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이 갈랐던 선거 결과
장면 2)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후신인 새누리당에서 전례 없는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이른바 '진박 감별사' 파동이 터졌습니다. 친박계였던 공관위가 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 중진들을 자르고 친박 인사를 심으려 했습니다. 김무성 당시 대표가 이에 반발해 당 직인을 들고 잠적했습니다. '옥새 들고 나르샤' 사건입니다. 보수 지지층은 새누리당에 환멸을 느꼈습니다. 180석을 호언장담하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뒤집혔습니다. 결국 민주당에 1당 자리를 내어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공천 혁신'과 '사천', 구별 기준은?
반면 2016년 공천은 '혁신'이라는 탈을 쓴 '계파 보복'이나 '낙점'으로 비춰졌습니다. '신선한 피의 수혈'이 아닌 '당 사유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비난이 비등했습니다. 중도층은 지지 정당을 바꿨고 핵심 지지층까지 투표장을 외면했습니다.
결국 '공천 혁신'과 '사천'을 가른 기준선은 '국민의 납득'이었습니다. 당이 추구하는 변화, 혁신이 시대 정신에 맞는지, 대안으로 내놓은 인물들이 그런 시대 정신을 표상하는지, 변화를 추진하는 당 수뇌부의 의도가 자신들의 이해를 떠난 당을 위한 것인지 국민은 민감하게 알아챘습니다. 2000년과 2016년 당의 운명은 그렇게 엇갈렸습니다.
대구에서 터져 나온 '파열음'
하지만 이 위원장의 현역 의원 컷오프 움직임에 대해 당 안팎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3선의 추경호 의원은 SNS를 통해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자신을 경선조차 배제하려는 것은 대구를 민주당에 상납하려는 행위"라며 "대구시장 공천의 전권이 언제부터 공관위원장 개인의 호주머니 속에 있었나"라고 따졌습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적어도 '윤어게인' 세력을 상징하는 분들의 지지를 받아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이진숙 후보야 말로 첫 번째 컷오프 대상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대구 지역 의원 일부는 오늘 오후 국회에서 장동혁 대표와 만나 현역 컷오프에 대한 입장을 전하기로 하는 등 집단행동 움직임도 있습니다. 공천이 실제 이뤄지기도 전에 내홍부터 불거졌습니다.
계속 나오는 질문 "공천의 원칙은?"
표면적으로는 당 중진이나 현직을 최대한 배제해 새로운 인물로 새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공관위 움직임과 당선 가능성이 우선인 만큼 중량감 있는 인물들을 내세워야 한다는 당 중진들의 반발이 맞부딪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공천에 있어 당과 지지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원칙과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위원장은 '세대교체', '기득권 배제'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두겸 울산시장이나 김진태 강원지사, 박완수 경남지사는 단수 공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최민호 세종시장과 이장우 대전시장, 김태흠 충남지사도 단수 공천했습니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경북은 이철우 경북지사와 3선의 임이자 의원이 별 불이익 없이 경선에 나갔습니다. 내세운 공천 원칙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또 상기한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의 지적대로 대구 지역 공천의 경우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에게 결과적으로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 대상입니다. 알다시피 국민의힘은 이대로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의원 전원 명의로 '절윤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장동혁 대표 등 수뇌부도 함께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의 마지막 입장이라는 추가 설명까지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전 방통위원장은 절윤에 반대하며 '윤어게인' 세력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유튜버 고성국씨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전 위원장이 대구 시장 후보로 최종 결정될 경우 국민의힘의 '절윤'은 헛구호로 전락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무리한 컷오프로 이진숙 전 위원장을 밀어주는 모양새의 공천 관리를 한다면 '원칙과 기준'의 순수성은 더욱 큰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천 혁신' 납득시키려면
지금 대구 공천 과정을 저 세 가지 요소에 대입해보면 어떻습니까? 국민이 납득할 만한 원칙과 기준을 국민의힘이 고수하고 있다는 판단이 들까요? 만약 이정현 위원장의 행보가 "이기는 공천"이 아니라 "내 사람 심기"로 결론 난다면, 국민의힘에 미칠 악영향은 대구라는 텃밭에서의 승패에 그치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는 '여전히 정신 못 차린 오만한 야당' 프레임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이 위원장이 대구시장 공천부터 천근의 책임감을 갖고 반드시 '공천 혁신'이라는 국민의 납득을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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