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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찐리뷰] 부친 가정폭력에 시달린 딸, 훗날 아동학대로 조카 살해…대물림 된 악의 비극

[꼬꼬무 찐리뷰] 부친 가정폭력에 시달린 딸, 훗날 아동학대로 조카 살해…대물림 된 악의 비극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26일 방송된 '악의 대물림'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배우 가수 김장훈, 선예, 배우 배인혁이 출연했습니다. (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추모공원의 한 아이

오늘의 이야기에 앞서, 사진 한 장을 보여줄게.
꼬꼬무 찐리뷰

세상 환한 얼굴로 웃고 있는 이 아이의 이름은 김샛별(가명) 양이야. 이렇게 해맑은 미소를 지닌 채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야 할 아이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한 추모공원에 안치돼 있어. 2012년에 태어난 샛별이는 2021년, 고작 만 8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 이 어린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샛별이의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풀려면, 샛별이가 태어나기도 전인 2008년으로 돌아가야 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밝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오늘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

▲ 영주 연쇄 성폭행 사건

때는 2008년, 경상북도 영주에 있는 영주경찰서야. 이곳엔 이제 막 형사가 된 남자가 있어. 그의 이름은 윤태용. 1991년 경찰로 임용돼 경찰 생활 17년 만에, 그토록 꿈꿨던 형사과에 처음 발령을 받았어. 그는 '사건이 생기면 꼭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했어. 그야말로 '열혈형사'였던 거지.

그러던 그해 7월, 경찰서에 한 통의 신고가 들어오면서 그의 형사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당시 신고를 접했던, 윤태용 형사에게 직접 들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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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에서도 그런 사건이 흔치 않은 사건이었죠. 영주라는 시골 중소도시에서는 수십 년 만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그런 사건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그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저희들도 경찰서에서도 비상이 걸렸죠. 성폭력 사건이 났으니까."
-윤태용, 영주 사건 담당 형사

조용한 동네에 끔찍한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거야. 피해자는 한 원룸촌에 사는 스무 살 여성이었어. 어두운 새벽, 혼자 다니는 여성을 타겟으로 잡은 범인은 은밀히 그 뒤를 따라갔어. 그리고 여성이 집에 들어가는 그 순간, 뒤에서 급슥한 범인이 여성의 귀에 대고 "시끄럽게 하면 얼굴 못 들고 다니게 만들 줄 알아"라고 말했어. 순간 여성의 목에서, 뾰족한 뭔가가 느껴졌어. 칼이었어. 극도의 공포를 느낀 여성은 반항할 수 없었어. 그렇게 잔인한 짓을 저지른 범인은, 유유히 도주했어.

이후 현장에 도착한 윤 형사가 바로 범인을 쫓았지만, 잡을 수 없었어. 당시 CCTV도 많지 않던 시절인데다 주변이 어두워서 피해 여성이 범인의 얼굴을 보지 못한 거야.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어.

"처음 성폭력 사건 신고가 들어와서 저희들도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고 긴장하고 있던 상태였는데, 또 2~3달인가 뒤에 그런 사건이 또 발생하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또 해가 바뀌었습니다. 해가 바뀌고 나서 그 다음 해에 그 시기에 또 그런 사건이 또 발생하는 거예요. 저희들은 그 전에 사건도 해결 못 했는데다가 다음 해에 또 이런 사건이 발생하니까 형사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죠."
-윤태용, 영주 사건 담당 형사

2008년부터 2009년까지, 1년 사이에 총 네 번의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거야. 피해 여성들의 진술을 들어보니,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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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시간은 전부 새벽 시간대야. 그리고 피해 여성은, 모두 원룸에 사는 2-30대 여성이야. 집에 침입한 범인은 먼저 뾰족한 도구로 피해 여성을 위협했어. 그리곤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거야.

그런데 모든 사건 현장에, 범인이 남긴 흔적이 하나 있었어. 바로 DNA. 네 개의 사건 현장에서, 단 한 사람의 DNA가 발견된 거야. 하지만 DNA가 있어도, 범인은 잡을 수 없었어. 대조군이 없어서, 누구의 DNA인지 알 수가 없는 거야.

하지만 그때, 아주 중요한 증거 하나를 찾아냈어. 사건 현장 중 한 곳에 CCTV가 있었던 거야. 그 CCTV엔 범행 시각, 원룸에 들어온 한 남자가 찍혀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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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질도 좋지 않은 데다, 범인이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어. 누군지 알아볼 수가 없어. 그래도 윤 형사는 이 사진을 들고, 여기저기 탐문을 했어. 하지만, 아무런 소득을 얻을 순 없었어. 그렇게 이 끔찍한 연쇄 성폭행 사건은, 미제사건이 되고 말아.

▲ 성폭행범의 실체

그렇게 또 한해가 흘러 2010년 3월, 그 날도 이 CCTV 사진을 들고 탐문을 하던 윤 형사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생을 만나게 돼. 그런데 이 CCTV 사진을 빤히 보던 동생이 의외의 말을 해. 사진 속 인물이 아는 사람 같다는 거야. 도자기를 만들던 동생이 평소 자주 가던 골동품 경매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사회를 보는 경매사랑 너무 비슷하다는 거야. 그 경매사의 이름은, 안용민. 근데 이 안용민이라는 사람, 방송에도 나온 적이 있는 사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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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 방송에 경매사로 출연한 적 있는 안용민. 당시 방송에서 그는 활기찬 진행으로 손님들의 이목을 끌었어. CCTV 사진이랑 비교해보면, 같은 사람 같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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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 방송이 나간 건, 연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있던 시기였어. 그가 진짜 연쇄 성폭행범이라면, 이렇게 사람들 앞에, 그것도 TV 카메라 앞에 자신 있게 나설 수 있었을까?

