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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결국 제도에 손 댄 프랑스…"왜 우리한테만" 뿔난 시민들 [취재파일]

'실업급여 월 1천만 원'…이제 돈 없어 못 준다?

권영인 취재파일1

파리입니다. 오늘은 프랑스 실업급여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프랑스 실업급여는 인심 후하기로 유럽에서도 유명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프랑스는 60조 원 넘게 실업급여를 썼습니다. 같은 해 우리나라는 15조 원을 썼습니다. 완전히 제도가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4배 정도 프랑스가 더 쓴 셈입니다. 프랑스 실업급여 제도는 여기 와서 살펴보게 된 이후로 좀 흥미로운 게 많았습니다.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프랑스는 최근 24개월 중에 여섯 달을 일을 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이 생깁니다. 원래는 4개월만 일해도 나오던 걸 힘들게 6개월로 5년 전에 바꿨습니다. 우리나라하고 비교하면 우리는 최근 18개월 중에 6달을 일해야 실업급여를 받습니다. 프랑스는 4분의 1을 일하면 되고 우리는 3분의 1을 일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그럼 이 실업급여를 얼마나 받느냐? 이건 직전 소득 수준과 나이에 따라서 천차만별인데 평균적으로 대략 60% 안팎입니다. 나이가 55세가 넘어가면 직전 평균 임금의 70%가 넘게 보장받기도 합니다. 예외는 있지만 한국하고 평균은 크게 차이는 안 납니다. 그런데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상한선입니다.

권영인 취재파일2

프랑스는 천장이 뚫렸습니다. 고소득자들은 실직을 해도 평균치로 계산해 줍니다. 그리고 최대 1천300만 원 정도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실업을 했는데 월 1천만 원 넘게 보장을 해준다는 겁니다. 우리는 상한선이 200만 원을 넘지 못합니다.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라 복지제도 좋다는 유럽 대부분이 상한선이 4~500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물론 최고치를 받는 사람이 0.03% 정도고 지급 기간도 훨씬 더 짧습니다. 그러니까 돈을 줄 테니까 놀지 말고 얼른 다시 일을 하라는 겁니다. 그러면 이걸 얼마나 오래 주느냐도 중요할 겁니다. 프랑스는 최소 18개월을 줍니다. 역시 나이와 조건에 따라서 조금씩 늘어나기도 하는데 최장 27개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7개월이 아닌 최장 270일입니다. 최대치로 보면 프랑스가 3배 더 길게 주는 셈입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무 기간은 우리보다 25% 짧고 그리고 받는 돈은 최대치로 보면 6배가 더 많고 그리고 받는 기간도 최대 3배 더 길다 보니까 숫자만 놓고 보면 프랑스의 든든한 실업급여 제도가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가 이 실업제도 때문에 골치가 아픕니다. 나라가 돈이 많을 때는 괜찮았지만 지금 나라 빚이 GDP보다 많은 상황에 처하면서 심각해졌습니다.
 

제도 손 댄 프랑스…내용 어떻길래?

여기 와서 제가 들은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는 휴양지로 유명합니다. 날씨 좋고 음식 좋은 곳입니다. 그래서 파리에서 6개월 일한 다음에 살인적인 물가와 집세를 피해서 나머지 1년 반을 실업급여로 남부에서 휴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일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렇게 매년 60조 넘게 실업급여가 나가다 보니까 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손을 댔습니다.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

지난 여름 전직 총리가 불신임을 당하기 전에 이 개혁안을 냈습니다. 24개월 중에 6개월만 일하면 되는 자격을 20개월 중에 8개월로 더 일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령 우대 연령도 55세에서 57세로 더 높이기로 한 겁니다. 수급 기간도 최소 18개월이던걸 15개월로 더 줄이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매년 3조 원 넘게 실업급여를 줄이고 2030년부터는 7조 원 가까이 줄 수 있다면서 이 제도를 밀어붙였습니다.
 

"나라 빚을 왜 내가?"…난리 난 프랑스

권영인 취재파일5

결과는 어땠을까요? 저항이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지난해 9월에 전국 총파업이 100만 명 넘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꼭 실업급여만 이슈는 아니었지만 총리가 의회 불신임을 당해서 쫓겨났습니다. 그다음 지난해 9월에 취임한 게 지금 르코르뉘 현 총리입니다. 지금 총리도 실업급여만큼은 손을 대려고 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프랑스 GDP 성장률은 0.9%입니다. 1%가 안 됩니다. 작년만 그런 게 아니라 계속 저성장입니다. 이건 단순 산술 계산이긴 하지만 GDP는 노동시간이 늘어나면 같이 증가합니다. 물론 노동 효율이 떨어지면 역효과가 나지만 노동시간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노동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서 생산성도 개선하고 GDP도 끌어올리고 그리고 실업급여 지출도 줄여서 재정도 좀 아끼는 그런 생각들이 막 겹쳐 있는 겁니다. 하지만 르코르뉘도 실패했습니다. 현 총리가 계속 밀어붙이려고 하니까 지난달에 야당들이 불신임 카드를 또 계속 던졌습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프랑스 총리
(의원) 여러분들은 우리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한 예산안을 과연 읽어보기라도 했습니까? 왜 전혀 사실이 아닌 주장과 잘못된 수치를 말하는 겁니까?

프랑스는 하원 의원에서 불신임이 가결되면 총리는 물론이고 정부 내각이 모두 사퇴해야 됩니다. 여론도 좋을 리가 없습니다. 프랑스 시민들은 왜 계속 우리만 양보해야 하냐, 부자들의 실질 세금 부담은 계속 줄어드는데 왜 우리한테만 뺏어가려고 하냐라는 겁니다. 또 나라 빚이 늘어난다고 지난해 멀쩡한 실업급여기금에서 돈을 빼서 돌려막았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흑자이던 실업급여기금이 적자가 돼버렸습니다. 나라가 잘못해 놓고 왜 책임은 우리가 지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르코르뉘 현 총리도 백기를 들었습니다. 게다가 다음 달에 우리로 치면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파리시장도 뽑는 큰 선거니까 여론을 의식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달 말까지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철회로 보고 있습니다.
 

'역성장' 덫 걸린 독일은?

독일 연방의회 의사당

옆나라 독일도 노동시간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거긴 프랑스보다도 근무시간이 더 짧습니다. 세계 최저 수준인데 주당 30시간이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독일은 GDP가 0%대도 아니고 마이너스,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노동시간을 조금 늘려서 생산량을 늘리고 싶은 욕심은 독일도 버리기 쉽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현 메르츠 총리가 욕을 잔뜩 들어가면서 노동시간을 늘리려고 하는데 거기도 저항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렇게 저성장 늪에 빠져 있는 유럽은 여러 가지 고민들이 많지만 이 노동시간을 두고도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 간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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