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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명령 이행' 재단하는 국방부 잣대…"그때그때 달라요" [취재파일]

국방부가 장관의 국방보좌관에 김선봉 부이사관을 승진시켜 기용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 반발하고 있습니다.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부조리가 있었다며 해병대 장군 2명 등을 직무배제한 데 대해서는 해병대에서 불편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선봉 부이사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종섭 전 국방장관, 김용현 전 경호처장의 부정한 지시를 무작정 따라서 부승찬 의원을 기소케 했다는 의혹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입니다. 해병대 장군들은 채 해병 사건 처리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하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모두 윗선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것으로 지목된 사람들인데 전자에게는 영전의 영예를, 후자에게는 직무배제라는 불가역적 불명예가 주어졌습니다.

명령 이행을 대하는 국방부의 잣대가 이중적입니다. 모순적 잣대가 횡행하는 와중에 많은 현역 군인들에게 현재도 난감한 명령들이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행하면 당장의 편안함은 보장되지만 언젠가 불법적 하명과 수명의 혐의로 고초를 겪을 수 있습니다. 군의 소명과 어긋난다며 소신껏 거부하면 항명의 철퇴가 기다립니다. 헷갈리고 난감해서 "무사히 전역하기만 바랄 뿐"이라는 군인들이 많습니다.
 

여당 반발하는 국방보좌관 승진 인사

국방부는 지난달 27일 국장급 직위인 국방보좌관에 김선봉 부이사관을 승진 임용했습니다. 국방보좌관은 국방부 장관의 업무를 직접 보좌하는 중요 직위로 이전에는 장성급 장교가 맡았습니다. 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를 위해 이번에 처음으로 임명직 공무원을 기용했습니다.

국방부 보좌관 인사에 반대하는 민주당 국방위 소속 의원들의 성명서

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발끈했습니다. 김선봉 보좌관 인사가 발표되자 부 의원은 "이 인물은 윤석열 정권에서 이종섭 전 장관과 김용현 전 경호처장의 지시에 맹목적으로 복종해 나를 조작 기소하는 데 앞장섰다", "비밀을 열람하지도 않고 (수사기관 조사에서) 내 책(권력과 안보)에 해당 비밀이 수록됐다고 확정했다"고 일갈했습니다.

부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김 보좌관은 윤석열 정부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명령을 고스란히 따랐습니다. 부 의원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김병주, 박선원, 황명선, 황희 의원도 김선봉 부이사관 임용 제고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이 정도면 여당이 반대하는 정부 인사라고 봐도 되겠습니다.

이재명 정부의 국방부 징계 기준은 한마디로 "계엄 명령, 더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부당한 명령에 스치기만 해도 날린다"입니다. 김 보좌관보다 혐의가 작은 것으로 알려진 많은 군인들은 줄줄이 직무배제, 파면 등의 무거운 처벌을 받았습니다. 국방부는 김 보좌관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습니다.
 

'박정훈 영웅화' 하면서 해병대 장군들 날리고

지난달 25일 해병대 준장 2명과 대령 1명, 해군 중령 1명이 직무배제됐습니다. 2023년 7월 경북 예천 폭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순직한 고 채수근 해병 사건 처리 과정에서 부적절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직무배제 조치는 해병대 사령부와 해군 본부에서 했지만 직무배제 의뢰는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했습니다. 즉, 국방부와 조사본부가 해병대와 해군 고위 장교들의 직무배제를 결정한 셈입니다.

지난달 계엄 연루자 처벌 및 징계를 발표하는 안규백 국방장관과 배석한 박정훈 준장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해당 장교들의 비위가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비위라는 것이 채 해병 사건을 덮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으로 엮으라는 윗선의 지시 또는 명령이 내려오고 이행되는 가운데 옆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결정장애적 행동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정적으로야 바른 소리 하고 싶었겠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또 눈앞의 주먹이 무서운지라 어정쩡한 선택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해병대 고위 장교들의 직무배제를 밀어붙인 곳은 박정훈 해병 준장이 직무대리로 지휘하고 있는 조사본부입니다. 박정훈 준장은 해병대 외압 의혹 사건의 당사자입니다. 박정훈 준장이 대표하는 조직에서 박정훈 준장이 직접 당사자인 사건을 수사하는 것입니다. "박정훈 준장의 사적 감정이 개입돼 모군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고, 국방부는 "해병대 사건은 박 준장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국방부 해명의 설득력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국방부는 기회 날 때마다 공문서에 "박정훈 준장이 이끄는 조사본부"라고 적었습니다. '안규백 장관이 이끄는 국방부', '진영승 대장이 이끄는 합참'이라고 쓴 공문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창군 이래 처음 있는 특별대우이고, 영웅화입니다. 박정훈 준장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눈치입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조사본부는 '박정훈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박정훈 배제된 해병대 사건 수사는 없다"는 없다는 말이 조사본부 주변에서 나옵니다.
 

훈련 뒤로 미루고, 동서고금에 없는 군축 하라는데

상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인 자유의 방패와 연계된 연합 실기동훈련이 대폭 줄었습니다. 작년 자유의 방패 때 51건에서 올해 22건으로 반토막 이상 축소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여단급은 13건에서 6건으로, 대대급은 20건에서 10건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미뤘다가 연중 두루 나눠서 한다지만 그렇게 실현될지는 남북미 관계에 달렸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한미 해병대의 '쌍룡' 연합 상륙훈련 장면. 올해 3월 실시하지 않고 하반기로 계획을 미뤘다.

9·19 남북 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을 재가동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비행금지구역 가동은 군축의 사안입니다. 군축 당사자인 남북이 논의해서 합의를 보면 군은 당연히 성실 이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비행금지구역 재가동은 북한 빼고 우리만 검토하며 동맹인 미국과 협의하는 실정입니다. 이런 군축은 동서고금에 없습니다.

훈련을 뒤로 미루고, 비행금지구역 재가동을 검토하라는 명령은 정당할까요? 훈련은 군인 본분입니다. 9·19 합의로 한반도 훈련이 줄어들자 로버트 넬러 미 해병대 사령관은 "한반도를 떠나 어디서 훈련하나"라며 반발했을 정도입니다. 군축 당사자와 협의 없는 비행금지구역 나홀로 검토 명령은 더 황당합니다. 남북 합의 없는 비행금지구역 재가동은 절차에 맞지 않는 불법이 될 소지가 작지 않습니다.

당장 쏟아지는 소나기 피했다고 안심하는 군인은 없습니다. 처마 밑에서 벌인 꿍꿍이가 구름 걷힌 뒤 밝혀지면 참 곤혹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요즘 국방부 명령에 불편함 느끼는 군인들이 많습니다. 부당한 명령 이행한 것 같은데 어떤 이는 꽃길 걷고, 어떤 이는 벼락 맞는 현실이라서 혼란도 큽니다. 군인 노릇 하기 어려운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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