윤 형사는 안용민의 소재지를 확인하고, 당장 그를 만나러 가. 조사를 받게 된 안용민은 "내가 뭔 잘못을 했습니까? 난 상관없는 일입니다. 증거 있어요?"라고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며, 당당하게 DNA 채취까지 임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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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전체에 대해서 부인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처음에 1, 2차 조사 진행할 때는 계속 부인이었죠. '나하고는 상관없다. 증거 내놔라. 내가 뭔 잘못했느냐'…"
-윤태용, 영주 사건 담당 형사

그런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모두 일치한 거야. 자기는 걸리지 않을 거라는, 헛된 자신감이 있었던 걸까. 영주시를 벌벌 떨게 한 연쇄 성폭행 사건의 범인, 바로 안용민인 거야.

▲ 추가로 밝혀진 사건들

그런데, 그가 저지른 성폭행 사건은 네 건이 전부가 아니었어. 안용민의 DNA와 또 다른 미제 성폭행 사건들의 DNA를 대조했더니, 두 개의 사건에서 안용민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온 거야. 2001년 경북 예천, 그리고 2002년 경기도 이천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어. 그러니까, 확인된 것만 총 여섯 번의 성폭행을 저질렀던 거지.

그렇게 9년간 전국을 돌며, 무고한 여성에게 끔찍한 피해를 준 연쇄 성폭행범 안용민이 검거돼.

범인이 검거되고, 윤태용 형사는 그제야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 그런데 9년이 지난 2019년, 윤 형사에게 갑자기 전화가 한 통 걸려왔어. 전화를 건 상대방은, 뜬금없이 안용민에 대해 물었어.

"여기는 군산경찰서 형사과입니다. 안용민 씨가 지금 살인 사건 용의자로 잡혔어요."

연쇄 성폭행범으로 검거됐던 안용민이, 9년 만에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나타났다는 거야. 안용민은 연쇄 성폭행 사건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어. 그것도 1심에서는 10년, 2심에서 8년으로 감형이 됐어. 그렇게 8년을 복역하고 2018년 출소한 그가, 1년 만에 사람을 죽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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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경찰서 형사님이 저한테 전화가 왔더라고요. '우리가 이런 사건이 진행 중인데 그때 당시에 피의자의 진술 태도라든가 상황이라든가 스타일이라든가 이런 게 어땠냐. 좀 참고하려고 그런다'… 이놈이 출소하고 나서 또 이런 짓을 저질러? 저도 치가 떨리더라고요."
-윤태용, 영주 사건 담당 형사

안용민, 대체 어떤 사람인 걸까? 그의 실체는, 2019년 3월 전라북도 군산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낱낱이 드러나게 돼.

▲ 군산 살인 사건의 범인

군산경찰서 형사들은 신고를 받고 한 가정집으로 향했어. 그리고 형사들 눈앞에, 끔찍한 장면이 펼쳐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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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곳곳에 피가 잔뜩 묻어있어. 형사들이 잔혹한 현장에 놀라던 그때, 자물쇠로 잠긴 방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형사들이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한 여성이 피를 흘리며 신음을 내고 있었어. 여성은 입에 재갈이 물린 채, 청테이프로 몸이 결박돼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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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뿐만이 아니었어.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떨어진 한 농로에서 또 다른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된 거야. 당시 현장에 출동한 장민 형사는, 시신의 상태가 너무 처참했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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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시신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서요. 피해자 얼굴에 폭행 흔적이 아주 심하게 있으셔서. 멍이라고 하죠. 피하출혈이 상당히 많이 얼굴에 분포돼 있었고, 숨을 쉬지 않으셨었고. 뇌경막하 출혈, '뇌출혈' 이라고 하죠. 뇌 사이에 이제 피가 고여 있는 거고요. 신체 전부위에 피하 출혈, 멍이 있었고, 늑골, 가슴, 턱 뼈가 골절된 상태셨습니다."
-장민, 군산 사건 담당 형사

이 여성은 사망 전 아주 심각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어. 사망한 여성은 60대 이 씨. 바로 안용민의 아내였어. 그리고 집에서 발견된 여성은, 사망한 이 씨의 친언니였어. 안용민은 자신의 아내를 무참히 폭행해 살해하고, 아내의 언니까지 폭행 후 감금한 거야. 대체 왜 그런 걸까? 그는 이미 도주한 상태였어.

근데 안용민은 성폭력 전과자잖아. 위치추적 전자장치, 소위 말하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어. 추적해보니, 한 논밭에 꼼짝 안 하고 있어. 형사들이 바로 그 논밭으로 갔어. 가보니까 안용민은 없고, 전자발찌만 덩그러니 있었어. 전자발찌를 버리고 도주한 거지.

형사들이 이번엔 안용민 소유의 차량을 추적했어. 그리고 그의 차량이 한 고속도로를 지나간 게 확인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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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신상을 토대로 확인해 보니 '서해안 고속도로 상행선으로 이제 도주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해서 서해안 쪽으로 간 거죠. 졸음쉼터에서 피의자의 차를 발견했고, 그 차 안에 있던 피의자를 긴급 체포하게 된 거죠. 검거 당시에는 큰 저항이 없었어요. 순순히 그냥 갑시다 해서 그냥 수갑 채워서 데리고 온 거예요."
-장민, 군산 사건 담당 형사

형사들이 추적한 끝에, 한 졸음쉼터에 은신해 있던 안용민을 검거해. 검거된 안용민은 이렇게 주장했어.

"아 말다툼이 좀 있었어요. 그러다 제가 때린 건 맞아요. 한 다섯 대 때렸나. 그러다 자기 혼자 넘어졌다니까? 내가 죽인 게 아니에요."
-안용민

그냥 부부싸움을 하다가, 딱 다섯 대 때렸대. 그리고 아내가 길을 걷다가 넘어졌는데, 그때 다친 것 같다는 거야. 안용민은 폭행은 했지만, 자신은 절대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어.

