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통과한 날 코스피 6천..기대감 넘친 시장
자사주는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자기 회사의 주식을 다시 사서 보유하는 것이다. 최대주주나 기업 오너가 사재로 사는 게 아니고 회사 돈으로 산 것이다. 그래서 보유해도 의결권은 없는 주식이다. 이런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남은 주식의 가치가 오른다. 예를 들어 100주가 있는데 10주를 소각하면 나머지 90주는 그만큼의 가치를 나눠 갖기 때문에 'EPS', 즉 '주당순이익'이 늘어난다. 또 기업의 자본이 줄어드는 거라 'ROE' 자기자본이익률이 높아진다.
1년 이내 소각 안하고, 주총 승인 없이 보유하면 불법
이번 상법 개정에 따라, 기업들은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소각'해야 한다.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 역시 소각'해야 한다. 주주총회에서 사유를 설명하고 승인을 받지 않았는데 계속 보유하면 불법이 되고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당은 공공부문이나 방송, 통신처럼 외국인지 지분 제한이 있는 기업은 3년 내 처분하는 유예조치를 뒀다. 예를 들어 KT 같은 경우에 자사주를 소각하면 외국인 지분이 제한선인 50%를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경영권 방어수단" 경영계의 우려는 왜?
지난 2003년에는 SK가 헤지펀드인 소버린에 경영권을 뺏길 뻔한 사례가 있었다. 이때 소버린이 지분 14%를 확보했고, SK는 13%로 밀렸는데, 당시 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은 보유 중인 자사주를 하나은행에 매각해서 우호지분을 만들었고 가까스로 위기를 면했다. 최근엔 글로벌 사모펀드의 활성화 추세 속에 이런 경영권 공격은 더 거세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더 걱정이 크다. 그래서 경제단체들은 준비 기간 확보를 위해 3년 유예기간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한국 기업들이 자산처럼 활용한 것은 정부 정책 영향도 있었다는 게 재계의 항변이기도 하다. 이전엔 계열사 간 '순환출자'형태로 경영권을 방어했는데, 이런 순환출자는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기업 지배력을 갖게 되는 문제가 컸다. 2011년 상법 개정에서 정부는 대기업들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유도했고, 한편으론 자사주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보유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법안을 준비한 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핵심은 그동안 기업 이사회가 마음대로 결정하던 것을 주주총회에 맡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자사주 소각이 아닌 보유나 처분이 필요하면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허락을 받으면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번 개정안에는 임직원 보상용이나 우리사주조합 이전, 재무구조 개선, 신기술 도입 등에 필요한 경우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보유나 처분이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사주조합이나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넘기면 경영권 위협이 들어와도 우호 지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경영계에선, 기업이 합리적 사유를 설명하더라도, 주주 중에는 단기 수익을 더 우선시 하는 경우가 많고, 주주 중에는 해외자본, 심지어 투기자본 세력도 있기 때문에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법무부도 "경영권 방어수단 필요"..보완입법도 준비해야
다만 이번에 법이 통과되더라도, 경영권 방어 장치를 후속입법으로 고려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법무부는 이달 초 여당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찬성하면서도 "경영권 방어 공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수단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이런 의견은 현행 제도상 자사주가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현실을 고려해야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경영권 관련 의결에는 대주주 지분에 투표권을 더 주는 '차등의결권'이라든지, 외국계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노릴 때 기업 인수를 어렵게 하는 '포이즌 필' 같은 제도의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달라진 세계 질서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너뜨리기 시작한 쪽은 다름 아닌 미국 등 강대국들이다. 특히, 반도체 등 전략물자의 생산시설을 자국 영토에 이전하는 것을 노골적으로 동맹국들에게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사실상 힘의 우위를 앞세운 무역전쟁 시대를 맞아 한국이 가진 반도체, 조선, 방산, 원전 등의 기술과 대표기업들을 경제의 테두리가 아닌 국가 안보 차원에서 보호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생존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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