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불법 행위에 관여한 직원이 자신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회사 증거를 없앴다면, 이를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는 증거인멸교사와 증거인멸 혐의로 각각 기소된 A 씨와 B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24일) 밝혔습니다.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협력사지원팀 담당 임원이던 A 씨는 지난 2018년 현대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부하 직원들에게 증거를 인멸하도록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팀장이던 B 씨는 A 씨의 지시를 받아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실행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이들이 인멸한 증거가 '타인의 형사 사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현행법상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없앴을 경우 처벌하며,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이 두려워 자기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없앤 경우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1심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이들이 회사의 증거를 삭제한 행위는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들이 '자기의 이익을 위해' 증거를 없앴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다시 결과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양벌규정에 따라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 증거를 없앤 행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 아닌 '자신의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피고인들이 하도급법 위반 행위와 관련한 업무를 실제로 집행한 행위자였던 만큼, 본인들도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들은 검찰에선 자신의 업무가 하도급법 위반과 관련이 없다거나 자신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없애려던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자기방어적 취지의 진술이거나 '사적 목적이 아니라 회사 업무와 관련한 행위다'라는 취지에서 단순하게 진술한 내용이라고 이해할 여지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심법원은 피고인들이 법인의 업무에 관해 장차 형사사건이 될 수 있는 위반 행위와 관련한 업무를 실제 집행한 행위를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 있었는지 등을 따졌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디지털뉴스부)
회사 자료 지웠는데 증거인멸 무죄?…대법원이 뒤집은 이유
입력 2026.02.24 14:37
수정 2026.02.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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