"그냥 범행 전체를 부인을 했어요. (상흔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때린 거는 인정하는데, 때린 것도 그냥 뭐 '다섯 번 정도 밀쳤다' 이 정도고. '폭행 흔적은 내가 때려서 생긴 게 아닐 가능성이 더 많지 않냐' 이런 식으로…"
-장민, 군산 사건 담당 형사

안용민은 억울하다며 유치장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어. 계속해서 범행을 부인하는 안용민 때문에, 형사들이 몇 날 며칠을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야.

"끝까지 자백을 안 하더라고요. 안 하고, '형사들이 잡을 때부터 폭행했다' 이러면서 고소도 하고 투서도 넣고 여러 가지로 그때 힘들었었어요. 그 정도로, 보통 피의자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장민, 군산 사건 담당 형사

▲ 아버지는 살인자입니다

그런데 그때, 경찰서에 웬 젊은 여성이 찾아왔어. 두리번두리번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형사과 안으로 들어와. "어떻게 오셨습니까?"라고 형사가 물었는데, 쉽게 입을 열지 못해. 한참을 망설이던 그녀가,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해.

"안용민 씨 사건 담당 형사님 되시나요? 저… 그 사람 딸이에요."

안용민의 친딸이라는 거야. 그런데, 그 뒤에 딸이 하는 말을 듣고, 장민 형사는 너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대. 뭐라고 했는지, 직접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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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고 왔는지 경찰서에 왔어요. 아이러니하게 뭐... 딸이라고 해가지고 '아빠가 억울하다' 뭐 이런 식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하는 거예요. 자기네 아빠니까 '우리 아빠가 범인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상식적인데, '우리 아빠 강하게 처벌해 달라' 하고 있다고 하는데도 못 믿겠다는 식으로 얘기했었어요."
-장민, 군산 사건 담당 형사

자신의 친아빠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한 거야. 그것도 수십 차례 경찰서를 드나들며 끈질기게 요청했대. 이 이야기는 친딸이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돼. 게다가, 이 여성은 국민 청원에도 이런 글을 올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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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아내 살인 사건 피의자 딸입니다. 저희 아버지의 살인을 밝혀 응당한 벌을 받게 도와주세요>
"제가 이 글을 작성하여 올리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이 사건이 밝혀지지 않으면 제2의 피해자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매일같이 꾸는 이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고 너무 지쳐갑니다. 제발 응당한 처벌을 받게끔 도와주세요."

이 사건이 밝혀지지 않으면 제2의 피해자는 정해져 있고, 이제는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말. 이게 무슨 뜻일 것 같아? 과거 SBS '궁금한 이야기Y' 제작진은 안용민의 친딸이라는 이 여성을 만난 적 있어. 당시 나이 서른 셋이었던 여성의 이름은 안은경(가명). 고민 끝에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 나섰다는 은경 씨는, 이렇게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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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가 전화로 저희 고모한테 이 여자(이 씨)를 죽이겠다고… 그래서 한 열흘 전부턴 '내가 이 여자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라고 말했대요. 아빠가 그 여자를 죽일 거 같아서 고모가 밤새 전화를 했는데, 살인 저지르던 그 당일부터 갑자기 전화를 안 받더라. 그래서 '아, 얘가 사고를 쳤구나' 직감적으로 알았던 거에요. 왜냐하면 전날까지도 살인을 암시했던 사람이니까요. 저는 제 아버지를 너무 잘 알아요. 아버지는 살인자예요."
-안은경(가명), 안용민(가명)의 딸


은경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살인자라 말하고 있어. 사실 사망한 이 씨는 안용민의 다섯 번째 아내였어. 은경 씨는 첫번째 아내의 딸이야. 심지어 은경 씨는 사망한 이 씨를 만난 적도 없대. 그럼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는 이 씨의 죽음을 밝히려는 이유가 뭘까. 은경 씨가 말하는 안용민의 실체, 그녀에게 직접 들어봐.

"저희가 6남매인데 언니랑 저 말고, 밑에 동생들이 호적상 6남매지 엄마가 다르고요. 이 모든 여자들이 다 어마어마한 학대를 당했어요. 고모들 말에 의하면. 엄마가 그렇게 많이 도망을 가셨대요 아빠한테 맞다가. 그러니까 제가 맨날 엄마 원망이 안 됐던 게, 잘 나갔다고… 어떤 사람이 살 수 있겠냐 잘 나갔던 거라고… 엄마가 나갔다는 거에 대해서는 원망이 조금도 안 되더라고요. 잘 나간 거고, 엄마 인생 찾아간 건 정말 잘 한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안은경(가명), 안용민(가명)의 딸

은경 씨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어머니는 안용민의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갔다고 했어. 그리고 자신도 안용민에게 끔찍한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거야.

"저는 마치 태어나면 안 되었던 존재처럼 아빠가 엄청 미워했었다 하더라구요. 제 기억은 다섯 여섯 살 부터 머물러 있는데, 죽을 만큼 구타당한 기억이 대다수예요. 저는 아버지에게 화풀이 대상이었어요. 만나던 여성들과 뭔가 잘 안 되면 저를 가둬두고 마구 때리고 도망치는 저를 묶어서 공중에 매달아서 때리고 물에 담그고. 온몸 여기저기가 흉터이고 가슴이 밟혀서 숨쉬기 어렵던 때도 무릎 살이 벌어져 피가 마구 흐르는 때도 그냥 참아 내는 것이 당연했어요."
-은경 씨가 쓴 글 中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된 안용민의 폭행은 은경 씨가 학생이 됐을 때도 계속 됐다고 했어. 심지어 매달아 놓고, 각목으로 때리기도 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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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언니도 맞다가 머리가 이만큼이 찢어져서, 이 피에 머리가 이렇게 굳고 그 위로 피가 흐르는데도 계속 구타하는 거예요. 그날도 제가 언니 껴안고 머리가 이만큼이 찢어져서, 벽에 피가.. 다 튀기고 그런 상황인데도 병원에 데려가 주지 않는 거예요."
-안은경(가명), 안용민(가명)의 딸

밖에선 여성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성폭행범, 그리고 안에선 가족을 잔혹하게 폭행한 가정폭력범이었던 안용민. 왜 그의 실체를, 아무도 몰랐을까?

