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기호 'W'인 금속이 있습니다. 스웨덴어로 무겁다는 뜻의 텅(tung) 그리고 돌이라는 의미의 스텐(sten)이 합쳐진 '텅스텐'입니다. 텅스텐은 단단할 뿐만 아니라 '용융점', 그러니까 녹는점이 금속 중에서는 제일 높아서 반도체, 이차전지, 군사무기 등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면 항공기 엔진, 탄도미사일부터 시작을 해서 절삭 공구까지 여러 산업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미국vs중국, 광물전쟁의 또 다른 축
텅스텐이 이렇게 산업의 비타민이자 현대전의 핵심 금속이다 보니까 민감한 두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과 미국인데요. 미국 의회는 NDAA라고 하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면서 내년 1월 1일부터 중국산 텅스텐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지금 제가 프린트를 해온 게 바로 그 법 조항인데요. 몇 차례 수정을 거치기는 했지만, 2027년 1월 1일부터 미 국방부와 계약하는 모든 방산업체는 이렇게 중국 그리고 러시아, 이란처럼 이런 나라에서 채굴 제련 또는 가공된 텅스텐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예전에는 제련 과정만 제3국에서 거치면 사용이 허용되기도 했었는데 2027년부터는 마이닝, 그러니까 즉 채굴 단계에서부터 추적을 해서 해당 국가의 원료가 섞여 있으면 납품이 불가능해진 겁니다. 결국 무기체계 핵심 원료부터 얼라이, 그러니까 동맹국이 아닌 나라의 흔적은 완전히 지우겠다 이런 강력한 의지로 풀이가 됩니다. 그럼 왜 이렇게까지 했을까요? 미국이 이런 극단적인 금지 조치를 내린 배경에는 자원 분야에서 중국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지위가 있습니다. 텅스텐은 주로 중국, 러시아, 북한에서 생산이 되는데 중국이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불거진 희토류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자원도 무기가 되는 세상에서 핵심 무기체계 공급망이 중국에 좌지우지 되는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탈중국화를 서두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2. 32년 만에 문 연 '상동광산' 가보니
이런 맥락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게 우리나라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상동광산입니다. 제가 1박 2일 일정으로 출장을 다녀왔었는데요. 이제 다 왔나 싶으면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서 쭉 갔더니, 그 끝에 광산이 있었습니다. 이 상동광산은 1920년대에 일본인들이 문을 열었습니다. 산업화 이전인 1950년대 또 60년대에는 이 광산에서 나는 텅스텐이 우리나라 총 수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고 하더라고요. 차로 좀 다녀보면 마을 입구부터 광산까지 오가는 데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거든요.
[영월군 상동읍 주민 : (남편 분은 어떤 거 하셨어요?) 광업소 다니고. (그때 약간 살림살이 형편 이런 게 어땠었어요? 이 동네 분위기가?) 분위기 그렇게 좋았지. 다 광업소에서 월급을 타니까. 광업소 다 다니는 사람들하고 월급을 타니까 살기는 좋았어. 잘 먹고.]
흔히 강아지도 만 원짜리를 물고 다닌다 이렇게 말을 하는 동네가 여긴데 그렇게 번성했던 옛 시절을 기억하는 주민분들이 여럿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 광산은 값싼 중국산 텅스텐에 밀려서 결국 1994년 완전히 문을 닫았습니다. 일자리가 사라지니까 젊은 사람들도 다 떠나버려서 유리창이 깨지거나 문이 부서진 집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는 아주 쇠락한 상태더라고요. 조금은 쓸쓸한 분위기 속에서도 32년 만에 다시 채굴 준비는 착착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번에 텅스텐을 다시 캐기 위해서 새로 뚫은 갱도는 약 4.2km 정도 되고 시추공은 5백개가 넘는데요 일단 저는 차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변승민/상동광산 부총괄: 이렇게 라이닝을 둘러놔서 이게 실제 느낌 자체가 좀 안전한 느낌이 많이 들죠. 실제로 안전하기도 하고요. 이게 발판을 하고 나서 돌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 사실 한 건데 여기 일반적인 콘크리트에다가 콘크리트는 보통 철근으로 보강을 하는데 얘는 강섬유를 넣고요. 급결제라는 걸 또 넣어버려요. 그래서 30분 안에 굳어버리게 그래서 저걸 발판마다 이렇게 뿌려버립니다. 그렇죠 보면 뭐 전기도 따라가고 뭐 물 라인 심지어 안에서 핸드폰도 되거든요.]
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오른쪽으로 통로처럼 보이는 곳들이 있었는데, 그쪽으로 들어가서 채굴을 진행한다고 하더라고요.
