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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 미국에 2배 커진 '투자 선물'…파병 요구는 일단 비켜가기

다카이치 총리, 미국에 2배 커진 '투자 선물'…파병 요구는 일단 비켜가기
▲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카이치 일본 총리가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 약속 등을 '선물 보따리'로 안기며 끈끈한 동맹 관계를 과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 해결과 관련한 일본 역할 확대를 요구했지만, 자위대 파견 등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지는 않아 일본으로서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야 하는 시름을 일단 면하게 됐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으로부터 호르무즈 파병을 요구받은 한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 국가들 가운데 요구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첫 대면한 정상이어서 그가 이번 회담에서 펼친 '빠져나가기' 전략이 다른 국가들에도 선행 사례로 가늠자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카이치, 트럼프 띄우며 이란 사태 개입 일단 모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을 시작하며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나서주길(step up) 기대한다"며 일본을 압박했습니다.

그는 4만 5천 명의 주일미군 규모, 일본이 석유 9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오는 사실을 언급하며 다카이치 정권이 이란 사태 해결에 일정 정도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일 정상회담에 동석한 오자키 마사나오 관방 부장관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이란 정세에 관해 논의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에 일본이 공헌할 것을 요청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기뢰 제거용 소해함 파견 등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확보는 에너지 안정 공급의 관점에서 중요하다"며 "일본 법률 범위 내에서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자국 법률 범위란 아베 신조 정부 때인 2020년 '조사·연구' 목적으로 함정을 파견한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으로 출발하기 전 "정전이 확실한 게 조건"이라고 전제한 적이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답변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호르무즈 해협 관여 문제를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일본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려고 하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는 다르다"고 치켜세우면서 다카이치 총리를 난감하게 할 만한 언사는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사태 개입 요구에는 직접적으로 응하지 않으면서도 강한 유대감을 담은 발언을 쏟아내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는 회담 모두 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만이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취임 7일 만에 트럼프 대통령과 한 첫 정상회담에서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며 '트럼프 띄우기'에 나섰던 다카이치 총리가 이란 전쟁 장기화로 안팎의 비판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을 풀어주며 전쟁 참여 요구의 강도를 낮춰보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현지 시간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한 미일 정상 (사진=AP, 연합뉴스)

일본으로서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무력 사용을 포기한 '평화헌법' 체제에서 자위대 파견을 함부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에서 전통적으로 우호 관계였던 이란과도 척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런 사정을 반영해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사태 해결 지원 요구에 일단 고개를 돌렸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의 명분에는 적극 동참한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결코 용납돼선 안 된다. 일본은 이란이 인접 지역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회담 뒤 취재진과 만나 "다만 일본 법률의 범위 안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와 취할 수 없는 조치가 있으므로 이에 대해 상세하고 철저하게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오자키 관방 부장관은 기자단에 방위비의 증액이나 평가에 대해 미국 측에서 제기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회담이 성공적으로 종료됐다면서 "회담 시간을 1시간 정도를 상정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훨씬 연장했다. 2번째 회담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신뢰의 끈을 느꼈다"고 자평했습니다.
 

알래스카 원유 증산 인프라·구리 정련 투자도 검토…미사일 공동 개발 등 추진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이란 전쟁에 따른 군사적 요구는 피해 갔지만, 주요 동맹국을 상대로 막대한 대미 투자를 원하는 경제적 요구에는 십분 응하면서 동맹 관계 유지에 힘을 쏟았습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정부는 일본의 대미 투자 2차 프로젝트로 총 730억 달러(약 109조 원)에 달하는 소형 모듈 원자로(SMR), 천연가스 발전 시설 건설 등을 추진하는 내용의 공동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1차 프로젝트 규모인 360억 달러(약 54조 원)의 두 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일본은 지난해 미국과 무역 합의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를 일부 낮추는 대신 미국에 5천500억 달러(약 819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막대한 투자 규모뿐 아니라 SMR, 데이터센터 인근에 지을 발전 시설 등 2차 투자 프로젝트 내용도 인공지능(AI) 발달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불안정한 중동 정세를 고려했을 때 핵심 투자에 가깝다는 데 양국이 뜻을 같이했습니다.

공동 문서에서는 미국 알래스카 원유 증산 인프라, 대형 원자로, 첨단 디스플레이 공장, 구리 정련 시설, 데이터 센터용 배터리 등 향후 검토할 투자 프로젝트도 언급됐습니다.

NHK에 따르면 공동 문서에는 2차 투자 프로젝트에 관해 "양국의 경제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 성장을 가속하는 데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써 발전을 계속하는 미일 동맹의 새로운 황금시대로의 길을 개척할 것"이라는 기대가 담겼습니다.

양국은 희토류 등 주요 광물을 인질로 경제 제재에 나서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중요 광물 공급망 강진성(강화)을 위한 미일 행동계획'을 마련키로 했습니다.

NHK는 중국이나 북한 정세를 둘러싸고 미일 양국이 이후로도 긴밀히 연대하자는 뜻을 이번 회담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미일 회담은 이란 사태 발발 전까지만 해도 미일 양국의 중국 견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중동 정세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면서 중국 관련 논의는 힘이 빠졌다는 분석입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중국을 염두에 두고 "지금은 중동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안전보장 환경도 매우 엄중하다"며 미국이 동아시아 안보에 지속해서 관여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습니다.

회담에서 양국은 미일 동맹 억지력과 대처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 미사일 공동 개발·생산 등 폭넓은 안전보장 협력 추진도 논의했습니다.

미국과 미사일 공동 개발 등은 '전쟁 가능한 국가'를 노리는 다카이치 정권으로서는 동아시아 역내에서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성과로 보입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인 납북자 등 북한 관련 문제도 거론하며 "(나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고 싶은 마음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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