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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곽 잡히는 '마스가'…미국의 복잡한 속내는?

美백악관, 해양행동계획(AMAP) 공개에 술렁이는 K조선
한국의 긴 연휴가 시작된 시점에 미국 정부는 '미국 해양행동계획(America's Maritime Action Plan)'을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한국이 미국에 역으로 제안해 관세 합의의 돌파구를 마련한 '마스가(MASGA)'사업의 청사진이 나온 셈인데, 동맹국 현지 조선소에서의 미국 선박 건조를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연휴 직후 국내 주식시장의 조선업종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한미 관세협상에 따라 거액의 대미투자를 이행하기로 한 한국의 시각에선 막연한 부담감이 현실화하기 시작한 느낌을 받게 된다. 긴 협상을 거쳤지만 힘의 우위를 통해 동맹국의 경제적 지원을 강요하는 흐름을 다시 실감하는 과정인 것이다. 같은 시점, 일본 정부는 트럼프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한국 내 입법 지연을 트집 잡아 관세를 다시 25%로 올리겠다고 압박하는 미국을 진정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도 범정부적인 대미투자 이행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분주하다. '관세 폭탄을 막은 대신 약속을 지키라'는 고자세의 미국인만큼, 이번에 공개된 'AMAP' 역시 자국 이익 추구를 노골화하는 속내가 감지된다. 우리 정부와 K조선에겐 힘든 여정의 시작이다.
2월20일 오전 출고, 박진호 논설위원 취재파일용

한국서 선박 건조 일단 가능..'브릿지 전략'선택

가장 주목된 부분은 일명 '브릿지 전략'이다. 해당 문서는 "다수 선박을 구매할 때 초기 선박은 외국 조선업체의 현지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동시에 미국 내 조선소에 직접투자를 진행하도록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가의 조선소에서 선박 발주 초기 물량을 일단 건조하도록 하고, 이들 조선업체들의 대미 투자를 병행해 궁극적으로는 미국 영토 안의 조선소에서 생산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자국 조선 생산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어렵게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업용 선박은 물론 중국과의 해양 군사력 경쟁에 필수적인 군함 건조를 위한 시간 여유가 부족하고 아무리 보안 문제나, 자국 법안의 규제가 있더라도 우호적인 타국에서의 생산 착수가 필수적이라는 현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미국 내 조선소 생산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군함 건조를 외국에 맡길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실리를 선택한 것으로, 결국 한국 조선업계가 선박 수주 호재를 일정 기간 누리더라도 미국 현지투자에 대한 강한 압박이 한층 강해질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AMAP은 "동맹 및 파트너와의 강화된 협력을 통해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들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한국, 일본과의 미국 조선 재활성화에 대한 역사적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미국 내 생산 원칙에 대한 예외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아직은 '행동계획'이란 형식의 정부 문서일 뿐, 미국 항구를 운항하는 선박을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존스 법'과 군함에도 같은 규제를 두는 '번스톨레프슨 법'에 위배되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법률의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월20일 오전 출고, 박진호 논설위원 취재파일용

외국산 선박엔 '입항료'..'양날의 검' 전망도

백악관의 이번 행동계획은 미국에 입항하는 모든 '외국산' 상업용 선박에 '입항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영토의 항구로 들어오는 외국산 선박에 화물 중량을 기준으로 "kg당 1센트의 수수료를 부과하면 10년간 약 660억 달러, 25센트씩 부과하면 약 1조 5천억 달러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해양안보신탁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외국산'선박은 선박의 국적이 아닌 외국에서 건조된 선박을 의미한다.

표현은 '권고'지만, 실제 정책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입항료 부과의 세계적인 파장이 주목된다. 본래 입항료 부과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책의 일부였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이 불공정한 정책으로 해양·물류·조선 산업에서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명분으로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조치를 시행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 합의로 이 조치의 시행을 1년 유예한 바 있다.