하루는 폭력에 못 이긴 은경 씨가, 경찰에 신고를 했대. 하지만 은경 씨는,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고 해.

"폭행을 피해 도망쳐 나갔을 때도 파출소에서 만난 제 아버지는 저를 가출한 딸이고 거짓말쟁이라 소리를 쳤어요. '저는 가출한 게 아니라 도망친 거예요. 제발 경찰아저씨 살려주세요.' 소리를 지르며 의자를 붙들고 아버지가 저를 억지로 끌어내려던 그 순간에도 파출소 직원분들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집으로 들어가라고 설득할 뿐이었어요. 그리고 그날 새벽 저는 이곳이 어디인지, 제가 왜 맞고 있는지 등등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고… 아버지라는 그 사람은 감옥이었고 족쇄였어요."
-은경 씨가 쓴 글 中

은경 씨는 보복이 두려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는 거야. 그야말로 아버지는,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었던 거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 상황은 변함이 없었어. 안용민은 성폭행범으로 구속됐을 때, 은경 씨에게 면회를 오라고, 끊임없이 편지를 보냈대. 왜 찾아오라고 한 걸까? 은경 씨가 접견을 가자, 안용민이 이런 말을 했대.

"너, 가서 합의 좀 받아와라. 앞에서 무릎 꿇고 펑펑 울면, 합의해 줄 거야. 안 되겠으면 네 애라도 들쳐 업고 가란 말이야!"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받아 오라고 협박했다는 거야. 안용민이 이때 1심에선 징역 10년, 2심에선 감형이 돼 징역 8년을 받았잖아. 그때 판결문 일부분이야.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면서 피해자들 전부와 원만히 합의하여 용서받은 점이 인정된다."
-판결문 中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알겠어? 협박에 못 이긴 은경 씨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피해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합의를 받았단 거야. 그렇게 2심에서 징역 8년으로 감형된 안용민은, 2018년 다시 사회로 나왔어.

▲ 살인 사건의 전말

출소 후 군산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던 안용민은 피해 여성 이 씨를 만났어. 두 사람은 만난 지 4개월 만에 혼인신고를 했어. 그때 이 씨는 안용민이 연쇄 성폭력범이자 끔찍한 가정폭력 가해자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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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성분이 초혼이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작년에도 물어봤거든요 아버지한테. '이 여자가 아빠 그런 건 알고 있어?' 그랬더니, 아니 알 수가 없대요.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냐 둘이 잠까지 잤는데' 그랬더니. 철저하게 가리고 했단 거예요. '내가 너무 잘 숨겼기 때문에'라는 말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셨거든요."
-안은경(가명), 안용민(가명)의 딸

하지만 안용민은 혼인신고를 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실체를 드러냈어. 이 씨가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한다고 의심하며 주먹으로 얼굴을 수차례 때리고, 심지어 성폭행까지 했어. 그리고 안용민은 이 씨를 차에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어. 그때 이 씨가 목숨을 걸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어. 그리곤 그 길로 안용민을 고소했어.

그런데 며칠 뒤, 이 씨가 안용민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어. 왜? 안용민이 죽을 만큼 미안하다며 빌었다는 거야. 결국 이 씨는 고소를 취소하는 대신, 이혼을 요구해. 그런데, 이 씨가 고소를 취하한 지 6개월 만에 또다시 안용민을 고소해. 이혼하는 과정에서, 안용민으로부터 또 폭행을 당한 거야. 그때 폭행으로 갈비뼈가 네 개가 넘게 부러졌대. 그렇게 이 씨에게 다시 고소를 당한 안용민은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거야.

사건의 전말은 이랬어. 안용민은 사건 전날, 이 씨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 사건 당일 오전, 집에 온 이 씨와 이 씨의 언니를 뒤따라가 무자비한 폭행을 하기 시작했어.

"피해자들이 들어가자마자 따라 들어가서 폭행이 시작됐었고, 언니는 온몸을 묶어서 방에다 넣어놓고, 돌아가신 피해자를 계속 폭행을 한 거죠."
-장민, 군산 사건 담당 형사

그때 무려 13시간 동안 폭행을 했대. 그 뒤 안용민은 만신창이가 된 이 씨를 자신의 고물상 쪽으로 데려갔어. 그리고 고물상 뒤에 있는 농로에 이 씨를 유기하고 도주했던 거야. 그럼에도 안용민은 끝까지, 자신은 이 씨의 사망과 관련 없다고 주장했어.

▲ 아버지의 그림자

안용민은 살인죄로 송치됐어. 그 즈음 은경 씨가 국민청원 글을 올린 거야. 아버지라는 악마가 반드시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한다면서. 아까 은경 씨가 올린 국민청원 글에 '제2의 피해자는 정해져 있다'는 내용이 있었잖아? 그 제2의 피해자는 바로 은경 씨를 말하는 거였어.

"저 여기 오기 전 직전까지도 다 말리는 거예요. '하지 마. 하지 마', '너 죽어. 너 죽어', '왜 그걸 짊어지려고 그래' 그냥 내가 숨어버리면 누군가 또 죽어 나가. 난 이걸 너무너무 잘 알고 있잖아요. 이런 사람이 만약에 사회에 나온다면 분명히 그 누군가는 또 억울하게 죽어요."
-안은경(가명), 안용민(가명)의 딸

그런데 며칠 뒤 은경 씨에게, 수감 중인 안용민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했어.

