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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중동…"타격 클 것" 전 세계 덮친 먹구름

불타는 중동…"타격 클 것" 전 세계 덮친 먹구름
▲ 2026년 3월 16일 두바이 국제공항 근처의 유류저장고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불이 붙고 연기와 화염이 치솟는 모습.

이란 전쟁의 불길이 중동의 에너지 시설로까지 번지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동 에너지 시설마저 공격 타깃이 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10달러로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 가팔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이란 전쟁이 격화하면서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양상입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 '레드라인' 넘은 전쟁…국제유가 다시 110달러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이날 배럴당 107.38달러로 전장 대비 3.8% 올랐습니다.

브렌트유는 종가 산출 이후 상승 폭을 더 키워 한국시간 17일 오전 10시 30분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110달러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9일 이후 9일 만입니다.

4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6.32달러로 전장 대비 1% 상승했고 한때 98달러까지 뛰었습니다.

이란과 카타르의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았다는 소식이 유가 급등을 다시 촉발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와 이와 직결된 이란 남서부 해안 아살루에의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를 폭격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가장 우려됐던 '중동 내 에너지 인프라 타격'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이에 맞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앞으로 몇 시간 내로" 공격할 것이라고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IRGC는 성명에서 "전쟁의 추는 사실상 제한된 전투에서 전면적 경제전으로 넘어갔다"며 "오늘 밤을 기점으로 레드라인은 바뀌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실제로 이날 이란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20%를 담당하는 페르시아만에 있는 카타르의 라스라판 가스 시설에 대해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습니다.

카타르에너지는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이번 공습으로 라스라판의 공급 정상화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 센터의 이라 조세프는 "카타르가 시장에 복귀하는 시점을 올해 중반 이전으로 보기는 어렵고, 그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라스라판에 있는 헬륨 생산 시설도 이미 가동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웨이퍼 냉각에 필수적인 헬륨도 공급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카타르는 전 세계 헬륨 생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산 원유를 대체하는 물량 확보에 나섰지만, 이 또한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컨설팅 업체 스파르타 커머더티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준 고는 최근 보고서에서 많은 아시아 정유소가 중동산 '중질·고유황' 원유를 처리하도록 설계돼 있어 대서양 양쪽에서 생산되는 '경질·저유황' 원유로 쉽게 전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현재 브렌트유와 WTI 선물은 연초 대비 각각 83%, 70% 급등한 수준입니다.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 "올해 금리 인하 물 건너갔다" 관측 급부상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올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도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급격히 커지고 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중동 전쟁의 영향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점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연준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는 연말 적정 기준금리 수준을 작년 12월 전망에서와 같은 3.4%로 유지했지만, 파월 의장은 위원들이 확신을 가지고 적어낸 결과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망을 수정하기에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위원들의 인식을 보여줍니다.

파월 의장은 "뭔가는 적어야 하니까 위원들이 적어낸 것"이라며 "지속 기간이나 경제 영향의 규모에 관해 토론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번 회의와 마찬가지로 오늘 회의에서도 다음번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논의됐다"며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대다수 참석 위원은 금리 인상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오는 6월까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3%로 반영했습니다.

연말까지 동결할 것이라는 확률도 56%로 뛰었습니다.

현 시점에선 올해 금리인하는 없다는 게 시장 다수의 인식인 셈입니다.

◇ 숨 막히는 세계 경제…'S 공포'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수준에서 장기간 지속되면 미국과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시카고대 경영대학원(부스 비즈니스스쿨)과 함께 경제학자 46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8%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지속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5∼0.50%포인트'(53%) 또는 '최소 0.50%포인트'(1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또 응답자 중 40%는 전품목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를 연말까지 0.25∼0.50%포인트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봤습니다.

응답자의 30%는 추가 상승폭을 '0.50~1.0%포인트'로, 10%가 넘는 응답자는 '1.0%포인트 이상'으로 각각 예상했습니다.

10명 중 8명이 물가를 최소 0.25%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본 것입니다.

앞서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중동 지역 에너지 시설이 훼손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해 배럴당 108달러 유가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미국의 물가상승률을 약 0.8%포인트 높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과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씩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물가상승률은 0.8%포인트 높일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경제 성장률 역시 미국의 경우 0.1% 낮출 것으로 분석됐다. 유로존(-0.6%)과 영국(-0.5%) 경제가 입을 타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다만 파월 의장은 이날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과는 거리가 멀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훨씬 더 심각한 상황에만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며 "매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1970년대에 겪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 일각에선 미국 경제가 고물가, 저성장 상태인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작년 4분기 미국의 성장률은 0.7%(전기 대비 연율 기준)로 작년 3분기 성장률(4.4%)에 비해서 크게 둔화한 상태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물가가 일차적으로 관세 탓에, 이제는 전쟁 탓에 상승하고 있는 반면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앞서 지난 5일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인 2050 컨퍼런스'에서 "분쟁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가격, 시장 심리, 경제 성장, 인플레이션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IMF가 이번 분쟁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그 분석 결과를 다음 달 발표될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y Outlook)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월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제시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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