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격리' 강조한 대책, 현장에서 왜 작동 안 하나
문제는 가해자 격리를 강조하고 있는 이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번 남양주 사건에서도 피해자에게는 스마트워치 지급 등 조치가 이뤄진 반면, 가해자의 신병 확보를 위한 구금 조치 등은 적절히 이뤄지지 못했고 그 사이 피해자는 변을 당했습니다. 피해자가 계속 위험을 입증하는 구조를 멈추고, 위험 징후가 있는 가해자를 국가가 선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래서 나옵니다.
"사건 이후 보호가 아니라, 사건 이전에 살고 싶다"
교제폭력을 연구하는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선 수사관들의 스토킹 범죄 대응 방식이 개인마다 상당한 편차를 보였다고 진단했습니다. 직접적인 가해자 격리 조치인 유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찰이 있는 반면, 유치를 활용하지 않는 경찰도 있었습니다. 실제 재범 위험이 높은 가해자가 유치됐을 때, 범죄 위하 효과를 체감했다는 경찰이 있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관할 법원이 유치 등 조치를 계속해서 기각하는 경우, 비슷한 경험을 체득한 경찰은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법원에서 조금 더 쉽게 허용하는 접근 금지 형태를 더 많이 활용하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유치' 신청해도, 법원에서 기각 비율 높아"
담당 수사관이 가해자 유치나 구속 필요성을 느껴 신청해도 법원에서 기각되는 사례가 상당하고, 경찰이 점차 신청을 꺼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구치소 유치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낮아요, 인용률이. 여러 번 위반을 한다고 해도 판사가 또 그 사람 피의자 불러서 요즘은 신문까지 해서 확인을 해서,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도 가정폭력 사건에서 너무 위험성이 높아서 유치 신청한 경우가 있었거든요. 근데 판사가 다 기각을 했어요. (중략) 근데 그 사람이 또 위반을 해서 저희가 구속영장 신청한 적이 있었거든요. 사실 판사가 인용 안 하는 이유가 안 쓰여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답답해요. (그 가해자는 그럼 구속이?) 구속 안 됐어요. 요즘은 검사도 우리처럼 많이 적극적으로 생각은 하는데 판사분들은 사실 저희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저희는 느끼거든요. 아무리 우리가 적극적으로 해도 기각되거나 이런 경우가 워낙 많아서."
- 김정혜, 교제폭력(데이트폭력)의 실효적 대응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 방안 연구 중 경찰 인터뷰 내용 일부 발췌
스토킹 범죄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협소한 것도 문제입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물리적 가해 위주로 '위험도'를 판단하는 탓에, 온라인을 통한 괴롭힘이나 직장 동료 등 제 3자를 통한 위해행위는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판단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남양주 사건에서도 담당 수사관이 피해자 차량에 부착된 위치 추적 장치에 대한 국과수 감정을 의뢰하면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수사관이 보다 '스토킹 행위'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판단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경찰 안팎에서도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이른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선 수사관들의 인식이 제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자책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경찰은 오늘(18일) 추가로 발표한 대책에서 또다시 전수 조사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스토킹 범죄 심각성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피해자를 돕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지난해 8월에도 경찰은 3천 명을 대상으로 전수 조사했지만, 또다시 발생한 비극을 막지 못했습니다. 스마트워치, 맞춤형 순찰 같은 피해자 중심 보호를 넘어서 체포·유치·구속·전자장치 부착 같은 가해자를 적극 분리해야 한다는 그간의 피해자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일선 경찰만 탓할 것이 아니라, 법무부와 여성가족 관련 부처, 보호관찰기관까지 묶는 전 정부 차원의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되풀이 되는 전수 조사와 사후 문책은 "무능의 고백"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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