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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겁난다" 중동 전쟁 여파에 부산 어선 '시름'

"출항 겁난다" 중동 전쟁 여파에 부산 어선 '시름'
▲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10일 오후 부산 사하구 부산시수협 다대위판장 급유소에서 한 어민이 선박에 기름을 넣고 있다.

"기름값이 많게는 조업수익의 절반 가까이 나가는데 이러다 소형 어선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최근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부산 앞바다에서 생선을 잡는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10일 오후 1시 부산 사하구 부산시수협 다대위판장 급유소.

부산시수협 소속 선박의 3분의 1가량인 500여 척은 이곳에서 기름을 공급받습니다.

급유소에는 이날 새벽부터 오전까지 아귀, 삼치, 광어, 도다리 등을 잡고 돌아온 어선 여러 척이 기름을 넣기 위해 줄지어 서 있었지만, 어민들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어선들이 공급받는 면세유 가격은 수협중앙회와 정유사의 계약에 따라 매달 결정됩니다.

현재 선박에 공급되는 경유 가격은 1드럼(200ℓ)당 17만 6천640원, 휘발유는 100ℓ당 8만 4천910원입니다.

중동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달 20일 확정된 가격으로 아직 인상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어민들은 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는 소식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매일 출항에 나서는 5t급 소형 어선은 하루 잡은 생선의 양만큼 이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이곳에서 삼치 등을 잡는 양정복 부산시수협 이사는 "다음 달 유가가 얼마나 오를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어민들 사이에서 걱정이 태산"이라며 "유가가 인상되면 어선들의 생계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히 아귀를 잡는 어선의 경우 자정에 나갔다가 10여 시간 조업한 뒤 오전에 들어온다"며 "다른 어선보다 먼바다에서 오래 작업하다 보니 한 번 출항하면 두 드럼이 소비되는데 과연 버틸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습니다.

수온이 올라가는 4∼5월은 어획량이 줄어드는 비수기입니다.

잡히는 고기는 적은데 기름값만 치솟으면 배를 띄울수록 손해를 보게 됩니다.

어획량에 비해 유가상승으로 인한 지출이 늘어날 경우 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민은 "생선이 잘 잡히지 않는 시기라면 괜히 바다에 나갔다가 손해를 볼까 봐 아예 출항을 안 할 수도 있다"며 "보통 어장을 찾아 해상에서 계속 이동하는데 기름값이 아까워 그러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어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현재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입니다.

양 이사는 "어려운 시기가 일정 기간으로 정해져 있다면 어민들도 감내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시름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시수협 관계자는 "다음 달 유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달 말 많은 선박이 기름을 넣을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자체 유류 탱크에 비축한 물량은 충분해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만 기름값이 어민 생계와 직결되는 만큼 정부도 관련 대응책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양수산부도 현재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어업인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가 연동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재정 당국과 협의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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