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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더 공격할 수"…난감함은 '내 몫' [이브닝 브리핑]

"재미로 더 공격할 수"…난감함은 '내 몫' [이브닝 브리핑]

트럼프 "호르무즈에 병력 보내"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국에 사실상의 파병 요청을 했습니다. 요청이라고 말하기에는 으름장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라건대, 지도부가 모두 없어진 국가(이란)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이 더 위협받지 않도록, 인위적 제약(호르무즈 봉쇄)의 영향을 받는 중국과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그리고 다른 국가들이 이곳에 함정을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바라건대'라고 말했지만 '해협 봉쇄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당신들도 군대를 보내 봉쇄를 푸는데 직접 나서라'고 윽박지른 셈입니다.

중국에는 이달 말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연기할 수 있다며 협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중국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원유 수입의 90%를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전에 (중국 뜻을) 알고 싶다. 2주라는 시간은 너무 길다"며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까지 꺼냈습니다. 유럽 동맹국들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을 돕지 않는다면 "나토 미래는 매우 어두울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어 "이제 그들이 우리를 도울지 두고 보겠다.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지만 그들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말해왔다"며 '돌려까기'를 시전했습니다. '나토가 어떻게 나오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어'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어떤 도움이 필요한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질문에 "무엇이든 상관없다. 필요한 모든 지원"이라고만 답했습니다. '내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단순히 유조선 등 민간 선박을 군함들이 호위만 하는 것으로 봉쇄를 풀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이란 내륙에서 쏘는 미사일이나 공격형 드론에 대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란 본토를 점령하는 수준의 군사적 행동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은 최근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을 전격 공습했습니다. 군사적 목표 타격에 집중하던 초기와 달리 이제 석유 시설도 공격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재미로 몇 번 더 공격할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장기전에 대비해 이란의 '돈줄'을 죄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이란도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주변 산유국의 석유 생산 시설에 대한 공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쟁 확산도 불사하겠다는 태도의 트럼프 대통령 요구에 동조할 경우 자칫 이란과의 전면전에 휘말려들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트럼프, 중국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

각국은 '신중 모드'..다만 난감할 뿐

병력 파견 요청을 받은 나라들은 부아가 치밀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이란 공격에 대해 미국이 합의는커녕 협의도 한 적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 사달을 내고 그 뒤처리는 '손해를 보게 된 너희가 해결해.'라고 미루는 꼴입니다. 이란의 정권 교체를 바란 나라는 이스라엘뿐입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문제 삼았습니다. 어느 쪽이든 당장 공격을 감행해야 할 만큼 급박한 사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미국은 이란과 핵 협상을 벌이던 중에 갑자기 공습을 단행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놓고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맞서야 할까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5개국 모두 극히 신중한 입장만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은 일단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다만 "즉각적인 적대행위가 중단돼야 한다."고만 밝혔습니다. 중국 특유의 화법입니다. 원론적 언급만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합니다. 미국 입장에 거의 항상 동조하는 일본도 이번에는 태도가 다릅니다. 일본 외무성은 "일본은 대응을 스스로 결정하며, 독자 판단이 기본 원칙"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했다고 즉시 해군 함정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드 밀리밴드 에너지안보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 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사 작전이 아니라 전쟁 종식이 답이라는 말입니다. 다만 영국이 제공할 수 있는 지원에 대해 미국 등 동맹국들과 논의 중이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그나마 프랑스가 가장 긍정적 입장입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을 호위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순전히 방어적인 차원"의 조치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 NBC 방송은 "이들 국가가 결국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이들의 미온적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약 7개국에 참여를 요구했다면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또 "이들 국가가 나서서 자신들의 영토를 보호할 것을 요구한다. 그들이 에너지를 얻는 곳"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아울러 '연합 전력이 구성되는 대로 호르무즈에서 작전이 곧바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상대국이 뭐라고 하든 '밀어붙이겠다'는 모습입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

변수 많은 고차방정식

우리 정부는 아직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파병 요청을 받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내부에서는 미국의 파병 요청을 받는데 대해 대단히 난감해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미국과 이란 사이 긴장이 고조됐을 때 아프리카에서 해적 대응 작전을 펼치던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투입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아덴만 인근에서 호르무즈 해협, 아라비아만까지 확대해 독자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이런 형식을 취하면서 국회 동의를 추가로 받지 않고 '우리 국민 보호 활동'이라는 명목으로 작전 수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다국적군의 공동 작전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파병할 경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2020년과 달리 이번에는 실제 교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이 부담입니다. 우리 군의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우리 민간 선박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번 이란 공습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좋지 않은 점도 걸림돌입니다. 상기한 대로 어느 국가도 선뜻 파병을 약속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 강화해야 하는 처지에서 이렇게 직접, 콕 집어서 요구하는 파병을 받아들이지 않기란 쉽지 않습니다. 설사 거절하더라도 그럴듯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막무가내식 요구를 해오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만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그렇다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어느 쪽과도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지 않을 최적의 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말이 쉽지 우리 외교와 국방에 대단히 난해한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역사적으로 이와 비슷한 난관에 부딪힌 적이 있습니다. 조선 광해군 때 구 패권국인 명과 신흥 세력인 후금(청)의 전쟁이 벌어졌을 때입니다. 명이 조선에 파병을 요구했고 임진왜란 때 큰 빚을 진 조선 입장에서는 거부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결국 1만 3천 명의 조선군이 참전했고 이를 이끌던 강홍립은 조선군의 피해가 커지자 후금에 투항했습니다. 이 때문에 광해군이 강홍립에게 은밀히 후금과의 밀약을 지시했다는 설까지 돌았습니다. 이는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시 광해군은 명과 후금 사이에서 최대한 중립을 지키려 노력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 당시와 국제 정세와 상황, 고려해야 하는 변수들이 다 다릅니다 하지만 변수가 많은 고차방적식이라는 점, 일도양단이 아니라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하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의 외교 전략과 수행 능력이 국제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은 동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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