[변승민/상동광산 부총괄: 총 4.2km요. 그래서 지금 쭉 따라오면서 오른쪽으로 이렇게 광채로 접근하는 길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고요. 그 다음에 다시 나와서 이리로 내려가면서부터는 왼쪽으로 광채로 접근하는 길들이 스토프 엑세스라고 하는데 이렇게 뚫려 있습니다. 위로 올라가면서도 마찬가지로 아래쪽으로 이렇게 뚫어서 갈 거고요. 지금 이렇게 이 보라색과 녹색 있잖아요 이거는 예전 대한중석에서 채굴을 했던 거예요. 이 중심에 그쪽에서는 바로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채굴을 안쪽을 해버렸고 저는 바깥으로 돌아가면서 이렇게 들어가는 겁니다.]
텅스텐 광맥이 있는 곳에 내려서 자외선 램프로 돌을 비춰봤더니, 마치 보석처럼 파랗게 빛났습니다 이 장비도 변변한 게 없었던 시절에 도대체 여기에 텅스텐이 있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영롱하고 또 신비스러운 느낌마저 들었습니다.상동광산의 텅스텐 생산 비용은 10kg당 110달러에서 126달러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합니다. 이 상동광산에는 텅스텐이 총 5천만 톤 정도 매장이 돼 있는 것으로 추산이 됩니다. 1년에 100만 톤씩 캔다고 가정을 했을 때 50년 정도 캘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3. 우리나라에 있는데 남의 나라 소유?
하지만 이 상동광산, 우리나라에 있지만 우리나라 소유가 아닙니다. 이 광산의 광업권 소유 변화는 매우 복잡합니다. 처음 발견된 이후에는 일본인들이 개발을 시작했다가 1952년 정부가 대주주인 국영기업 '대한중석광업'이 됐습니다. 영월 알몬티 사무실 복도에 보면 포스코 창업자인 고 박태준 회장이 광산 앞에서 직원들이랑 찍은 사진을 걸어놨더라고요. 당시 이 광산에서 벌어들인 달러가 지금의 포스코 옛 포항제철을 세우는 종잣돈이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채산성 악화로 민영화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1994년 거평그룹이 대한 중석을 사들였다가 거평그룹마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해체됐습니다. 대한중석은 가공 부문과 광업권이 따로 있는데, 광업권이 특히 여러 주인을 거쳤습니다. 2006년경에는 캐나다 광산 전문기업인 울프 마이닝이 이 광산의 광업권을 확보하면서 재개발 시동을 걸었고요. 그러다가 2015년에 캐나다의 알몬티 인더스트리가 이 울프마이닝을 인수하면서 상동광산의 최종 주인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알몬티라는 회사가 캐나다 기업이 아니라고 합니다. 알몬티는 지난해 7월에 미국 나스닥 상장을 했고요. 아예 본사가 미국 델라웨어로 이전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미국 회사가 된 겁니다.
4. 결국 남 좋은 일? 우리가 얻는 건
우리 땅에 있는 자원인데 소유권이 외국 기업에 있다는 사실에 그럼 "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거 아니냐" 하지만 텅스텐 같은 전략 자원은 어디서 생산되는지가 국가안보부터 경제까지 미치는 실익이 크다고 합니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공급망 안정입니다.
[변승민/상동광산 부총괄:저희 생산 계획은 연내 상반기 중에 먼저 원석이 약 연 64만 톤 채광이 될 예정입니다. 65%의 정광으로 연 2300톤의 정광을 생산을 할 거고요. 그 다음에 그 1, 2년 안에 2차 생산이 시작되면 연 120만 톤을 채광을 하고요. 그러면 추가로 2100톤의 정광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동광산에서 나오는 정광의 총량은 연 4500톤이 되게 됩니다. 이 중에 약 2100톤 정도가 미국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건 저희가 사전에 맺어놓은 계약 때문에 나가게 되는 거고요. 그걸 제외한 나머지들은 한국의 산화텅스텐 공장으로 공급이 될 거고요. 거기서 나온 산화텅스텐이 국내 공급량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만약 중국발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우리 방산이나 공장이 멈추지 않고 돌아갈 수 있는 일종의 안전판이 생기는 셈입니다.
낙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데요. 이번에 가봤더니, 채굴을 준비하는 단계임에도 기숙사도 생기고 직원들도 오가고 분주하더라고요. 광산이 가동되면 직접 고용하는 인력부터 협력업체 같은 간접고용까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알몬티는 이미 영월군에 약 1,000억 원 규모의 산화텅스텐 가공 공장을 짓겠다고 했는데요. 현실화할 경우에는 지역에도 많은 세금을 내게 되면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소유권을 되찾아오는 게 어렵다면 최선을 다해서 경제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닐까요?
(취재 : 최고운,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나홍희, 디자인 : 육도현, 제작 : 디지털뉴스부)
[AFTER 8NEWS] '파란 보석' 5천만 톤 영월서 터졌다…한국 아니라 미국이 만세 부른 이유/ SBS / AFTER 8NEWS / 최고운 경제부 기자
입력 2026.02.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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