱크를 몬 적이 있습니다.
김주애가 포사격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김정은의 과거와 비교해 보면 북한이 시사하고 싶은 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로서는 김주애가 탱크를 모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 김정은이 탱크를 몰았던 사실을 떠올릴지 모릅니다. 김정은의 다음 권력이 김주애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줄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당시 김정은과 김주애의 나이입니다.
탱크를 몰았던 김정은은 당시 20대 중반이었습니다. 반면 김주애는 아무리 이른바 '백두혈통'이라고 해도 이제 10살을 조금 넘긴 청소년입니다. 북한은 김주애를 나이에 맞지 않는 차림으로 계속 등장시키고 있죠. 주애는 등장 초기와 달리 이제는 파마 머리를 하고 높은 구두를 신고 시찰에 동행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어린아이처럼 취급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그들 체제만이 가진 고유한 특징 있다며 특수론을 강조하지만, 한편에선 일반 국가들처럼 대외적 위신과 평판에 내심 관심을 갖고 대응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치러진 우리 총선 격,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반대표가 1% 미만이라도 등장하도록 한 것은 자유 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대외용으로 풀이됩니다. 문제는 북한이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김주애의 탱크 주행 영상이 공개되는 순간 그 조치들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는 것입니다. 북한 체제는 혈통의 문제, 후계의 문제가 나올 때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여줬고, 또 앞으로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때 이른바 '정상 국가'를 지향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정은 시대 북한의 모습은 김주애의 등장과 함께 퇴보하는 듯 보입니다. 통일부는 김정은의 딸이 사격을 하거나 전차에 탑승하는 등 직접 참여하는 동향이 많아지고 있는 데 유념해서 보고 있다면서 "후계 내정과 관련돼서는 정보기관의 판단에 유념하면서 관계기관과 함께 동향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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