단순하게 보면, 앞으론 미국에서 건조된 미국산 선박으로 상업적 운항을 해야 입항료를 면할 수 있다는 것으로, 미국산 선박 수요를 확보해 자국 조선업을 재건하려는 '이상적' 목표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 인프라가 사실상 붕괴된 미국이 이런 효과를 실현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상당히 요원하다는 점에서 다른 속내가 보인다. 현실적으로 최근 미국 조선업계의 상업용 선박 생산 비중은 세계 시장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이 조치가 시행되면 사실상 미국 항구를 드나드는 모든 선박에 입항료를 부과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당초 중국에 대한 표적 규제였던 것이 다른 모든 국가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인용하자면 AMAP 문서에는 "이를 통해 10년 동안 660억 달러에서 1조 5천억 달러(한화로 약 95조 원~2천160조 원)의 수입을 낼 수 있다"고 나온다. 결국 해상 운송에 대한 수수료 부과로 '제2의 관세'를 걷으려는 게 실제 목적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2월20일 오전 출고, 박진호 논설위원 취재파일용

미국 사로잡는 일본..까다로운 에너지에 투자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경제적 기여의 압박을 받는 한국과 같은 처지인 일본은 17일(미국 현지시간) '1호 대미투자 대상'을 공개했다. 주목되는 것은 일본의 투자대상은 트럼프가 강하게 원하지만 사업성은 의문인 분야를 과감히 선택했다는 점이다. 당장 나오는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는 복잡하다. 일본의 행보는 한국 정부가 협상의 기본 원칙으로 강조하고 있는 '상업적 합리성'보다 ⓵'미·일 관계의 밀착을 통한 포괄적 이익'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 또 일본이 미국 내 인허가 경로가 복잡하고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는 분야를 선택해 ⓶'투자 시행에 대한 시간을 벌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실제로 일본의 대미투자 프로젝트를 보면, 먼저 미국 오하이오 주에 건설되는 333억 달러 규모의 '가스 화력 발전소'가 중심이다.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사업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시하는 AI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위한 것으로, 해당 지역은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도가 높은 편이다. 또 하나는 미국 텍사스 인근 해역에서 시추한 원유를 수출하는 시설에 대한 투자, 다른 하나는 산업용 연마재로 쓰는 인공 다이아몬드 공장 사업이다.

해당 사업들의 공통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조하는 AI산업, 에너지 패권, 핵심광물 공급과 직결돼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수년 동안 추진됐음에도 불투명한 경제성 때문에 투자 유치가 어려웠던 사업들이란 점도 공통점이다. 결국 상업적 합리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사업의 인허가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일종의 외교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사업이 지연될수록 일본 입장에선 리스크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2월20일 오전 출고, 박진호 논설위원 취재파일용

한국의 선택은?..조선업 중심 '실리 전략' 거론

백악관은 이번 '해양행동계획(AMAP)'에 "동맹 및 파트너와의 긴밀한 공조로 미국 해양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면서 "현재까지 최소 1천500억 달러(약 217조원)의 미국 조선업 전용 투자를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금은 다름 아닌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3천500억 달러 중에 포함된 1천500억 달러의 조선업 투자 액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제안한 '마스가(MASGA)'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단계가 시작된 것으로, 자연스럽게 한국의 대미투자 사업의 한 축이 결정된 셈이다.

한국의 대미투자는 조선업이 중심이 되는 것이 실리적이란 의견이 우선 나온다. 이른바 브릿지 전략을 담은 AMAP가 본격 시행되면 일단 한국 내 조선소에서 미국 선사나 미군이 발주한 선박을 상당 기간 건조할 수 있다. 특히, 북미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확대하고 싶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 한국 조선업계가 강점을 가진 LNG 운반선도 대거 수주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조선 인프라가 열악한 미국에서 첨단 기술과 인력이 필요한 LNG 운반선을 현지 생산하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점에서, 수주의 실리를 챙기면서 어차피 시간이 걸릴 미국 조선업 육성과 투자를 병행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의 최종 목적은 미국 영토 내의 선박 생산인 만큼 장기적으론 이런 효과가 단계적으로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해양행동계획의 또 다른 맹점은 한국 업계가 기대했던 '중국 물량 대체효과'의 무산일 것이다. 중국산 선박에 입항료를 부과하겠다던 미국의 정책은 각국 선사가 그동안 가격경쟁력 때문에 선택한 중국산 선박 대신 한국산을 선택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장기적으로 미국산 선박 수요를 높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관세협상 합의에 따른 한국의 대미투자는 조선업과 함께 에너지와 첨단산업도 명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처럼 LNG 수출 인프라 투자, 원자력 발전소 같은 기간시설 분야에 대한 압박이 예상되는데, 정치적 변수와 주정부별 인허가 과정의 난항이 불가피한 사업의 특성상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사업을 일부 떠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조선업 투자를 중심으로 다른 사업의 투자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최선으로 보인다.
2월20일 오전 출고, 박진호 논설위원 취재파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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