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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주의 헐고 '자유의 무기고' 세우는 미국…관료주의 옥상옥 올리는 K-방산 [취재파일]

관료주의 헐고 '자유의 무기고' 세우는 미국…관료주의 옥상옥 올리는 K-방산 [취재파일]
요즘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미국 방위산업의 부흥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캠페인의 명칭은 'Arsenal of Freedom(자유의 무기고)'입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2차 대전 개입을 결정하며 주창했던 'Arsenal of Democracy'를 헤그세스 장관이 흥미롭게 변주했습니다. 곱씹어볼 점들이 많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이 자유의 무기고 캠페인에서 강조하는 바는 무기 획득의 미국화, 가속화, 합리화 등입니다. 미국의 후퇴하는 제조업의 기반을 되살리고, 신속하게 민간 기술을 접목해, 첨단 무기를 빠르게 획득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관료주의를 부숴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습니다.

자유의 무기고 캠페인은 K-방산에 딱 맞는 처방 같습니다. K-방산은 달콤하지만 일회성인 '폴란드 잭팟'에 취해 주가와 대중적 인기, 정부 지원의 거품 속에서 현실에 안주하는 형국입니다. 중층의 관료주의를 헐어 획득 속도를 높이고, 새로운 첨단 무기를 개발해 안보와 수출에 기여해야 미래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K-방산을 둘러싼 관료주의 타파의 기미는커녕, 관료주의를 두텁게 하는 기운만 보입니다.

관료주의와 전쟁 벌이는 '자유의 무기고'

지난 1월 뉴포트뉴스 조선소에서 자유의 무기고 연설을 하고 있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에 버지니아의 뉴포트뉴스 조선소, 캘리포니아의 로켓랩, 텍사스의 스페이스X와 록히드마틴 시설을 방문했습니다. 이달에도 메인의 바스 아이언웍스 조선소, 로드 아일랜드의 안두릴 공장을 찾았습니다.

방문한 곳마다 'Arsenal of Freedom' 슬로건이 내걸렸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연설에서 "관리된 퇴보(managed decline)의 시대, 관료주의적 미로(bureaucratic maze)를 끝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관리된 퇴보, 관료주의적 미로란 결과보다는 서류 작업에 치중하는 무기 획득 절차가 미국 방산을 좀 먹었다는 신랄한 비판입니다. 국방 관료주의에 대한 선전포고이자, 관료주의 종언의 예고입니다.

국방 관료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처방은 국방부 획득 부문에 민간 전문가들을 과감하게 영입하는 '국방 사업 운영자(BOND·Business Operators for National Defense)' 프로그램입니다. 민주당 캐네디 정부의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벌인 국방 개혁과 좀 유사합니다. BOND의 대상이 되는 민간 전문가들은 애플, 포드,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세계적인 기업에서 잔뼈가 굵은 혁신의 고수들로 알려졌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BOND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70명 이상의 전직 기업 임원들이 국방부 지도부와 함께 자유의 무기고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헤그세스 장관이 자유의 무기고 캠페인을 통해 노리는 것은 무기 획득 속도 개선, 제조 역량 강화, 생산 최적화, 공급망 복원 등입니다. 이것도 남의 나리 손 빌리지 않고, 미국의 역량만으로 해내자며 애국주의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에 비판이 많지만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응하는 자유의 무기고 캠페인에는 별다른 역풍이 불지 않고 있습니다.

또 관료주의 옥상 올리는 K-방산

이달 사우디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의 K-방산 부스들. 방사청이 불참한데다 구석진 3전시관에 설치돼 방문객들 발길이 뜸했다고 한다.
K-방산의 시장은 좁디좁습니다. 아무리 좋은 무기 만들어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못 팝니다. 타이완 서쪽의 동남아시아 몇 개 나라, 중동의 부유한 몇 개 나라, 독일과 프랑스의 관심을 못 끄는 중부 유럽 몇 개 나라 등이 접근 가능한 시장입니다.

그나마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이 나토에 대한 기여를 축소함에 따라 독일, 프랑스 등 관록의 유럽 국가들이 방산을 다시 일으켜 세계 무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카이치 총리의 일본도 무기를 생산해서 수출하는 대열에 곧 합류할 태세입니다. 게다가 독일, 프랑스, 일본은 세계 무기 시장에서 잘 먹히는 국제정치적 발언권도 막강합니다.

점점 팍팍해지는 외부 환경에서 K-방산이 살아남으려면 내실이라도 충실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실이라고 할 수 있는 K-방산의 현존 무기는 몇 종류 안 됩니다. 자주포, 전차, 경공격기, 지대공미사일, 함정 등으로 10년 전과 구색이 다르지 않습니다. 신무기를 빨리 개발할 수 있으면 어떻게든 살림을 꾸려보겠지만 국방부, 방사청, ADD, 기품원, KIDA 등 시어머니, 시누이들이 즐비한 겹겹의 관료주의 절차 탓에 무기 면모를 일신하려면 세월을 낚아야 할 판입니다.

여기에 더해 '왕 시어머니'가 들어서고 있다는 우려가 방산업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위원회에 설치하는 전략경제협력지원단이 주인공입니다. 지원단에 2급 국장 파견 문제를 놓고 뜻을 펼치지 못한 이용철 방사청장이 사우디 방산 전시회 보이코트로 반발한 사례를 보면 K-방산에 미칠 전략경제협력지원단의 막강한 영향력이 짐작됩니다.

방산 대기업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유의 무기고라는 기치를 내세워 관료주의 타파를 부르짖고 있고, 한국은 관료주의 옥상옥을 올리고 있다", "K-방산의 기존 옥상 몇 개 층을 허물어도 시원치 않은데 정권 바뀔 때마다 층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혀를 찼습니다. 방산 관련 정부기관의 한 고위직은 "조직이 새로 생기면 절차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관가의 상식이자, 생존논리이다", "세계의 공룡들은 치타처럼 뛰는 반면, 한국이라는 토끼는 거북이처럼 기어가려고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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