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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억 심사에 14분…'농어촌 기본소득' 현장 가 보니 [취재파일]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2026년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⑤편
 
"국회에서 올해 예산 얘기가 거의 없었어요. 국회 출입하면서 이런 적이 또 있었나 싶네요."

인사 발령으로 새롭게 꾸려진 2025년 12월 SBS 탐사기획팀 첫 회의. 인사 발령 전 국회를 출입했던 한 동료가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습니다. 초유의 계엄 후폭풍, 그렇게 이어진 탄핵과 대선까지, 2025년은 치열한 정쟁으로 얼룩졌습니다.  입법과 더불어 국회의 가장 큰 임무인 '예산 심사'는 정치인들 입에서 별로 오르내리지 않았습니다. '728조 원' 역대 최대 슈퍼 예산인 만큼 치열한 토론과 심사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됐지만, 국회는 늘 안녕하지 못했고 예산 심사는 그렇게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여러 차례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을 통해 국회를 감시해 왔던 SBS 취재팀. 그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년도 예산안 분석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예산은 심사 감시 기능이 유독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지난해 정기 국회, 즉, 예산 국회 당시 347개, 1만 7,111쪽에 달하는 방대한 회의록을 전수분석했고, 꼬박 두 달이 걸렸습니다.

그렇게 얻어진 탐사기획팀의 최종 결론은 이렇습니다.

"부실 심사, 졸속 심사,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올해 예산은 그 정점을 찍었다."

국회가 확정한 2026년도 예산안, 두 번째 페이지를 보겠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수정안 첫 항목. "인구감소지역 대상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원 지역을 3개소 추가하기 위해 637억 원을 증액함"이라고 써 있습니다.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은 인구 소멸 위기 농어촌 지역 주민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하는 사업입니다. 원래 정부는 기존 시범지역 7곳을 대상으로 1,703억 원을 계획했는데, 국회가 이를 논의 과정에서 전남 곡성과 충북 옥천, 전북 장수를 추가해서 637억 원을 늘렸습니다.

국회가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첫 성과로 내세운 예산인 셈입니다.

만일, 국회가 정책 효과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부정적 효과까지 충분히 심사숙고한 뒤 대비책까지 마련했다면 '좋은 예산'입니다. 

그렇다면, 국회는 이 예산, 어떻게 논의했을까요. 먼저 국회 회의록부터 살폈습니다.

농어촌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효과적인 사업이라고 말하는 정부, 반면, 일부 의원들은 그 효과가 면밀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이전 시범 사업의 결론을 보고 확대하자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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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우려도 나왔습니다. 이 사업을 시행하는 지역이 재정자립도가 낮다 보니, 이 예산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겁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정부가 100% 부담하는 게 아니라, 정부와 도, 해당 지자체가 4:3:3을 부담하도록 돼 있습니다.

예산 회의록 전수분석 시리즈

이런 저런 문제점이 나오자 '보류'로 결론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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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류되었던 예산안은 사업 대상 지역이 7개 군에서 10개 군으로 확대되었고, 규모는 당초 정부안보다 637억 원 증액된 2,340억 원으로 확정됐습니다. 

국회가 이 사업을 얼마나 논의했는지 계산해 봤습니다. 회의 시간은 14분, 회의록으로는 딱 4쪽이었습니다. 심사 과정에서 사업 목표를 따져보거나 재정 마련에 대한 구체적 분석은 보완하지 못한 채 짧게 몇 마디 주고 받다가, 속전속결로 끝난 겁니다.

그래서 저희 SBS 탐사기획팀이 직접 검증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지난해 10월, 시범 사업으로 선정된 충남 청양군을 직접 찾아 현장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주민들 인터뷰를 해 보니, 확실히 외부에서 전입해 온 사람이 많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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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청양 뿐만 아니라, 시범 지역으로 선정됐거나, 예산안이 처리되기 전 선정이 예고됐던 곳 모두 전입 인구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구 소멸 지역의 숨통이 트인 셈이니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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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희 취재진이 서류상 최근 전입 가구를 직접 방문해 보니, 해당 주소지는 거주가 불가능한 폐가이거나, 주인 없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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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거주하며 주말에만 잠시 들르는 사람들, 생활권이 아예 청양 밖에 있는 사람들도 주소만 청양으로 돼 있다면 한 달에 15만 원씩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위장 전입이 의심된다는 주민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청양군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청양군은 이달 중에 신규 위장 전입 등 실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인데, 마을 이장 등 조사 주체에 가해지는 심리적, 행정적 부담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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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실거주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다는 점입니다. 청양군은 "일주일에 몇 번을 와야 실거주인지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다. 판례 등을 참고해 '일주일에 5일 이상' 같은 합리적 수준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를 정하기 시작하면 출퇴근 거리 등 논쟁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고 털어놨습니다.

이러한 허수의 증가는 실질적인 재정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정책 구조상, 수급 대상자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재정 부담의 주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농어촌 기본소득은 국가가 40%, 도가 30%, 해당 지자체가 30%를 부담하는 구조인데, 공모 당시 인구를 3만 명으로 추계했기 때문에, 이 인원이 넘어가는 재원은 군이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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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이 분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의 농민 지원과 복지 사업들을 ‘중복 사업 정리’라는 명목으로 대거 축소 편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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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 인구 소멸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도 정밀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청양군의 전입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시범 사업 발표 이후 두 달 간 유입된 외부 인구 651명 가운데 약 40%인 260명이 충청남도 내 타 시·군에서 이동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공주시(62건), 홍성군(46건), 예산군(33건), 보령시(30건), 부여군(18건) 등 청양군과 이웃한 5개 지역 출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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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구를 보낸 부여군(58,447명), 예산군(78,891명), 보령시(92,215명)는 인구 10만 명 선이 이미 무너진 상태이고, 공주시(100,240명)와 홍성군(100,334명) 역시 10만 명 선을 간신히 유지하며 인구 고민이 많은 지역들입니다. 재정 여력 또한 청양군(재정자립도 9.3%, 전국 194위)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부여군(10.0%, 181위), 공주시(12.9%, 145위), 보령시(13.6%, 136위), 예산군(13.7%, 135위) 등은 모두 재정자립도가 10% 안팎에 불과한 기초지자체입니다. 

즉, 인구 소멸 우려 지역, 그래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끼리 인구 이동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국회 얘기입니다. 의원들이 예산을 논의할 때 참고하는 검토 보고서에서도 "시범 지역 지자체들이 이 많은 예산 부담하기 어려워 보완책 필요하다", 심지어, "주민등록 이전이나 일시 거주 등으로 돈을 수령하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정작, 공식 회의록에서는 이에 대한 정밀한 논의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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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식 기록이 남지 않은 비공식 회의체, 소위원회 아래 소위원회, '소소위'로 넘어가 양당 원내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으로 예산이 확정됐습니다.

지방 인구 소멸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고, 좋은 대책이 있다면 예산을 충분히 투자해야 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최소화하도록 충분히 검토돼야 합니다. 결정적으로, 국민들이 회의록을 통해 이 과정을 알 수 있게 말입니다. 국회가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운 예산이라면 더더욱 그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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