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 핵심요약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자민당은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다 의석인 316석을 확보하여 개헌안 발의가 가능한 2/3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는 세대 불문 최상위권으로, 특히 30대 미만 유권자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사나 마니아'와 '사나카츠' 같은 신조어를 탄생시켰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고물가 문제 해결을 위해 식품 소비세 감면을 포함한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웠으나, 이는 일본의 높은 국가 부채와 사회보장 재원 고갈 위험으로 인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데이터를 만지고 다루는 안혜민 기자입니다. 요즘 일본 이야기가 많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18일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2기 내각이 공식 출범하면서 관련 소식이 많이 들리더라고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반한, 반중 발언을 자주 하는 이른바 '여자 아베'로 알려진 터라, 최근 젊은 층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일본이 우경화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하는데요. 오늘 오그랲에서는 다카이치 사나에라는 정치인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인기인건지 데이터와 그래프를 통해 정리해 봤습니다.
태평양전쟁 이후 처음... 역대급 '316석' 몰아준 일본
일단 지난 2월 8일에 열린 일본 중의원 선거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양원제 국가로 하원 역할을 하는 중의원과 상원 역할을 하는 참의원이 있습니다. 여타 양원제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민의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하원, 중의원이 더 중요하죠. 중의원에서 확보한 의석수가 실질적인 일본 국회 장악력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어요.
긴 말 말고 결과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지도를 보면 이렇게 새빨갛습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자유민주당이 일본 전역을 압도해 버렸어요. 그래프를 통해 다카이치 총리가 얻은 성적표가 어느 수준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2005년 결과입니다.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던 고이즈미 총리 때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296석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둔 바 있습니다.
다음 선거였던 2009년엔 민주당에서 정권을 넘겨줬지만 2012년에는 아베 신조를 필두로 다시금 압승을 거두었죠.
이번 선거 결과를 봐 볼까요? 다카이치 총리의 자민당이 얻은 의석은 무려 316석입니다. 자민당의 두 거두의 기록을 갈아치운 거죠. 316석이라는 숫자는 1955년 자민당이 창당된 이래로 역대 가장 많은 의석수입니다.
전체 465석 가운데 68.0%가 자민당 의석으로 전체의 3분의 2를 넘겨버렸죠. 1945년 태평양전쟁 종전 이후 한 정당이 일본 중의원에서 3분의 2가 넘는 의석수를 갖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3분의 2라는 숫자가 계속 나오는데 그 이유는 개헌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거든요. 이번 선거 결과로 자민당은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게 된 거죠.
사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이 재무장이 가능토록 하는 개헌을 포함해서 본인이 꿈꾸는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중의원 의석 상황이 이렇게 여소야대로 좋지 않았거든요.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어도 야당에서 반대하면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다카이치 총리가 꺼내든 게 중의원 해산 카드였죠.
일본에서 중의원 해산은 내각이 결정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해산 후 다시 선거를 치러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보겠다는 거죠. 만약에 선거를 통해 재신임을 받게 되면 국민들이 선택한 정책이라는 명분이 생기게 될 테니까요.
내각에서 중의원 해산 요청이 이뤄지면 일본 천황이 의회 해산을 행사합니다. 천황이 행사한 국사이니만큼 의원들은 만세삼창을 하고 의회 해산에 돌입하게 되죠. 하지만 이번엔 야당 의원들은 만세삼창을 하지 않고 침묵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본인의 총리직도 날아갈 수 있었음에도 의회 해산 카드를 꺼낸 다카이치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는 왜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들 수 있었을까요? 다카이치 사나에의 믿는 구석은 바로 자신의 압도적인 인기였습니다.
'여자 아베'의 아이돌급 인기... 일본 우경화 시작인 걸까?
현재 다카이치의 인기는 거의 광풍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총선 하루 전 유세 현장에는 다카이치 총리를 보기 위해 1만 명 가까운 인파가 운집할 정도죠. 일본 TV 뉴스 네트워크인 JNN에서는 2001년 이래로 내각이 꾸려진 직후 여론조사를 진행해 왔는데, 지금 다카이치 내각의 성적표는 최상위권입니다.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건 2001년 고이즈미 총리의 88.0%입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82.0%로 전체 2위를 기록했어요.