"안은경 보아라. 지난주에 꼭 와달라고 편지를 했는데 연락이 없구나. 2주 연속... 3주... 내가 아무리 죽을 죄를 졌다 해도 최소한 내가 죽는 것에 너희들이 찬성을 하고 죄짓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와대 게시판에 글 올리고 TV에 인터뷰 하고... 나는 죽으면 끝이지만 그 죄를 어떻게 받으려고 하는지... 고맙다고 전해라. 사형받게 해줘서 고맙다고."
-안용민이 보낸 편지 中

신변에 위협을 느낀 은경 씨는 도움을 요청했어. 피해자 상담 전문센터의 안민숙 대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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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빠가 어떤 인간인지를 적나라하게 적어서, 가정폭력 굉장히 심했던 사람이라는 것을 신문고에 올리면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기 때문에 저에게 심리 상담이 연계가 됐던 거죠."
-안민숙 대표, 피해자통합지원사회적협동조합

안 대표가 은경 씨와의 상담을 위해 집으로 찾아갔어. 집에 들어가자, 대낮인데도 집안이 온통 깜깜해. 보니까, 암막 커튼으로 창을 전부 막아놓은 거야. 안 대표가 왜 커튼을 쳤냐고 물어보자, 은경 씨는 "저는 이렇게 어두워야 마음이 편해요"라고 말했대. 안민숙 대표는 그동안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나왔지만, 유독 은경 씨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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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맞고 자랐고 아버지가 얼마나 난폭하고 잔인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아버지가) 중한 처벌을 받아서 무기징역이나 사형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몇 년 후에 나오면 반드시 찾아와서 자기를 해할 것이라는 것을 너무 많이 겪어봤잖아요. 그러니까 불안하고 무섭죠.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안용민의) 재판에 참석을 했잖아요. 그랬대요. '너도 똑같이 당할 줄 알라'고 그랬대요."
-안민숙 대표, 피해자통합지원사회적협동조합

너도 나처럼 똑같이 당할 줄 알아라. 안용민은 딸에게 저주를 퍼부은 거야. 은경 씨는 매일 두려움에 떨었지만 용기를 내, 끝까지 아버지의 실체에 대해 고발했어.

"지나치지 말아주세요. 이 시간에도 저의 어린 시절만큼 고통받을 또 다른 아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후에 그 가정폭력이 살인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 잔인한 사건이 되어버릴지 모릅니다."
-은경 씨가 쓴 글 中

가정폭력이라는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피해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아 달라는 그녀의 말, 어떻게 들려? 결국 안용민은 1년간 이어진 재판 끝에 2020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어. 은경 씨가 낸 용기 덕분에 안용민은,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될 수 있게 됐어.

그럼 이제, 다 끝난 걸까? 혹시 아까 처음에 봤던 아이 기억나? 만 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샛별이. 샛별이랑 이 사건, 어떤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이때 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어. 1년 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진짜 사건이 벌어진다는 걸 말이야.

▲ 끝나지 않은 악의 고리

2021년 2월, 용인의 한 소방서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어.

"여기 지금 아이가 숨을 잘 못 쉬어가지고…"
"아기 물에 빠져가지고… 욕조에서…"

아이가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다는 다급한 신고였어.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이 아이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이는 결국 사망했어. 그때 함께 출동한 용인동부경찰서 김종건 형사는, 신고 내용을 들었을 때부터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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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119로 접수가 돼서 소방 공동 대응으로 저희 쪽에 접수가 됐습니다. 신고 들어왔을 때도 초등학생 10살(만8세) 여자아이가 욕조에서 익사를 했다는데. 아주 어린 아동도 아니고 욕조에서 10살 아이가 익사할 일은 없기 때문에. 누가 봐도 의심스러웠기 때문에..."
-김종건, 용인 사건 담당 형사

10살짜리 아이가 욕조에 빠져 사망했다, 좀 이상하지? 곧바로 병원으로 간 형사들은, 아이 상태를 보고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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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멀쩡한 곳이 없을 만큼 피멍으로 가득해. 너무도 끔찍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한 이 아이. 바로, 우리가 처음에 봤던 샛별이었어.

이건, 누가 봐도 아동 학대로 의심되는 상황이야. 처음 119에 신고를 한 건, 샛별이의 이모 부부였어. 당시 샛별이는 이모네 집에서 지내고 있었어. 그럼 지금 누가 제일 의심돼? 형사들은 곧바로 이모 부부를 긴급체포했어. 체포된 이모 부부는, 처음에 이렇게 주장했대.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그래서 조금 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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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들이 이모 부부 집에 갔어. 집안 여기저기에는 학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 거실은 온갖 쓰레기가 쌓여있는 가운데에, 여기저기 혈흔이 묻은 종이컵이나 휴지가 있었어. 그리고 집안 곳곳에서 이런 게 발견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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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파리채, 그리고 부러진 빗자루야. 이런 부러진 막대들이 여러 개가 발견된 거야. 여기에 테이프를 감아놨잖아. 아이를 때릴 때, 손에 쥐기 편하게 일부러 테이프를 감은 걸로 보여. 그리고 아이 몸엔, 이 모양과 일치하는 멍 자국이 잔뜩 있었어. 그런데, 샛별이의 몸엔 이걸로 설명이 되지 않는, 수상한 멍 자국이 아주 많았어. 그런 멍은 어떻게 생긴 걸까? 형사들은, 이모 부부의 집에서 이런 걸 발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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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뭉쳐 놓은 옷 뭉치야. 옷의 양 소매를 잘라서, 한쪽 소매 안에 다른 한쪽을 넣고 매듭을 진 거야. 어떤 용도로 쓰인 것 같아?

