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시 37번 국도에서 훈련 도중 숨진 18살 신민철 군 사고를 취재하기 위해 학교와 교육청을 찾았을 당시 기자가 들었던 얘기입니다. 신 군은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선발된 지 2주쯤 흐른 시점에 영하권 날씨에 이른바 '차량유도훈련'을 나갔다가 중심을 잃고 가드레일에 부딪혀 숨졌습니다. 당시 사고는 단순 교통사고 발생 기사로 여러 매체에서 보도되었습니다. 이번 사고가 단순히 학생 실수로 인한 것이 아니라, 무리한 훈련과 나빴던 도로 상황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라는 지역사회 제보가 있었고, 취재에 나서게 된 겁니다. 교육기관과 수사기관, 도로 관리 당국을 취재하며 제가 자주 들었던 단어는 '파장'이었습니다.
자전거 속도 측정 장치엔 시속 88km 기록…단순 사고?
유족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이 사고에 석연치 않은 지점이 여럿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코치는 훈련 과정이 통상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유족은 1) 이전 코치의 경우 야외 훈련 시 시속 40km 안팎으로 훈련한 점 2) 도로 노면 상태를 감안해 위험 구간에는 진입하지 않았던 점 3) 이전 코치의 경우 꼬박꼬박 훈련 일지를 작성하고 부모, 선수와 긴밀히 소통했던 점을 들어 코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이른바 엘리트 스포츠계에서 감독이자 스승의 말은 '하늘'과 같아서 무리한 날씨 속에 훈련을 강행하더라도 반박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유족 측 얘깁니다. 사고가 났던 날은 최저 기온이 영하 10도, 낮 최고 기온이 영하 1도였고 전날 눈이 내려 염화칼슘까지 많이 뿌려졌던 상태였습니다. 도로 제한 속도는 70km 였지만, 신 군의 자전거에 부착된 속도 측정 장치에는 시속 88.1km까지 기록됐습니다.
신 군은 사고가 나기 두 달 전쯤, 발목 골절과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습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훈련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이 부모는 가장 원통하다고 했습니다. 부모 만류에도 팀에 민폐를 끼칠까 봐 꾹 참고 훈련에 참가해 왔다는 겁니다. 신 군의 부모는 용기를 내서 인터뷰를 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책임이 있는 분들이나 힘 있는 분들이 이걸 좀 보고 운동하는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나 학교에 관련 시설 마련을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남아있는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는 신념 때문에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10대 사이클 유망주의 죽음…그리고 어떤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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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한 실수? 배경엔 구조적 문제 산적
해당 코치는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일상으로 복귀해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했습니다. 학교는 해당 코치와 재계약을 맺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진정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같은 환경에서 같은 방식으로 훈련을 이어가는 것이 과연 아이들을 보호하는 길일까요. 이번 사고는 한 학생의 불운한 실수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무리한 훈련 방식, 관리되지 않은 도로 환경, 형식적인 조사, 그리고 '파장'을 이유로 책임을 외면하려는 태도까지. 그 모든 것이 한 10대 유망주의 죽음으로 이어졌습니다.
남은 아이들이 더 이상 같은 위험에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용한 수습'이 아니라,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과 제도 개선입니다. 누군가의 꿈과 생명이 희생된 뒤에야 바뀌는 시스템이라면, 그것은 결코 건강한 스포츠 환경이라 할 수 없습니다. 신민철 군의 죽음이 또 하나의 통계로만 남지 않기 위해서, 어른들의 진짜 책임이 지금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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