세대별로 보면 전 세대에 걸쳐 75% 이상의 지지율을 받고 있고, 특히 30대 미만의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다카이치를 지지하고 있죠.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20대 지지율이 92.4%까지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의 지지세는 상당합니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하는 모든 걸 따라해 보는 '사나 마니아'가 등장했고 아이돌과 애니 팬들이 굿즈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오시카츠'처럼 사나에가 사용한 물품을 소비해 주는 '사나카츠'라는 말도 나왔어요. 도대체 왜 이렇게 다카이치 총리는 인기인 걸까요? 다카이치가 걸어온 역사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다카이치는 세습 정치인이 많은 일본 정치계에서 언더독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정치 가문이 아닌 배경에서 태어나 정치적 인맥 없이 커리어를 쌓아왔죠. 1980년대 말부터는 방송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늘렸고, 1993년에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현재까지 10선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1995년 당시 초선 의원들을 모아 진행한 토론 모습입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또 다른 초선 동기, 아베 신조.
다카이치가 나라에서 당선되었을 때 저 옆 야마구치에서는 아베 신조가 당선되었습니다.
아베 신조는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출마한 대표적인 세습 정치인입니다. 배경은 다르지만 둘 사이의 인연은 이후 30년 동안 다카이치의 정치 궤적을 결정짓는 핵심으로 작용하죠.
2006년 아베가 최연소 총리로 등극하고 다카이치는 아베의 부름을 받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아베는 강경한 보수 색채를 드러내지 않았어요. 유일하게 아베 내각에서 강경한 모습을 보인 게 바로 다카이치 사나에였죠.
아베의 장기 집권이 이어지면서 다카이치 사나에는 '여자 아베'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세웁니다. 아베의 '안보법'을 두고 언론에서 '전쟁 법안'이라고 비판하니까 방송사를 상대로 전파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당시 미 국무부까지 나서서 언론 자유 침해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이 행동은 보수 지지층에게 다카이치를 각인시키는 주요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23년 말에 터진 라인야후 데이터 유출 사건에서도 다카이치는 이 사건을 경제 안보 프레임으로 몰고 가서는 네이버의 지분매각으로 이어지게 만들기도 했죠.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할 말은 하는 다카이치를 보고 일본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지금의 인기 기반이 되는 젊은 층이 다카이치의 이러한 역사를 다 아는 건 아닐 겁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젊은 팬들은 SNS에서 접한 다카이치의 특유의 가감 없는 말과 행동에 반응한 거니까요.
그래서 최근 젊은 층이 다카이치에 반응하는 것을 두고 단순히 우경화되었다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실제로 보수 색채의 자민당 지지율은 30%가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다카이치의 지지율과는 큰 격차가 있거든요.
다카이치의 SNS 영향력은 일본 정치인 중에서도 상당합니다. 유튜브 공식 계정 구독자는 87만 명이고, X 팔로워는 270만 명에 달할 정도죠. 자민당 채널에 올라온 다카이치의 선거 메시지 영상은 조회수 1억 6천만을 넘길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 냈어요.
"장바구니 물가 잡는다" 소비세 한시적 0% 선언
물론 SNS만으로 다카이치의 인기를 설명할 순 없을 겁니다. 기본적으로 다카이치는 민생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고민을 풀어주고 있거든요.
대표적으로 물가 정책이 있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약 30년에 걸쳐서 만성적인 물가하락을 겪어왔어요. 일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1990년대나, 2000년대나, 2010년대나 변동 없는 물가가 아주 익숙한 상황이죠. 그러다가 2022년부터 일본에 인플레이션이 오면서 물가가 급등하고 있어요.
일본 농수산성에서 제공해 주는 식품 물가 상승 데이터입니다. 2020년을 100으로 봤을 때 최근 상승세는 상당히 가파릅니다. 특히 생필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이 되고 있어요.
소득이 증가해서 소비가 늘어나고, 그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다시금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을 이룰 텐데 지금 일본은 소득이 증가해서 물가가 상승한 게 아닙니다. 일본 노동자의 실질 임금은 계속 줄어들고 있거든요.
다른 나라 화폐 대비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일본의 수입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어요. 코로나 팬데믹과 전쟁의 영향으로 에너지, 식료품 가격이 올라있는 상황인데 엔저 현상 때문에 이전 보다 더 비싸게 곡물과 원자재를 사야 하니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수출 기업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지만 대다수의 일본 사람들에게는 죽을 맛인 겁니다.
이 고물가를 어떻게 잡느냐가 일본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데, 여기서 다카이치는 소비세 감면 카드를 내세웠어요.