"그거는 아무것도 아닌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저희는 그냥 단순히 '옷 버린 건가?'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몸에 멍 자국이나 상흔을 보면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그렇다고 이게 뭐 주먹이나 발로 찬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다시 한번 현장을 본 거죠. 그때 눈에 들어온 거예요. 그 옷 뭉치가."
-김종건, 용인 사건 담당 형사

이게 바로 폭행 도구였어. 심지어 이 옷 뭉치, 물에 젖은 채 발견됐어. 물에 젖은 옷 뭉치의 위력, 얼마나 될 것 같아? 형사들이 직접 실험을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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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에 옷 뭉치를 세 번 내리치자 호박이 박살났어. 이걸로 만 8세 아이가 맞았다고 생각해봐. 대체 왜, 이런 도구까지 만들어가며 아이를 잔인하게 때린 걸까? 샛별이의 시신 상태를 감정했던 이정빈 교수는 그간 봐왔던 아동 학대 사건과는 양상이 다르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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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건에서 그런 거는 처음 봤어요. 때리는 부위가 보통은 다리, 팔, 그 다음에 몸통인데, 머리 쪽, 얼굴 쪽을 굉장히 많이 맞았어요. 얼굴 특히. 보통 왜 여기를 안 때리느냐면, 애들이 바깥에 나가면 노출이 되거든요. 그러면 남들이 때린 거 금방 알거든요. 그런데 얘는 얼굴이고 뭐고 만신창이예요. 보통 아동학대에서 보기 힘든 그런 형태거든요."
-이정빈, 법의학자

보통 아동 학대 사건을 보면,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을 때리는 경우가 많대. 그런데 샛별이는 온몸을, 특히 머리 쪽에 많은 폭행을 당했어. 그리고 현장에서, 더 끔찍한 범행도구가 발견됐어.

물이 흥건한 욕실에서, 주황색 나일론 끈과 보자기, 그리고 매듭지어진 파란 비닐봉지가 발견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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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소방대원 말로는 처음에 갔을 때 화장실에 누운 상태였고 아이가. 그리고 밑에는 속옷 팬티만 착용한 상태였고. 위에 상의는 그냥 반팔 티 입고 있는 상태로 누워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는, 손목에 노란색 보자기가 묶여 있었다고 했습니다. 결박을 했던 상황이었거든요. 지속적인 폭행 학대와 결론적으로는 물고문이 더해져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김종건, 용인 사건 담당 형사

아까 신고 내용이 뭐였지? 물에 빠졌다고 했잖아. 아이를 결박한 후, 욕조에서 물고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어.

▲ 피해자가 가해자로

또다시 잔혹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전 국민이 분노했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이모 집에서 지내오던 10살 아이가 욕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의료진으로부터 아동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양의 이모와 이모부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당시 뉴스 보도 中

그런데 그때, 피해자 지원센터의 안민숙 대표에게 다급한 전화가 한 통 걸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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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너무 놀랐어요. 정말 놀랐어요. 전화 와서 '은경 씨 기억하냐'면서 군산 사건 얘기를 하더라고요. '당연히 기억하죠' 그랬더니, 은경 씨 언니라고 그래요. '혹시 샛별이 사건 아냐'고, 사건이 터지자마자 바로 연락이 온 거거든요. '안다' 그랬더니, '그게 바로 제 동생이에요' 그러는 거예요. 너무 놀라가지고. 정말 너무 놀랐어요."
-안민숙 대표, 피해자통합지원사회적협동조합

모두를 경악케 한 이 사건의 범인이자, 샛별이의 이모가, 바로 은경 씨인 거야. 가정폭력 피해자로서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은경 씨가 대체 왜, 자신의 조카를 끔찍하게 학대한 가해자가 된 걸까?

긴급 체포 당시 은경 씨는 "아이가 말을 안 들어서 조금 때렸다"고 했잖아.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어. "샛별이가 죽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라고. 이 말, 낯이 익지 않아? 은경 씨의 아버지, 안용민이 주장했던 것과 너무 닮아있어.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증오하던 아버지의 말을 똑같이 하고 있었어.

아동 학대 사건은, 살인죄를 입증하기 어렵대. 집안에서 일어난 일이라 증거를 찾기가 어렵거든. 그런데 이번 사건은 달랐어. 증거가 무더기로 발견됐거든. 그 증거, 바로 은경 씨의 휴대전화 속에 있었어. 마치 판도라의 상자 같은 이 휴대전화를 연 순간, 그간 샛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담겨있어. 지금부터 아주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될 거야. 더 이상 아동학대가 방치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샛별이가 사망하기 전의 모습을 보여줄게.

샛별이가 사망하기 약 두시간 전의 모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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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이는 얼굴에 멍이 가득한 채 벌을 서고 있어. 이모는 계속 샛별이에게 손을 올리라고 지시해. 그런데 샛별이는 한쪽 팔만 올려. 이모는 거듭 "손 올려"라고 해. 한쪽 팔이 안 올라가는 샛별이는 계속 "죄송해요"라는 말을 반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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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은 올라가는데 왼손이 안 올라갑니다. 왼쪽 세 번째 갈비뼈가 앞쪽에서 부러졌거든요. 그런데 이거(촬영) 있기 전에 부러진겁니다. 이거 있기 전에. 그러니까 못 올리는 거예요. 이 정도 되면 기침도 크게 못 해요. 소리도 못 질러요. 몸통 움직이면, 하다가 '으악' 소리가 납니다. 엄청 아픕니다. 왜냐하면 갈비뼈 부러진 게 어긋나면서, 인터코스탈 너브(갈비 사이 신경)라고 갈비 바로 밑에 혈관하고 신경이 지나가거든요. 부러진 곳이 어긋나면서 신경을 건드려요. 엄청 아픕니다."
-이정빈, 법의학자

