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요격된 후 떨어진 파편에 맞아 연기에 휩싸인 두바이 국제공항의 모습
이란이 미사일 운용 방식을 바꿔 이스라엘 내 목표물과 중동 지역 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미군이 주둔하는 주변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민간시설도 공격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이는 작년 6월에 치른 '12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에 보복 공습을 집중했으나 방공망에 가로막혀 성과가 미미했던 '교훈'을 반영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에게 공습을 당한 이란은 이스라엘,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에 있는 목표물들을 상대로 탄도미사일과 드론 등을 동원해 보복공습을 가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작년 6월과 비교하면 이란의 이번 보복공습이 개별 공격의 위력은 줄었으나 더욱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전직 이스라엘 안보분야 관계자는 "가랑비처럼" 이뤄지는 이란의 보복공습이 이스라엘 측의 소모전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설계된 전략으로 보인다며 이번 전쟁이 몇 시간이나 며칠만에 끝나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현재 이란의 보복폭격 시도 대부분은 이스라엘과 페르시아만 국가들의 고성능 방공망에 요격되고 있으나, 몇몇 자폭공격 드론과 미사일은 방공망을 뚫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2월 28일 밤 텔아비브와 3월 1일 베이트 셰메시에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로 도합 10명이 사망했습니다.
UAE에는 이란이 탄도미사일 150여발, 드론 500여대,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으며, 이런 공격으로 3명이 숨지고 58명이 부상했습니다.
BBC는 UAE 최대 도시 두바이가 이틀 연속으로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습을 당해 두바이 국제공항과 호화 호텔들인 페어몬트 더 팜, 부르즈알아랍 등에 피해가 발생했으며 많은 관광객들의 발이 묶였다고 전했습니다.
두바이 거주자인 베키 윌리엄스는 BBC에 "어제 집 뒷편에서" UAE의 요격미사일 15발 가량이 발사되는 것을 봤다며 "공중에서 요격이 발생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습니다.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 카타르의 수도 도하, 쿠웨이트의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도 이란의 공습으로 인명피해와 물적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피해 시설 중에는 호텔과 항구도 포함됐습니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1일 페르시아만 국가들 내에서 미군 기지와 군사자산만을 보복공격 목표물로 삼고 있다는 이란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이란 정권이 적극적으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두바이 국제공항, 쿠웨이트 국제공항, 이라크 아르빌 국제공항, 두바이 부르즈 알아랍 호텔·페어몬트 팜 호텔, 바레인 크라운 플라자 호텔, 이스라엘 텔아비브 주거지역, 바레인 및 카타르 주거지역 등을 포함해 10여곳 이상을 공격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주(駐)바레인 미국 대사관은 1일 마나마 소재 크라운 플라자 호텔이 폭격당해 부상자가 발생했다며, 앞으로도 호텔이 공격 목표물이 될 수 있으니 투숙을 피하라고 미국 시민들에게 권고했습니다.
이번과 대조적으로 작년 6월 전쟁 당시 이란의 페르시아만 국가 내 목표물 상대미사일 공격은 중동지역에서 가장 큰 미군 시설이 있는 카타르 소재 알우데이드 기지에 집중됐습니다.
이처럼 이번에 이란이 페르시아만 국가들을 상대로 "고강도로 신속하게 조기에" 보복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은 정치적 요인 탓일 수 있다는 게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민주주의 방위 재단'(FDD) 소속 이란 전문가 벤함 벤 탈레블루의 설명입니다.
그는 "(이란이 페르시아만 국가들을 상대로) 충분히 큰 위기를 일으키면 (페르시아만) 지역의 미국 우방국들이 나서서 이란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작전을 중단시키도록 할 수 있다"는 게 이란의 계산이라고 FT에 설명했습니다.
이란의 보복공습 전략에서 변하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이란은 이번 공격 작전에서도 비싼 고성능 무기보다 저렴한 저성능 무기를 먼저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작년 6월에 이란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내 목표물을 상대로 보복공격을 했을 때와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보유한 방공미사일을 조기에 소모시키려는 의도로 추정되며, 이란이 고성능 미사일은 추후에 쓰기 위해 아껴두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FT는 카타르 도하의 거리에 떨어진 이란 로켓의 영상 분석 결과 에마드 혹은 샤하브-3 등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비교적 저성능 로켓이 중간에 요격당한 후 폭발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습니다.
영국군 출신 로버트 캠벨 전 소령은 "사드, 애로, 다윗의 돌팔매 등 (미국과 이스라엘 방공시스템의) 요격용 미사일들은 매우 고가이며 재고를 확보하려면 몇 년이 걸린다는 점을 그들(이란 측)은 알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란은) 이스라엘과 페르시아만 국가들에 구형 액체연료 미사일을 마구 발사해 (이스라엘과 미국 방공시스템의 요격용 미사일) 재고를 소모시켜버리고, 나중 공격을 위해 신형 고체연료 미사일을 아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런 이란의 계산은 미사일) 발사대가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캠벨 전 소령은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 있는 미국 해군 제5함대 사령부 본부가 "기본적으로 장난감 비행기"인 저성능 드론 샤헤드-136으로 폭격당한 점을 거론하며 의외이며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자폭공격용 드론인 샤헤드-136은 대당 제작 단가가 2만∼3만 달러(2천900만∼4천400만 원)로 추정됩니다.
영국 내각 정보분야 고문을 지낸 리네트 너스바커는 이란 측이 전쟁이 시작되면 지휘계통에 문제가 생길 것을 예견해서 미리 목표물 좌표를 지정해 놓고 연대장급 이하 지휘관들도 발사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사전승인을 해둔 상태라고 FT에 설명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 측 미사일 자체보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를 타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미사일 발사대 200기가 파괴됐고 수십기가 사용 불능 상태가 돼 이란의 미사일 발사 능력의 50%가 무력화된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FT가 전한 이스라엘군 추산에 따르면 이란은 작년 6월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미사일 500여발을 사용했으며, 그 중 거의 90%는 요격됐고 수백발은 지상에서 파괴됐습니다.
그 후 이란은 탄도미사일 재고를 다시 채웠으며 이번 전쟁 시작 전에는 2천500발 수준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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