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 인트로
00:27 "입양 포기하고 싶다"...왜?
02:05 어떤 절차에 있는지도 몇 번이나 전화해야...
03:37 입양 '0명'...부모도 아이도 나이든다
04:59 2년 동안 뭐 했나? 또다시 분노한 부모들
입양을 꿈꿨다는 A씨. 집을 찾았을 때 눈에 들어온 게 몇 개 있었습니다. 집 안 바닥에 깔린 매트, 거실 한편에 붙어 있던 키재기용 자였습니다. 품으로 와서 신나게 뛰어다닐지 모를 아이를 위해 깔아둔 소음 방지 매트였고 하루하루 커가는 시간을 기록할 아이 키재기용 자였습니다. 그렇게 간절해 보였던 A씨는 어느덧 2년 가까이가 돼 버린 입양 절차를 떠올리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1. "입양 포기하고 싶다"...왜?
지난해 7월 우리나라 입양절차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바로 공적체계 전환입니다. 이름을 많이 들어보셨을 홀트아동복지회 같은 민간입양기관이 아니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입양절차 전반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거였습니다. 입양 대상 아동의 결정과 보호는 지자체에서 예비 부모 적격성 심사와 결연 등 핵심 절차는 보건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결정하고 모든 입양기록물 관리 등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에서 합니다. 그런데 지금 왜 입양을 희망하는 예비부모들 사이에서는 입양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걸까요? 취재를 하면서 만난 예비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절차가 계속 늦어지고 있단 겁니다. 지난해 7월부터 입양 공적 체계 전환 이후 입양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그전부터 민간 입양 기관에서는 입양 신청을 받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저희가 만난 A씨는 2024년 3월부터 민간 입양 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공적 체계 전환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신규 입양 신청을 받지 않았고 곧 보건복지부가 가이드라인을 내릴 테니 일단 기다려 달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습니다. B씨도 2024년 10월부터 민간 입양기관에 문의를 했지만, 절차가 진행된 건 없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림이 이어지다 지난해 7월이 됐고 신청 접수는 우편등기로만 받다 보니 부모님들은 하루라도 빨리 입양 신청 접수를 하기 위해 우체국 오픈런까지 했다고 합니다. 내 서류가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해야 절차 진행이 빠를 거라는 생각에서였죠.
2. 어떤 절차에 있는지도 몇 번이나 전화해야...
이어지는 절차도 쉽지 않았습니다. 입양은 상담, 신청, 가정조사, 아동결연, 임시양육, 입양허가 등의 절차로 이뤄지는데 상담과 가정조사 등을 담당하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단 겁니다. 이 절차는 보건복지부가 위탁한 사회복지법인 대한사회복지회가 담당하는데 B씨는 이곳 사회복지사가 자꾸 일정을 늦추거나 지각을 하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B 씨 /입양 예비 부모 : (사회복지사) 한 명이 다 한다, 상담·가정조사·사후관리까지 다 맡고 있고 담당 지역도 전남·전북·충청까지 너무 넓어서 시간이 지연된다 설명하셨고.]
호남과 충청 지역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가 본인 한 명이어서 그렇다고 했단 겁니다. 이 모든 절차에는 단계 별로 규정된 시한은 없습니다. 시일이 지날수록 아동의 입양 후 적응이 어려운 만큼 영국의 경우 예비부모의 입양 자격심사에 2개월, 적합성 조사에는 4개월 같은 시한을 두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는 겁니다. 내가 지금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도 예비 부모들은 문제로 꼽았습니다. 특히 결연을 심사하는 입양정책위원회에 우리 가정이 상정되는지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A씨 가정의 경우 위원회에 두 차례 상정됐지만 아동과 결연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A씨가 여러 차례 아동권리보장원에 물어서야 이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예비 부모들이 아동권리보장원 등에 거듭 전화해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를 몇 번이나 캐물어야 어떤 단계인지를 알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예비 부모들의 주장입니다.
3. 입양 '0명'...부모도 아이도 나이든다
올해 1월 말 기준 입양 대상 아동은 274명, 입양 신청가정은 551가정이 대기 중입니다. 아동 중 한 살 미만은 102명, 한 살 이상 즉 이른바 연장아로 불리는 아동은 172명입니다. 지난해 7월 공적체계 전환 이후 입양 절차를 시작해 아동이 가정에 인도된 사례는 지금까지 없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공적체계 전환 이전부터 절차를 밟아오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정에 인도된 사례는 54명 있다고 했는데 지난 2022년부터 3년 동안 연평균 162명의 입양이 허가된 것에 비하면 이 역시 과거에 준하는 수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예비 부모는 호소합니다. 어떤 단계인지도 알지 못한 채 행정적인 이유로 절차가 늦어지는 사이 예비 부모들도 아이들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B씨는 예비 부모들이 결혼을 하고 난임을 알게 되고 치료 등을 거치며 몇 년을 고통받는 사이에 나이가 들어버렸는데 입양을 결심하고 그 절차마저 2년 정도 멈춰 있게 되면서 또 나이가 들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A씨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내가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과 함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A 씨/입양 예비 부모 : 지지부진한 과정을 겪으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나'라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
아이들의 기다림도 길어집니다. 가정에서의 애착 형성 대신 시설이나 위탁 가정에서 점차 커가고 있는 겁니다.
4. 2년 동안 뭐 했나? 또다시 분노한 부모들
취재 중 저희 질의에 아동권리보장원은 새로운 공적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절차의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각 가정의 입양절차 단계가 서로 다르고 단계별 심층 검토가 요구되고 있어서 인력과 여건상 진행 과정에 대한 모든 세부 내용을 사전에 공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3~4월 내에 시스템을 개발해서 예비 부모들이 단계별로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SBS의 첫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추가 설명을 내놨는데요. 절차 진행이 더딘 면도 있었지만 아동에게 최적의 가정을 찾아주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고 입양절차 중에도 아동이 따뜻한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위탁 가정에 우선 배치되게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입장에 예비 부모들은 또다시 분노했고 반박문을 내놨습니다. 먼저 시행까지 2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는데, 신청이 몰려서 절차가 늦어지고 있단 건 책임 전가라는 겁니다. 이들이 모욕적이라고 특히 비판했던 지점은 따뜻한 가정에서 자라도록 위탁가정 우선 배치라는 문구였습니다. 입양 대상 아동의 위탁 배치는 어디까지나 차선책인 것이고 아동에게 필요한 건 영구 입양 가정임에도 위탁이 마치 충분한 것처럼 얘기하는 건 기만적이라는 겁니다. 절차 진행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의례적 다짐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으로 표준 처리 기한을 설정하거나 미결연 이유 고지 의무화 등 개선 조치를 시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이 다짐한 대로 입양 현장에서의 변화가 있는지는 계속해서 점검해볼 예정입니다.
(취재 : 박하정,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혜림, 디자인 : 이수민,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정부가 책임" 결과는 입양 '0명'…예비 부모들이 폭발한 진짜 이유
입력 2026.03.0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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