샛별이의 왼쪽 세 번째 갈비뼈가 부러진 상태였던 거야. 이 전에, 엄청난 폭행이 있었다는 거지. 이 외에도 휴대전화에서 무려 70개 가까이 되는 학대 영상들이 발견됐어. 샛별이를 발가벗겨 거실에 앉힌 채 투명인간 취급을 하거나, 심지어 강아지 배설물을 먹이는 영상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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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인데, 가족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요. 강아지 똥을 먹인다든지 정말, 그 정도까지는 전혀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김종건, 용인 사건 담당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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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왼손을 잡아 올려도, 반사적으로 내려가는 팔. 갈비뼈가 부러진 샛별이가 팔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자, 은경 씨는 아이가 꾀를 부린다며 무려 4시간 동안 파리채로 온몸을 때렸다고 해. 결국 사망 당일 샛별이의 상태는, 누가 봐도 심각해져 있었어.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지 못했는데, 그래도 걸으려 하다가 강아지 울타리 쪽으로 크게 넘어졌어. 이런 아이한테, 물고문까지 했어. 샛별이의 손을 결박한 채 욕조에 들어가게 했고, 물 속에 들어가 숫자를 세고 나오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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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려는 마음은 정말 없었고, '애를 때려서 어떻게 만들어야지'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안은경(가명), 샛별이 이모

부검 당시, 샛별이 식도에서 치아가 나왔대. 물고문을 당하는 과정에서, 이를 꽉 깨물다가 빠진 치아를 그대로 삼킨 걸로 추정돼. 여기까지 들었을 때, 아이를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다는 은경 씨의 주장.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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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걸어가다가 개 울타리 있는 대로 푹 쓰러져요. 그걸 딱 보면서, '저러다 조금 더 있으면 죽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그냥 봐도 죽을 만큼, 잘못하면 죽을 만한 애를 물에 집어넣으면 안 죽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주 제가 본 아동학대 신체학대 케이스로서는 제일 질이 나쁩니다."
-이정빈, 법의학자

▲ 살인자의 변명

결국 형사들은 은경 씨를 살인죄로 송치했어. 은경 씨는, 왜 아이를 죽였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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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그게 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거고 그냥… 기자님들도 형사님들도 너무 정해놓고 자꾸 질문하시는 것 같아요. (혐의 부인하는 거냐 묻자) 아니요.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하는데 얘기하고 싶은 게 많아요."
-안은경(가명), 샛별이 이모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은경 씨의 얘기,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다는 걸까? '꼬꼬무'는 그녀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어렵게 입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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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79개의 편지 속에, 그녀가 주장하는 사건의 전말이 적혀 있어.

"여동생이 아이와 모텔에서 지내고 출근 후에 아이 혼자 있다보니 제가 조카 아이를 돌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조카 아이가 저희 집에 왔는데, 갈아입을 옷이나 속옷도 챙겨주지 않아서 제 옷을 입혀뒀어요. 당시 아이의 상태는 다리와 등쪽이 피부가 다 들려있고, 두피에는 머리카락을 들쳐내도 하얀 각질들이 우수수 떨어질 정도로 두피를 덮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씻는 법도 잘 모르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상태였습니다."
-안은경의 편지 中

그녀의 주장은 이래. 은경 씨의 동생인 샛별이의 친모는, 이혼 후 샛별이를 혼자 키우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친모가 집에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면서 은경 씨에게 샛별이를 맡겼다는 거야. 샛별이가 은경 씨의 집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모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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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샛별이 모습을 보면, 잘 지내는 것 같아. 그럼 대체 왜, 아이를 잔인하게 폭행했던 걸까? 그녀의 이야기를 더 읽어봐.

"동생이 저한테 유튜브 빙의 증상들 링크를 주더니 꼭 보라고 그래서 정말 봤더니만 내용이 그러했고, 빙의 퇴치에 더 전념해버렸어요. 이상한 행동이 보이면 연기하느냐며 귀신 씌인거냐고 욕도 하고. 귀신의 씌이면 그렇다기에 제가 물러서면 더 심해진다기에, 제가 꺾어보겠다고 오기를 부렸어요."
-안은경의 편지 中

갑자기 빙의 얘기가 왜 나온 걸까? 사실 안은경의 집에는, 이런 게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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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모시는 신당이야. 사실 안은경의 직업은 무속인이었어. 그녀의 말에 의하면, 언제부턴가 아이가 벽을 보고 있거나, 혼잣말을 하기도 했대. 그리고 그때부터 안은경과 친모는, 샛별이의 증상이 빙의 증상과 비슷하다는 대화를 나눠. 그리곤 무당인 안은경이, 귀신을 쫓겠다며 샛별이를 폭행했다는 거야.

그럼 친모는, 샛별이가 폭행당하는 걸 몰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샛별이의 친모는 아동방임죄로 처벌을 받아. 아이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그냥 있었다는 거야. 안은경과 친모는 이런 대화를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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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경: 칼을… 애 눈 앞에 대고… 찍어서 올리고…
샛별이 친모: 미쳤구나 진짜
안은경: 그래서 디지게 혼났어 나한테.
샛별이 친모: 진짜 어디서 그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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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경: 이놈시키. 손들고 벌서랬더니 벌서기 싫어서, 자기 화난다고 자꾸 뛰어내린다고 날 협박하길래.
샛별이 친모: 이X이 진짜. 어른 알기를 우습게 아네.

심지어, 친모는 안은경의 집에 이런 걸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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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나뭇가지야. 무당들이 귀신을 쫓을 때 쓰는 도구라고 알려졌어. 친모가 이런 걸 직접 보냈다는 거야. 안은경은 이걸로 샛별이를 구타하기 시작해. 그리고 친모는, 언니가 무당 손이라, 때려서 귀신이 나갔을 거라 말했대. 이런 상황에서 샛별이가,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도, 기댈 수도 없었어.

