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작은 트럼프의 SNS였습니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14일,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호르무즈 항로를 책임져야 한다"며, 중국과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이렇게 5개 나라를 콕 짚어 군함을 보내야 한다고 썼습니다. 정작 당사국들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트럼프는 노골적인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이틀 뒤, 트럼프는 케네디센터 이사회 오찬을 앞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그럴 줄 알았다"고 냉소하며,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은 우리 곁에 없을 것이다. 나는 이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이 모든 상황을 이미 예측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말을 덧붙이며 자신의 예측력을 과시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나기 1년 전,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를 정확히 예상했고, 이를 자신의 책에 기록으로 남겼다는 겁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트럼프는 2001년 1월 <우리가 누려야 할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이란 책을 썼습니다. 정말 그렇게 예측을 했는지, 구글 북스에서 그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키워드 검색을 해 보니, 책에는 오사마 빈 라덴의 이름이 '딱 한 번'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에는 빈 라덴의 테러 가능성을 예측한 대목은 없습니다.
트럼프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맥락은 이렇습니다. 미국은 거대한 하나의 적과 싸우는 게 아니라 수많은 적과 싸우고 있다, 그 가운데 (당시에) 위험 인물로 지목된 빈 라덴도 있고, 설령, 미국이 그를 처리해도, 또 다른 적이 나타날 거란 내용입니다. 즉, 미국 주변에 켜켜이 쌓인 적들 투성이라는 뜻입니다.
… 한 명의 고수(미국)가 수많은 라이벌과 싸우는 겁니다. … 또 어느 날에는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이 공공의 적 1호로 지목되고, 미군 전투기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그의 은신처를 초토화한다고 합니다. 그는 어디론가 도망치고, 몇 주 후면 새로운 적과 새로운 위기가 나타납니다.
We’re playing tournament chess – one master against many rivals. … One day we’re told that a shadowy figure with no fixed address named Osama bin-Laden is public enemy number one, and U.S. jetfighters lay waste to his camp in Afghanistan. He escapes back under some rock, and a few news cycles later it’s on to a new enemy and new crisis.
- 트럼프 <우리가 누려야 할 미국>(The America We Deserve)
트럼프는 이 책에서 9.11 테러를 예측하지도 않았고, 오사마 빈 라덴의 이름은 미국을 둘러싼 수많은 적들 가운데 하나의 사례로 들고 있을 뿐입니다.
동맹국들의 미지근한 반응이 너무 불쾌했던 걸까요. 이날 트럼프가 쏟아낸 허위 정보는 정점을 찍었습니다. 이런 말도 했습니다.
쉽게 말해,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전직 대통령 누군가도 이란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습니다.
이 부분은 미국 언론의 팩트체크를 참고하겠습니다. 지금 생존한 전직 대통령은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이렇게 딱 4명입니다. 미국 언론들이 전직 대통령 측에 물어봤더니, 모두 그런 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특히, CNN은 백악관에 "전직 대통령 측이 모두 부인하고 있다. 누가 그런 주장을 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백악관은 응답을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는 이란이 주변 중동 국가를 향해 보복 공격을 하는 것도 쟁점이 됐습니다.
이란은 지난달 28일 미국의 공격을 받은 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등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습니다. 당시 이란은 걸프 국가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 역내 미군 기지 등을 공격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걸프 국가들의 민간 시설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해 트럼프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란이 주변 중동 국가를 향해 보복 공격을 할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란이 매우 이례적인 군사 행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트럼프의 주장, 사실일까요. 팩트체크에 앞서 챗GPT에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란이 역내 미국의 동맹국을 보복 공격할 거란 분석은, 한 두 명의 의견이 아닌, 전형적 시나리오에 가까웠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챗GPT의 답변을 근거로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28일 이전의 자료를 찾아봤는데, 이미 이란은 미국이 공격할 경우, 이웃 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1월 말 "이웃 나라들은 우리의 친구이지만, 그들의 영토, 영공, 또는 해역이 이란을 공격하는 데 이용된다면, 그들을 적대적인 국가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고, 지난달 이란 유엔 대사는 "이란이 공격 받을 경우, 방어적 대응 차원에서 적대 세력의 모든 기지, 시설, 자산은 합법적인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란 전쟁 발발 이전, 이란의 보복 공격을 예상한 전문가들의 진단도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검증한 트럼프의 주장은 이렇게 정색하고 팩트체크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다소 과도한 표현들입니다. '말꼬리 잡기' 팩트체크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대통령의 말은 통치 방식 그 자체입니다. 단순한 의견 제시가 아닌, 정책 신호이기도 합니다. 특히, 초강대국 미국의 전시 상황 속 트럼프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전략인 동시에 예측의 근거가 됩니다. 동맹국들도 그의 말에 따라 움직이고, 시장 지표도 출렁입니다.
앞서 팩트체크한 트럼프의 주장들은 미국의 직접적인 전쟁 전략을 좌우할 만한 메시지는 아니지만, 전쟁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합니다. 이번 이란 전쟁 과정에서 나오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허위·과장 정보, 의도적인 과시가 너무 많은 까닭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전쟁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말기에는 뒤따르는 희생이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추정 기관마다 다르지만, 21일 현재 전쟁 사망자는 최대 8천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자료조사 : 작가 김효진, 인턴 박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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