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진 GQ 공식 영상 속 배우 정해인
반소매 티셔츠에 진을 걸친 두 백인 남성이 수트를 차려입은 동양인 남성을 사이에 둔 채 앉아 대화를 나눕니다.
백인 남성들은 마치 가운데에 사람이 없다는 듯 동양인 남성 앞쪽으로 팔을 휘저으며 이야기 삼매경입니다.
그 사이에 비좁게 낀 동양인 남성은 당황한 표정, 불편한 기색으로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19일 남성 패션잡지 지큐(GQ)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영상 속 장면입니다.
가운데에 끼어 곤혹스러워하는 이는 한국 배우 정해인이고, 그의 양옆에 앉은 이들은 미국 가수 벤슨 분과 터키 배우 케렘 버신입니다.
영상에는 "정말 무례해", "다리 좀 모을 수 없나? 그들 사이에 감정을 가진 사람이 하나 있다는 것처럼 행동해야지. 정말 무례하다." 등의 영어 댓글이 달렸습니다.
여기에 지큐 측이 인스타그램에 다른 참석자들의 계정은 모두 태그하면서 정해인의 계정만 누락시킨 사실이 알려지며 인종차별 논란이 커졌습니다.
한국 스타가 해외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습니다.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주제가가 K팝 최초로 미국 그래미상을 받고,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에 세계가 들썩이는 등 K-컬처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지만 여전히 한국 스타에 대한 무례와 차별 논란이 입니다.
이에 국내는 물론, 해외 누리꾼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냅니다.
지난해 10월에는 파리 생로랑 쇼에 참석한 블랙핑크 로제(28)가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당시 영국 패션잡지 엘르 UK는 공식 SNS에 현장 사진을 올리면서 로제만 조명 그림자에 가려진 채 함께 있던 가수 찰리 XCX, 모델 헤일리 비버, 배우 조이 크라비츠의 모습만 환하게 부각된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찰리 XCX도 자신의 SNS 계정에 로제의 모습이 음영 처리되어 잘 보이지 않는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이에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엘르 UK 측은 "사진 크기 조정을 위해 로제가 단체 사진에서 잘려 나간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로제가 행사장 내에서 소외당하는 듯한 장면을 담은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243만 회를 기록하며 해외 누리꾼들의 댓글을 모았습니다.
유튜브 이용자 'si***'는 "현장의 그 여자들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한 로제조차 이런 대접을 받네"라며 혀를 찼습니다.
2024년 5월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는 백인 여성 경호원이 분홍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초대손님' 소녀시대 윤아(35)를 과도하게 제지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를 두고 레딧 이용자 'et***'는 "이 경호원이 많은 유색인종 여성들을 거칠게 대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는 분명히 인종적인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같은 해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돌체앤가바나 패션쇼에 참석한 에이티즈 멤버 산(26)이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방석조차 받지 못한 채 좁은 계단 자리에 앉은 모습이 공개돼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에 앞서 2022년 칸국제영화제에서는 프랑스 한 뷰티 인플루언서가 가수 겸 배우 아이유(33)가 휘청거릴 정도로 어깨를 밀쳐놓고 사과 한마디 없이 지나치는 모습이 포착돼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서양인들은 대체로 가벼운 신체 접촉에도 곧바로 사과하는데 동양인이라서 무시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당시 레딧 이용자 'ma***'는 "고의가 아니라고 날 납득시킬 수 없다.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22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가 사진을 찍으러 가면서 '초면'인 배우 이서진(55)에게 불쑥 핸드백을 맡긴 일을 두고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TV 프로그램 촬영차 시상식에 참석한 이서진은 '누구 백을 들고 있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제이미 리 커티스. 저보고 백을 잠시 갖고 있어 달라고…내가 누군지 알고 맡긴 건지"라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당시 레딧 이용자 'sa***'은 "그녀는 인종차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아마 그를 웨이터 정도로 생각하고 가방을 밀어 넣었을 것"주장했습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3일 "세계적인 셀럽(유명인)일수록 전 세계 수많은 매체와 개인들에게 노출돼 있어 부적절한 인종차별 언행의 대상이 될 위험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짚었습니다.
설 교수는 그러나 "이런 일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사회 전체가 과도하게 흥분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해당 (인종차별)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도록 공론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 피해를 입은 유명인들은 상처를 받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들을 존중하고 사랑하고 있으니 인종차별로 인한 상처를 좀 덜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인스타그램 'gq' 영상 캡처, 연합뉴스)

댓글