이웃 주민들도, 아이가 학대당하는 걸 전혀 몰랐대. 그럼 학교에서는 왜 몰랐을까? 그때가 2021년이잖아. 코로나19로, 아이들이 등교를 하지 않았던 거야.

"코로나19가 원망스러워요. 코로나19가. 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학교에서라도 도움을 요청하든지 아니면 누구라도 보고 도움을 줬을 건데. 학교조차도 못 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게 제일 안타까운 것 같아요."
-김종건, 용인 사건 담당 형사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옥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샛별이는 홀로 버티고 있었어. 도대체 안은경은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그녀의 주장이야.

"저 정말 제 조카 도와주고 싶었어요. 저처럼 방치되고 손가락질 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었어요. 제가 엄하긴 했어도 뒤돌아 서서는 '미워하지 않는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해주며 아이의 마음에 자리잡고 싶은 이모였어요. 제 조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하면 발벗고 뛰어가던 이모였는데. 필요한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어요."
-안은경(가명), 샛별이 이모

전문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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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경은 자기가 '악을 처단하는 전지전능한 사람'이라는 착각 상태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어요. 조카를 돌보고 이러는 과정에서 이분이 스트레스가 되게 많았을 걸로 추정이 돼요. 그러니까 이 아이가 하는 아이다운 행동조차도, 이 사람 입장에서는 다 자기에 대한 반항, 저항, 자기에 대한 모욕. 이런 걸로 해석이 됐던 것 같고. 그거를 현실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게 이제 빙의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이가 빙의 되었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자기는 이 아이를 때려도 되는 명분이 생기잖아요. 나는 아버지랑 다른 사람이고 나는 그렇게 누군가를 학대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아이가 빙의가 된 상태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딱 되면, 자기는 나쁜 사람이 아닌 거예요. 아버지랑 달리 오히려 나는 조카를 구원하는 사람인 거죠."
-김태경 교수,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아이를 학대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폭행할 명분을 만들었을 거래. 그게 바로 빙의였던 거야. 그때부터 자신이 샛별이를 구원해줄 존재라고 착각했던 거지.

근데 생전 아이의 모습을 보면, 굉장히 무기력해 보였잖아. 자신이 발버둥 쳐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자포자기해 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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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의 여러가지 반응을 보고 아이는 굉장히 일찌감치 위축되고 겁먹고, 한편으로 학대를 수용하고 순응하는 방식으로 비는 걸로 아마 대응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 비는 일련의 행동들이 오히려 트리거가 됐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는 이제는 '때려도 되는 아이'가 되는 거죠. 그래서 '영상을 찍어서 네 엄마한테 보내줄 거야' 라고 자꾸 얘기하잖아요. 내 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해서, 내가 이 아이를 이렇게 학대적으로 하고 이런 모든 게, 이 아이를 구원하기 위한 거고 이 아이는 이렇게 나쁜 아이다. 그러니까 그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나쁜 아이라는 게 누가 봐도 뻔히 보일 거라는 자기만의 착각에 빠져드는 거죠. 그러니까 거침이 없어지는 거죠. 이렇게 때리면 아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못 했을 가능성은 0%. 하지만 아이를 막상 때리는 그 순간만큼은 이렇게 때리면 아이가 죽을 수 있다라는 생각에 이르지 못했을 가능성 매우 높아요."
-김태경 교수,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안은경은 분명 이렇게 때리면 아이가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자신을 구원자라고 생각한 순간부턴, 마치 고장난 브레이크처럼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던 거지.

▲ 악의 대물림

모든 일을 되돌아본 끝에 현실을 마주한 듯, 안은경은 뒤늦은 후회를 하기 시작했어.

"저는 제 아버지처럼은 살지 않고 싶었는데... 항상 그 반대편에 서서 제대로 살고 싶었고 절대 누구에게도 상처 입히는 일 없이 살아내고 싶었는데... 제가 그리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던 제 아버지를 제가 뒤따른 것일까요? 아버지가 제게 말했듯 제 자식에게 돌아갈 거라는 예언이 맞게 돼버린 것 같아요. 결국 아버지 같은 사람이 돼버린 거예요.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많은 생각과 후회가 들어요. 제발 정말 살아 있어줬으면... 헛된 바람이지만 계속 그런 생각을 해보네요. 저 정말 악마인가봐요."

과거 아버지를 악마라 했던 그녀는, 지금은 자신을 악마라 말하고 있어. 결국 안은경은 살인죄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30년을 받았어. 이 사건은, 아동 학대 사건 중에서도 드물게 살인죄가 적용되면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어.

한 아이가 끔찍한 가정폭력으로 사망했어. 그리고 그 뒤엔, 가해자가 된 가정폭력 피해자가 있었어. 안은경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어. 누구보다 학대의 고통을 잘 알기에, 대물림을 끊으려 노력했지만, 어리석은 판단으로 모든 노력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어. 마치 벗어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것처럼 말이야.

2019년 한 연구에 따르면, 가정폭력 가해자 중 50%가 넘는 사람이 과거 가정폭력 피해자였대. 대부분의 학대 피해자들이 대물림을 막으려 최선을 다 할거야. 하지만 스스로 노력하는 게 다야. 도움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정립되지 않은 거지.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우리 주변에 학대를 겪고 있는 아이가 있지는 않은지 더 살피고, 성인이 된 후에도 과거의 학대 경험을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된다면, 대물림이라는 잔인한 굴레를 끊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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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딘가에 있을 샛별이가 이제는 아프지 않고, 사진 속 모습처럼 해맑게 웃는 얼굴로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길 바라며, 오늘 이야기 마칠게.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SBS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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