8% 수준인 식품 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없어서 고물가 잡겠다는 거죠. 이른바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앞세운 사나에노믹스에 유권자들은 반응했어요.
하지만 소비세 감세 카드는 일본 정부 곳간 사정을 고려하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요. 소비세로 거둬들이는 규모가 연간 5조 엔에 달하는데 이 금액의 대다수가 사회보장비 재원으로 사용되고 있거든요. 이게 한 순간에 날아간다? 그러면 기존에 예산이 투입되던 사업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노령인구가 많은 일본은 정부 지출이 구조적으로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세수가 악화되면 가뜩이나 안 좋은 일본 정부의 재정 상황에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국가 부채는 2025년 말 1,342조 엔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40%에 가깝죠. 참고로 미국이 100% 수준이고 우리나라가 50%를 목전에 둔 상황이니 일본의 이 숫자가 얼마나 큰지 감이 오실 겁니다.
그래서 일본 경제지에서는 다카이치의 소비세 감세를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어요. 세계적 신용평가사 S&P에서도 일본의 재정 위기 상황에서 감세 정책을 펴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죠.
민심 등에 업은 다카이치... '전쟁할 수 있는 일본' 향해 돌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받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다카이치 사나에. 그리고 그 덕에 자민당은 역대 최고의 의석수라는 성적표를 받아냈습니다.
앞으로는 다카이치가 주장해 왔던 강경 우파적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겠죠. 당장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되돌리기 위한 헌법 개정에도 힘이 실릴 겁니다.
1947년 제정된 일본의 평화헌법 제9조에는 전쟁 포기와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아베 총리의 안보법으로 일본 자위대가 직접 공격받지 않아도 무력행사는 이미 가능하게 되었죠. 다카이치는 더 나아가 헌법 9조를 개정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물론 지금 당장 헌법을 고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중의원에서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한 만큼 헌법 개정안 발의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인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죠. 현재 참의원은 여전히 여소야대 상황인지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다만 헌법 개정을 제외하고는 걸림돌이 없어서 정책 추진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죠.
일본 헌법 59조 2항을 보면 중의원 3분의 2 이상의 의석이 갖고 있는 힘을 확인할 수 있어요. 하원에서 통과시킨 법안이 설령 상원에서 막히더라도 다시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 재가결되면 바로 통과시킬 수 있거든요.
다카이치의 '일본 제일주의' 정책이 연이어 쏟아지면, 우리 같은 주변국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앙숙인 중국의 반응이 심상치 않죠. 다카이치 총리가 타이완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면 일본이 군사적 행동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한 이후 중일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습니다. 선거 이후 다카이치는 중국과의 대화가 열려있다고 유화책을 펼쳤지만 중국은 무시하고 있고요.
다카이치가 반중뿐 아니라 반한 감정도 자주 활용했던 만큼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도 관심입니다. 단언하긴 어렵지만 아마 과거처럼 공격적으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왜냐하면 국민여론이 그렇지 않거든요.
일본 내각부가 1978년 이래로 연말마다 조사하는 여론조사입니다. 먼저 중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생각을 보면 2001년에 긍정과 부정이 크로스 된 이후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으로 커요.
반면 우리나라는 다릅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인의 감정은 고착화되어있지 않고 왔다 갔다 해요. 지금은 긍정적인 인식이 더 많은 상황이라 이 여론을 살피지 않을 수 없겠죠.
일본에서 제멋대로 지정하고 제멋대로 기념하고 있는 '다케시마의 날' 다카이치는 예전부터 이 행사에 차관급이 아닌 장관급 인사를 보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어요. 하지만 본인이 총리가 되고 맞는 첫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서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 인사를 보냈습니다.
2차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공식 출범했습니다. 역대 최대라고 할 정도의 여대야소 구도에서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펼쳐나가겠죠.
극우 본색이 우려되는 다카이치 총리이지만 최근 변화의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 대해 한층 친근한 발언들이 잦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본인이 20년간 연재했던 강경 보수 칼럼을 삭제할 정도죠.
과연 일본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당장은 유화책을 펼치고 있지만 결국 그렇게 부르짖던 '전쟁 가능한 국가'로 다가가게 될까요? 아니면 민생 안정에 집중하고 외교, 안보 강경론은 뒤로 미루게 될까요? 오늘 준비한 오그랲 다카이치 사나에 편은 여기까지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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